‘너 T야?’ 공감욕구 드러내고 ‘추구美’로 개성 표출

이지윤 기자 2023. 12. 28.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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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휩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과 유행어 중에선 사회 현실에 대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시선이 담긴 것이 많았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세대와 관련된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에게 유행어는 세태를 풍자함으로써 시정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며 "정치, 경제 등 젊은층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 변수 대신 온라인과 언어를 무기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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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화제의 밈&유행어
‘중꺾마’, ‘중꺾그마’로 변형 재유행
뉴진스 ‘디토’는 “찬성해요”로 활용
누구나 알기엔 까다로운 형태 많아
올 한 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휩쓴 밈(meme·인터넷 유행 콘텐츠)과 유행어 중에선 사회 현실에 대한 ‘웃픈’(웃기면서도 슬픈) 시선이 담긴 것이 많았다.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당시 한국 국가대표팀 경기를 통해 화제가 됐던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는 ‘중꺾그마’(중요한 건 꺾여도 그냥 하는 마음)로 변형됐다. 연예인 박명수가 유튜브 채널에서 조어해 화제가 됐다.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 주인공 문동은(송혜교)이 학교 폭력 가해자들에 대한 복수를 앞두고 한 대사 “나 지금 되게 신나”는 숱한 패러디물로 확대 재생산됐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는 “힘든 현실에서는 손쉬운 성취도, 통쾌한 공정도 불가능하지만 실낱같은 가능성을 좇는 마음이 해학적 밈으로 표출됐다”고 말했다. 2023년 유행어를 분석해봤다.

더 글로리

● 공감 욕구, 개성 반영

MBTI 열풍에 따른 ‘너 T야?’는 공감에 대한 욕구를 드러낸다. 성격유형 중 사고형을 나타내는 T를 빗대 공감해주지 않는 상대방을 비꼴 때 쓴다. 인플루언서 레오제이가 유튜브 영상에서 농담조로 던진 “너 혹시 뭐 돼?”란 말은 ‘너 뭐 돼?’로 축약돼 인기를 끌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행어가 됐지만 상대에게 발언할 자격을 문제 삼거나 공감을 요구하는 자기중심적 언어”라고 말했다.

‘추구미’ 역시 X(구 트위터)를 비롯한 소셜미디어에서 널리 애용됐다. ‘추구하다’와 미(美)를 합성한 단어로 ‘내가 꿈꾸는 이미지’를 뜻한다. 옷차림, 롤모델, 분위기 등을 두루 가리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집단적 취향보다는 자기만의 이상향을 드러내고, 서로 다른 취향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담겼다”며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내고 인정받으려는 젊은 세대의 특성이 반영됐다”고 했다.

● 아이돌 음악, 사회 이슈 소재로

뉴진스
인기를 얻은 대중음악도 밈과 유행어로 널리 활용됐다. 지난해 7월 뉴진스의 데뷔 앨범 수록곡 ‘Hype Boy’가 ‘뉴진스의 하입보이요’란 밈(어물쩍 답변을 회피할 때 사용)으로 퍼진 데 이어 올해 초 발표된 ‘Ditto’는 상대의 말에 동의한다는 뜻의 ‘디토(Ditto·찬성)합니다’로 즐겨 사용되고 있다. 황 평론가는 “아이돌 문화는 일상에 영향을 미쳐왔는데 SNS의 확대와 맞물려 더욱 침투력이 높아지는 추세”라며 “과거엔 TV 인기 방송이 미는 유행어를 전 국민이 사용했던 것과 달리 오늘날 유행어는 훨씬 다양한 매체에서, 누구나 알아듣기엔 까다로운 형태로 만들어진다”고 했다.
밈은 사회 이슈와 직결된 경우도 많다. 전 펜싱 국가대표 선수 남현희의 재혼 상대로 알려졌던 전청조의 사기 행각으로 유행된 ‘I am 신뢰예요’는 일명 ‘맑은청조체’로 불리며 많이 회자됐다. 팍팍한 현실 속, 쇼트폼과 자극적 콘텐츠에 길들여진 젊은층 사이에선 ‘도파민 중독’이란 자조적 표현도 인기를 얻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자기 세대와 관련된 사회 문제에 대해서는 더욱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에게 유행어는 세태를 풍자함으로써 시정하려는 의지를 반영한다”며 “정치, 경제 등 젊은층이 통제할 수 없는 거대 변수 대신 온라인과 언어를 무기로 이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지윤 기자 leemai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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