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고질병이 또... 무너지는 도요타의 품질경영

김아사 기자 2023. 12. 28.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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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회사·본사 곳곳 ‘품질 사고’
“목표 압박에 내부 경고 묻혀”

세계 1위 자동차 회사 도요타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잇따라 터진 대형 품질 사고 탓이다. 대규모 리콜부터 성능과 연비 조작 등 제품 신뢰도를 뿌리째 흔들 만한 사건이 연달아 터져 나왔다. 이는 2010년 그룹을 휘청거리게 했던 ECU(전자 제어 장치) 등 오류에 따른 ‘가속페달 결함 사태’ 이후 10여 년 만이다. 이번엔 소형차 제조 자회사 다이하쓰가 30년간 174건의 성능 조작을 벌인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전에도 지적됐던 지나친 목표 지향적 제작 방식이 해결되지 않고 답습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도요타 안팎에선 모노즈쿠리(장인정신)를 바탕으로 한 품질 경영 자체가 위기를 맞은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도요타는 26일 다이하쓰의 조업을 중단하고 부품사 423곳에 손해를 보상하겠다며 금액 산정에 돌입했다.

오쿠다이라 소이치로(왼쪽) 다이하쓰 사장이 지난 20일 성능 조작 관련 기자회견에서 머리 숙여 사과하고 있다. 다이하쓰는 1989년도부터 174건의 안전 관련 성능 테스트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로이터·연합뉴스

◇10여 년 전 지적된 문제 해결 못 한 도요타

도요타 자회사인 다이하쓰는 소형차를 만들어 도요타 이름을 달고 판매해왔다. 또 도요타에 각종 차량 부품도 납품해왔다. 이런 다이하쓰가 1989년부터 30년 이상 174건의 안전 시험 결과를 조작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예컨대 충돌 테스트에선 A 에어백을 사용하고, 실제 차량엔 테스트를 거치지 않은 B 에어백을 다는 식이다. 운전석은 테스트하지 않고 조수석만 했으면서도 모두 한 것처럼 허위로 기재하기도 했다. 도요타 이름으로 판매된 24종 모델을 포함해 총 64종 차량에 허위로 평가된 부품이 탑재됐다. 또 도요타의 상용차 제조 전문 자회사인 히노자동차도 6년 동안 배출 가스와 연비를 조작한 사실이 지난해 드러났다. 다이하쓰나 히노자동차가 만든 차량은 국내에는 수입되지 않았다.

그래픽=양인성

전문가들은 도요타의 지나친 목표 지향적 제작·판매 방식이 이 같은 결과를 불러왔다고 지적한다.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에서도 지적됐던 문제점이다. 다이하쓰 사건 조사위원회는 “목표 달성과 일정을 지켜야 한다는 압박이 심했는데 이에 대한 적절한 해결책이 마련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판매를 위한 일사불란한 제작이 최고 가치로 여겨지면서 이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알리는 경고의 목소리는 묻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실제 문제가 된 회사들은 도요타의 세계 1위 전략에 따라 인수한 곳이다. 도요타는 2000년대 들어 스바루, 다이하쓰, 히노자동차 등의 지분을 사들여 자회사로 만들었다. 폴크스바겐, GM, 르노 등 거대 업체와 경쟁하기 위한 것으로 이 회사들의 판매량은 도요타 그룹으로 묶여 함께 집계됐다. 이를 통해 도요타는 2007년 첫 글로벌 1위를 기록했고, 2020년부터 3년 연속 1위를 지키고 있다.

◇도요타 본진도 잇따른 리콜 등 품질 문제

최근 품질 문제는 도요타 내부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해 도요타가 수년간 공들여 개발해 출시한 첫 전기차 bz4x는 바퀴가 빠질 가능성이 제기되며 출시 두 달 만에 리콜 조치됐다. 지난 21일엔 전 세계에 판매된 아발론, 캠리, 라브4, 렉서스 ES 등 주요 차량 112만대 리콜 소식이 전해졌다. 조수석에 어린이나 체구가 작은 이가 탈 경우 이들을 인식하지 못해 에어백이 펼쳐지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지난 4월 사토 고지를 CEO로 선임하며 새출발을 알렸지만, 여전히 미래 먹거리 중추인 전기차 전환을 두고 갈팡질팡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최고 하이브리드 회사인 것은 맞지만,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 등과 격차는 계속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테슬라보다 7배 많은 차량을 팔지만, 시가총액은 테슬라의 3분의 1 수준이다. 차량 1대당 마진도 테슬라가 도요타보다 4배 높다. 블룸버그는 “전기차에 소극적인 도요타가 전기차를 연구하고 소비자에게 소개할 기회를 놓치고 있다”고 했다. 판매를 지속해야 오류를 고치며 더 나은 차를 만들 수 있는데 지금 구조로는 지는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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