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늘어지는 APEC 개최지 선정... 소모적 경쟁도 이제 그만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는 지난 1993년 미국 시애틀에서 제1차 회의가 열렸다. 한국에서는 2005년 11월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제13차회의가 열렸다. 이 APEC 정상회의가 2025년 11월 다시 한국에서 열린다. 진작부터 4개 도시가 이 국제회의의 유치에 나섰다. 인천과 부산, 경주, 제주 등이다. 저마다 유치 당위성을 내세우며 범시민적 캠페인에 몰입해 있다. 2년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작 키를 쥔 외교부는 개최 도시 결정을 미적거리고 있다. 이대로 가면 이런저런 절차를 거쳐 내년 하반기에나 결정이 내려질 수순이다. 유치 열기가 너무 뜨거워선가, 아니면 말 못할 다른 사정이 있는 건가.
현재까지 개최 도시 공모를 위한 절차가 시작된 것이 하나도 없다. 막상 내년 들어 공모에 나서도 서면심사와 현장 실사를 거쳐야 한다. 신청 도시들에 대한 개최도시선정위원회의 대면 심사, PT 발표 등의 절차도 있다. 막상 한 도시가 낙점을 받더라도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서는 준비 기간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우선 21개국 정상이 참가하는 만큼 최상의 보안 시설을 완비한 숙박시설을 확보해야 한다. 나라마다 5성급 이상 특급호텔 1곳을 통째로 써야 하는 행사다. 참가국 정상들을 위한 침실은 프레지덴셜 스위트 급으로 리모델링해야 한다. 수행원들의 사무실이나 회의실 등도 마련해야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APEC 정상회의 개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도시 환경을 다듬어야 한다. 문화와 관광, 교통 인프라 등을 손질해야 하고 전체적인 도시 경관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확인은 어렵지만, APEC 정상회의 개최의 직간접 경제효과가 수조원대라고 한다. 이런 대규모 국제잔치를 벌이면서 허겁지겁 준비하도록 한다니 좀 이상하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이러다가 제2의 잼버리 사태를 초래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나온다. 한편으론 외교부가 짐짓 부산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한다. 즉, 2030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 부산 민심을 달래기 위해 부산을 낙점할 수도 있다는 해석이다. 부산은 APEC 준비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앞서 있기도 하다. 그러나 2005년 부산 APEC 정상회의도 개최 도시 결정은 1년6개월 이전에 이뤄졌다.
이제라도 외교부는 2025 APEC 정상회의 개최 도시 결정을 서둘러야 한다. 누가 봐도 늦춰야 할 이유를 찾기가 어렵다. 나아가 앞으로는 이런 식의 유치전도 그만 막을 내렸으면 한다. 차례가 돌아오는 국제회의를 합리적 기준을 정해 안배하면 되는 것 아닌가. 유치하고 소모적인 국제회의 개최 경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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