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혼돈의 지역문화예술 생태계
문화예술은 소프트파워적 요소를 갖추고 있는 대표적인 영역으로 분류된다. 인간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주요한 가치재로서 문화예술의 힘은 새삼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문화예술은 사람을 끌어모으는 묘한 매력이 있다. 멀리는 로마 시대부터 정치 권력자를 위시한 사회지배층이 문화예술을, 범위를 좁히자면 음악과 미술 분야 등을 중심으로 예술가들을 후원하면서 예술과 권력의 필연적 관계를 형성해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대 사회에서도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치 지도자 등 위정자들이 문화예술을 곁에 두고 ‘공생’을 지속하는 모습을 목격하는 건 어렵지 않다.
이러한 문화예술은 기본적으로 외부 지원을 수반하는 특징을 지닌다. 미국의 경제학자 보멀과 보엔이 문화예술을 ‘시장실패의 영역’으로 지목하면서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는데, 이는 뒤집으면 ‘홀로 서기의 실패’와 그 의미가 맞닿아 있다. 특히 대중예술에 비해 산업화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는 클래식 음악, 연극, 무용, 오페라, 전통예술 등 순수예술은 지원의 필수 장르로 인식되는 흐름이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우리나라도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정책적으로 순수예술을 지원의 핵심 분야로 설정해 놓고 여기에 필요한 재원은 문화예술진흥기금이나 일반회계의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동원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공공지원만으로는 예술단체와 예술가의 문화예술 창작 활동을 충족시킬 수 없다는 현실적 딜레마가 존재한다. 기업의 문화예술 후원 활동을 지칭하는 ‘메세나’ 등 민간 지원이 동반되고 있는 까닭이다.
주목해야 할 지점은 이 같은 문화예술 재원이 일관적이지 않다는 거다. 경기가 침체하면 세수가 줄고, 이의 여파는 고스란히 문화예술 예산 감축으로 나타난다. 당장 내년에 정부의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통한 실질적인 정책 사업비가 10% 이상 준 것을 비롯해 각 지방자치단체도 문화예술 사업 예산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기업의 문화예술 지원은 말할 것도 없다.
상당수 지자체에서 세수 확보 부족을 이유로 지역의 전통문화 사업이나 지역 영화문화 활성화 사업 등 문화예술 관련 예산을 삭감하거나 주요 사업을 폐지하기로 한 결정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예산을 책정하는 입장에선 사업효과와 필요성 등을 감안한 조치로 이해할 수 있지만 합리적 기준과 근거가 제시되지 않는다면 후유증은 불가피하다.
문화예술 관련 예산 확보는 교육이나 복지 등 다른 분야과 비교할 때 집행의 중요성 및 시급성에서 뒤처지기 마련이다. 당국의 예산 삭감이 이뤄지면 문화예술 관련 예산이 직격탄을 맞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같은 관례가 지속되면 문화예술의 퇴보는 자명하다.
지역의 문화예술은 지역주민의 삶을 풍성하게 이끄는 촉매제이자 지역에 대한 관심을 묶는 효과를 발휘한다. 문화예술이 공공 섹터 예산 확보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건 탈지역 현상 가속화로 이어질 수 있다. 지역소멸의 대안으로 떠오른 다양한 지역문화 사업생태계가 혼돈 속으로 빠져들어선 곤란하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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