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춘추] 나는 오구영이다
최근 안성에 주말여행을 갔다가 아주 특별한 식당을 만났다. 이름하여 590. 오구영은 안성 명동골목 뒤편에 위치한 작은 레스토랑의 이름이다. 안성 토박이지만 남편을 따라 해외로 이주했던 딸 허정옥씨가 중년이 돼 귀국하면서 어머니 오구영씨(87)를 위해 만든 작은 레스토랑인데 입구의 간판부터 메뉴까지 뭔가 심상치 않았다.
10여년간의 해외 생활 때문인지 가게 안팎이 여기가 경기도가 맞나 싶을 만큼 느껴졌다. 세련된 서양식 인테리어로 꾸며졌고 예쁜 테이블과 요리 플레이팅, 알록달록한 작은 화분들, 밖이 훤히 보이는 통창과 컬러풀한 외관 등 손님 중에 “주인이 외국에서 오셨나”라고 물어볼 정도로 이국적 풍미가 솔솔 풍겼다. 주메뉴는 돈가스인데 유럽식 돈가스인 슈니첼을 한국식 돈가스와 접목해 주인장이 개발한 퓨전 요리다. 맛도 그만이지만 진짜 감동적인 스토리는 지금부터다.
허정옥 대표는 5남1녀 중 외동딸이었다. 외동딸이니 특별히 귀여움을 받았으리라 생각하면 오산이다. 올해 87세인 어머니의 지독했던 아들 사랑 덕에 딸 허정옥씨는 어릴 적부터 온갖 서러움을 감내해야 했고 어머니의 야속함에 혼자 훌쩍이던 기억들이 지금까지 남아있다. 그러나 나이를 먹고 오랜 해외 생활을 하다 보니 그새 훌쩍 늙어버린 어머니가 측은하기도 하고 평소 살갑게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한 미안한 마음이 훨씬 커지더라는 것이다.
그렇게 고향 안성으로 돌아와 어머니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다가 우연히 안성시의 ‘소상공인 빈 점포 지원사업’을 알게 됐다. 안성의 주요 상권에 빈 상점이 늘어나자 골목상권 활성화를 위해 안성시가 내놓은 긴급 처방인 셈이다. 운이 따랐는지 허정옥씨가 이 제도에 선정돼 통창 유리문 공사비와 고급 어닝, 어머니를 그려 넣은 멋들어진 간판과 폐쇄회로(CC)TV까지 안성시의 전폭적인 창업지원을 받게 된 것이다. 그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을까. 허정옥씨는 오픈 첫달부터 가게 수익의 일부를 어머니의 이름으로 안성시 사회복지기관에 기부를 시작했다. 이토록 진심어린 한 끼가 어찌 맛이 없을 수 있을까. 요즘 오구영 어머니는 당신의 이름이 걸린 상점과 기부 소식에 자랑이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한다. 안성에서 아들 말고, 딸 덕분에 기부하는 오구영님! 오래 오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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