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라이트 플라이어호' 복제품이 이륙에 실패한 까닭
1903년 12월17일은 라이트 형제가 '플라이어'라는 동력 비행기를 타고 최초로 하늘을 나는 데 성공한 날이다. 그래서 항공 역사에서 가장 기념비적인 날이다. 형 윌버와 동생 오빌은 이날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키티호크 해안의 모래언덕 '킬데빌힐'(Kill Devil Hill)에서 동력 비행기로 네 번 하늘을 날았다.
그 3일 전인 12월14일 라이트 형제는 시험비행을 했다. '동전 던지기'에서 윌버가 이겨 먼저 비행했다. 비행기는 이륙하자마자 실속(失速)해 모래땅에 떨어졌다. 시간은 3초. 플라이어호는 약간 파손됐다. 수리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12월16일 정오쯤 수리가 끝났다.
드디어 12월17일 바람은 시속 32㎞. 이번에는 오빌이 먼저 플라이어호 아래 날개 가운데에 엎드려 탔다. 오빌은 첫 비행에서 12초를 날았다. 비행거리 37m. 속도는 시속 10.9㎞. 두 번째는 윌버가 53m, 세 번째는 다시 오빌이 61m였다. 고도는 약 3m. 그리고 윌버는 네 번째 비행에서 역사적인 기록을 세웠다. 59초 동안 260m를 날았다.
5명이 이 장면을 목격했다. 이 중 3명은 미국 해안구조대원이었고 사업가였던 브링클리와 근처에 사는 청소년 조니 모류까지. 이날 마지막 비행을 마친 뒤 현장에 강한 역풍이 불어 플라이어호는 몇 차례 뒤집혔다. 결국 심하게 손상돼 더는 비행을 할 수 없었다.
한편 1903년 10월7일 스미소니언박물관의 랭글리 박사가 자신이 개발한 '그레이트에어로드롬'(Great Aerodrome)의 시험비행을 포토맥 강변에서 실시했다. 그러나 발사 후 바로 포토맥강으로 추락했다. 12월8일 두 번째 시도도 발사 중 기체가 고장 나서 실패했다. 그러자 뉴욕타임스는 다음날 이런 기사를 실었다. "어제 랭글리 박사의 동력 유인 비행기가 하늘을 나는 데 또 실패했다. 앞으로 1000년 이내에는 인간이 기계를 타고 하늘을 나는 게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불과 8일 후 라이트 형제가 자신들이 만든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았다. 물론 개선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았다. 라이트 형제는 '1904 플라이어' '1905 플라이어'로 개발을 이어갔다. 이 불안정한 최초 동력비행 이후 120년 동안 인간은 초음속 비행기와 우주로 날아갈 수 있는 비행기술도 개발했다. 이제 비행기를 타는 것은 일상이 됐다.
한편 1903년 12월17일 라이트 형제의 동력비행 100주년 기념활동을 위해 1999년 미국 의회는 '미국 비행 100주년 위원회'를 창설했다. '비행 100주년: 꿈의 탄생-자유에서 영감을 얻다'는 전국 봉사캠페인도 조직했다. 100주년 기념 10달러짜리 금화도 발행했다. 2003년에는 100주년 기념행사를 대대적으로 준비했다. 마지막 날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해 축사를 했다. 사회는 당시 유명한 영화배우 존 트래볼타가 맡았다. 피날레는 100만달러를 들여 제작한 '1903 플라이어'의 복제품을 타고 키티호크의 '킬데빌힐' 모래언덕에서 100년 전과 똑같이 하늘을 나는 것이었다. '1903 플라이어'를 똑같이 제작하는 데 무려 100만달러가 들어갔다. MIT공대의 상징인 그레이트돔 꼭대기에도 '라이트 플라이어호' 실물 크기 복제품을 설치했다.
2003년 12월16일 라이트형제 국립기념관에서 라이트 형제의 초상화가 공개됐다. 라이트 형제의 종조카와 전 우주비행사 닐 암스트롱, 최초 초음속 비행사 척 예거도 참석했다. 미국 국기가 게양될 때 바람이 휘날리고 대통령 연설이 끝나면 케빈 코셔버거가 '1903 플라이어' 복제품을 조종해서 날아간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바람이 불지 않았다. 결국 '라이트 플라이어호' 복제품은 2003년 12월17일 이륙에 실패하고 말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이렇게 말한다. '1903 플라이어'는 너무 불안정했다. '1902 글라이더'로 직접 훈련한 라이트 형제 말고 그 동력 비행기를 조종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고.
권기균 과학관과문화 대표·공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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