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 협상 주역 쇼이블레 독일 전 재무장관 타계
독일 최고 원로 정치인 중 한 사람인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전 연방 하원 원로 의장이 27일(현지시각) 8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그는 독일 통일 당시 내무장관을 맡아 동·서독 간의 통일 협상을 주도했고, 2009년 유럽 재정 위기 때는 재무장관으로 나서 남유럽 국가들의 구제 금융과 긴축 정책을 이끈 것으로 유명한 인물이다.
독일 남서부 프라이부르크 출신으로, 법학을 전공하고 변호사로 일하다 1972년 독일 기독교민주연합(CDU) 소속으로 연방 의회 의원에 선출되면서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별세하기까지 51년간 연속으로 연방 의회 의원으로 재직, 독일 역사상 최장 의원 재임 기록을 세웠다. 1980년대 초중반 CDU 원내 총무를 지냈고, 1990년대 후반엔 CDU 당대표를 역임했다.
헬무트 콜 총리 정부에서는 총리 실장과 내무부 장관을 지냈다. 특히 내무부 장관이던 1990년 8월 31일 동독과 서독의 통일 조약에 서독을 대표해 서명을 했다. 이듬해 의회 연설을 통해 “통일 독일의 수도를 베를린으로 정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시키기도 했다. 한때 헬무트 콜의 뒤를 이을 독일 총리 물망에 올랐으나, 1998년 총선에서 CDU가 사회민주당(SPD)에 패배하면서 기회를 놓쳤다.
그는 2009년 앙겔라 메르켈 총리 정부에서 재무장관으로 발탁되어 2017년까지 무려 8년간 재무장관을 지냈다. 이 기간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이 국가 부도 위기에 처하는 사태가 터지자 강력한 긴축 정책을 전제로 한 구제 금융 협상에 나서 유로화로 묶여 있는 유럽연합(EU) 경제의 파탄을 막는데 큰 공을 세웠다.
재무장관에서 물러난 이후엔 2021년까지 4년간 독일 연방의회 의장을 맡았고, 이후 명예직인 원로 의장으로 남아 활동해왔다. 최근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위협받는 유럽의 안보 강화를 위해 군비 지출 확대와 병역 의무 재도입 검토, 프랑스의 핵무기를 유럽 공동의 핵 억제력으로 활용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다.
쇼이블레는 1990년 10월 선거 유세 행사에서 그를 암살하려던 괴한의 총격을 받아 척추와 얼굴을 다쳤다. 이로 인해 가슴 아래 하반신이 마비되면서 40년 넘는 세월을 휠체어에 의존해 살았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그는 반세기 넘게 의원으로, 장관으로, 또 국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오늘날 독일의 틀을 만들었다”며 “우리는 오늘 예리한 사상가이자 정열적 정치가였던, 위대한 민주주의 전사 한 명을 잃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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