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스토리] 30년간 먹 작업에 진심인 홍푸르메의 특별한 연말 선물
(서울=연합뉴스) 이세영 기자 = 오직 세 점의 작품만 걸려있다. 갤러리 일백헌에서 홍푸르메 작가의 개인전 '환희설중'전의 작품 구성이다. 단 세 점의 작품으로 작가는 무엇을 말하고자 했을까.
"비워진 모습을 통해 엄청난 채움과 상상력의 확장을 가져오는 여백이라는 장치가 있습니다. 이것을 빛으로 설정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붓의 속도로 모든 것을 표현해 봤습니다." (홍푸르메 작가)
이처럼 우리나라 전통 재료인 먹과 화선지에 작품 세계를 펼쳐온 홍푸르메 작가는 자신만의 특별한 작업 방식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직접 설계한 붓을 '일필휘지'로 화선지에, 단번에 펼쳐내는 것이 특징. 수십번의 시도를 하는 것을 보면 예술가 특유의 '노동의 성실함'도 한몫한다. 계속되는 작업은 진리를 향해 달려가는 구도자의 모습도 연상된다. 잭슨 폴록의 '프랙탈'을 연상케 하는 집요한 작업 방식은 어찌 보면 하나의 퍼포먼스처럼 보일 때도 있다.
그의 작품은 먹과 화선지를 빛과 어두움의 세계로 확장하게 시킨다.
여러 차례 시도하는 일필휘지의 필치는 어느 순간 바다의 영롱함을 표현하고 숲과 나무, 그 뒤에 흐릿하게 존재하는 안개까지 한폭에 담아냈다.
홍 작가는 이러한 노력으로 지난 5월 뉴욕 '포커스 아트페어'와 10월 런던에서 열린 '포커스 런던'에서 고요하지만 강렬하고 동양적인 작품을 선보여 세계 관객을 놀라게 했다.
단순하게 한국의 것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먹 작업의 결과물이 전 세계 어떤 공간에 놓아도 어색하지 않고 고풍스러워 보일 수 있는 작품으로 탄생시켰단다.
갤러리 일백헌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 '환희설중' 역시 그가 추구한 여백을 통한 빛과 어둠의 조화를 만끽할 수 있다. 30년 먹 작업의 시간은 먹의 다양한 변주로 완성됐다. 그의 작품에는 치열한 수묵의 힘으로 빚어낸 빛의 절대성을 오롯이 볼 수 있다.
홍 작가는 "바쁜 현대 사회 속에서 수묵의 힘으로 빚어낸 제 작품을 보시러 오신 분께 치유의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맑고 깊은 먹색의 숲이 펼쳐지는 이번 전시는 31일까지 열린다.
*자세한 내용은 영상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기획 : 도광환, 영상 : 김혜리 PD, 촬영 : 유준하·이수아, 웹 기획 : 임소연> sev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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