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 50초… 서울 도심에 쏘아올린 야생

강주영 2023. 12. 28.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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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 성탄절을 앞두고 빌딩 곳곳 화려한 조명이 연말 분위기를 대신하는 서울 삼성역 일대 KPOP광장 일대의 가장 큰 옥외 광고미디어기 '미디어스퀘어'의 화면이 잠시 꺼졌다.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가 참여한 2023 SMAW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가 이날 개막, 일대 빌딩 파사드 및 내부 전광판은 광고 대신 20여편의 미디어아트가 상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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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미디어아트위크에 뜬 강원 자연
홍나겸 작가 ‘W-심포니’·‘ONE’
50여개 전광판 한강 모습 조명
동해바다·강릉 남대천 풍경도
집약된 자본 속 공존 메시지
▲ 지난 19일 서울 삼성역 일대와 코엑스몰 내부에서 개막한 2023 SMAW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에서 강릉 출신 홍나겸 작가가 서울과 강릉에서 촬영한 작품 ‘W-심포니’, ‘ONE’이 상영됐다.

지난 19일 오후 5시 30분, 성탄절을 앞두고 빌딩 곳곳 화려한 조명이 연말 분위기를 대신하는 서울 삼성역 일대 KPOP광장 일대의 가장 큰 옥외 광고미디어기 ‘미디어스퀘어’의 화면이 잠시 꺼졌다. 다시 켜진 전광판, 광고 대신 세찬 물이 흘렀다. 흐르는 한강이다. 덤불로 우거진 산 나무와 죽은 나무, 그 위로 뻗은 나뭇가지와 스미는 햇살 등 자연의 이미지가 나왔다. 강릉 출신 홍나겸 작가의 서울문화재단 미디어 아트 선정작 ‘W-심포니’다. 1분 50초 남짓된 영상은 이날 전광판에 실린 유일한 실제 자연이었다.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가 참여한 2023 SMAW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가 이날 개막, 일대 빌딩 파사드 및 내부 전광판은 광고 대신 20여편의 미디어아트가 상영됐다. 강원의 들풀, 동해 등 10년째 자연물을 조명해온 홍 작가는 이날 그중 첫 작품을 선보였다. 홍 작가의 ‘W-심포니’는 강원 작가만의 시선으로 한강의 생명력을 조명한 작품으로 앞서 서울시민청 상영작을 갈무리한 작품이다.

▲ 지난 19일 서울 삼성역 일대와 코엑스몰 내부에서 개막한 2023 SMAW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에서 강릉 출신 홍나겸 작가가 서울과 강릉에서 촬영한 작품 ‘W-심포니’, ‘ONE’이 상영됐다.


이날 일대 전광판 50여개 기기에서는 강릉에서 바라다본 남대천의 모습도 흘러나왔다. 또다른 그의 작품 ‘ONE’이다. 강릉 대형산불 이후 표면이 타버린 나뭇가지에 돋은 새순, 윤슬이 반짝이는 동해바다가 역시 1분 50초를 채웠다. 산불 이후 희망과 참담함이 공존하는 강원도의 단편이기도 하다.

강원의 자연을 조명하며 예술의 사회적 역할을 고민해온 홍 작가에게 남다른 무대다. 홍 작가는 “공공미술은 최대한 많은 대중과 작품을 공유하는 거예요. 자연의 빛과 울림이 미디어기기 등을 통한 인공적 빛보다 더 큰 울림이 있다는 것도 공유하고 싶다”며 “강원도 자연은 예술의 깨달음을 얻게 된 나의 뮤즈(Muse·예술적 영감)”라고 했다.

▲ 지난 19일 서울 삼성역 일대와 코엑스몰 내부에서 개막한 2023 SMAW 서울 미디어 아트 위크에서 강릉 출신 홍나겸 작가가 서울과 강릉에서 촬영한 작품 ‘W-심포니’, ‘ONE’이 상영됐다.


자본에 의해 움직이는 화려한 광고판 위로 그가 쏘아올린 자연의 이미지, 반짝이는 물결은 물질만능주의 뒤에 가려진 ‘공존’의 모양을 어렴풋이 전했다. 그는 “옥외 광고미디어기는 집약된 자본이 연출되는 곳이기도 하다”며 “정제된 그래픽이나 광고가 흘러나오는 게 당연했던 스크린에서 실제 자연의 모습이 나오는 것 자체가 메시지”라고 했다.

미디어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그에게는 도내 미디어 인프라 지원이 이번 참여의 기반이 됐다. 홍 작가는 “전시를 위해 여기저기로 장비를 찾아다녔죠. 카메라 한 대에 500만원인데 또 이 카메라로 찍은 높은 화소를 감당할 컴퓨터가 필요해요. 모든 게 돈이 없으면 안되는데 ‘왜 작품활동을 안하느냐’고 하면 전 당장 ‘생계가 먼저’라고 답해요”라고 했다.

이어 말했다. “저는 미디어 아트계 난쏘공(조세희 작가의 책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나 마찬가지에요. 이렇게 큰 스크린에 작품을 올리려면 화소를 감당할 수 있는 고가 장비가 필수죠. 중소기업 못지 않은 인력과 예산이 들어가는 이 영역에서 버티기는 쉽지 않아요. 강릉미디어지원센터에서 촬영장비와 편집실을 지원받아 데뷔 이후 10년만에 기회를 얻었어요. 내년 센터가 문을 닫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걱정도 큽니다” 강주영 ▶관련 기사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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