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자동차 보험료 평균 2만 원 이상 하락…업계 속앓이 왜

이선영 2023. 12. 28.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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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손보사, 내년 자동차보험료 2%대 중반~3% 인하
정비수가 인상·겨울철 급격한 사고 증가 등 손익 적자 우려

2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들이 내년 자동차보험료 2%대 중반~3% 인하에 모두 동참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내년 2월부터 자동차보험료 부담이 최대 2만 원 넘게 줄어든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당부에 대형 손해보험사들이 동참하면서다. 다만, 보험사들의 속앓이는 계속되고 있다. 자동차보험 정비공임 수가(정비수가)가 오르는 등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명분만 내세운 상생금융으로 자동차보험이 적자로 돌아설 수 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28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형 손해보험사(삼성화재·현대해상·DB손해보험·KB손해보험·메리츠화재)들이 내년 자동차보험료 2%대 중반~3% 인하에 모두 동참했다. 삼성화재와 KB손해보험은 내년 자동차보험료 2.6% 인하를 결정했고 현대해상과 DB손해보험은 각각 2.5%의 인하를 공식화했다. 메리츠화재는 3% 인하를 결정했으며 이는 대형사 중 가장 높은 인하율이다.

이번 결정을 통해 개인당 약 1만8000~2만1600원의 인하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은 보험료율 검증과 전산시스템 등 준비 과정을 거쳐 내년 2월 책임개시 계약부터 인하된 보험료를 적용할 예정이다.

보험사들이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기로 결정한 건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보험사 CEO들을 만나 '상생금융'을 주문하면서 주요 보험사들이 의무보험인 자동차보험료를 깎아줄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당국은 올해 상반기까지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된 가운데 이를 근거로 자동차보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봤다. 코로나19 이후 이동이 줄면서 손해율이 개선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자동차보험을 판매하는 12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 순이익은 5559억 원으로 집계됐다. 업계에 따르면 상위 4개 보험사의 올해 1~10월 누적 손해율 평균은 78.6%다. 통상 업계에서는 78~82%가량을 손익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 일각에서는 이번 자동차보험료 인하로 흑자세를 보였던 자동차보험 부문 손익이 내년에 적자로 돌아설까 걱정하고 있다. /더팩트 DB

그러나 보험사들은 이번 보험료 인하로 흑자세를 보였던 자동차보험 부문 손익이 내년에 적자로 돌아설까 걱정하고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2.5%대 인하 시 3000억 원에서 최대 5000억 원 정도의 보험료 수입 감소를 예상한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올해 상반기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는 10조6385억 원 수준이다. 업계에서는 보험료 1% 인하 시 1063억 원 가량의 자동차보험 수입이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악화하는 추세다. 실제로 올해 11월까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보, KB손보, 메리츠화재, 롯데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등 10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84.2%로 전월(83.7%) 대비 0.5%포인트 올랐다. 지난달까지 상위 5개 손보사의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도 79.3%로 전월(78.6%) 대비 0.7%포인트 올랐다. 이들 5개 사의 시장 점유율을 합치면 90%가 넘는다.

중소형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상승했다.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MG손해보험, 흥국화재 등의 지난달까지 자동차보험 누적 손해율은 90.2%로 전월 88.9% 대비 1.3%포인트 올랐다.

또 물가 상승으로 매년 자동차 정비업체들이 자동차보험 정비수가를 올리고 있는 점도 악재다. 정비수가는 손보사가 사고 차량을 수리한 정비업체에 지급하는 공임이다. 정비수가가 높을수록 보험사가 지급하는 돈이 많아져 차보험 이익을 줄인다. 자동차 정비업계와 손보업계는 내년 정비 수가를 올해 대비 3.5% 인상하는데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사 일각에서는 정비수가와 겨울철 급격한 사고 증가로 적자를 보이는 보험사가 늘어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자동차보험 점유율 쏠림 현상과 보험료 인하 압박으로 자동차보험 시장에서 철수하는 중소형 보험사가 생길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 손보사 관계자는 "올해만 놓고 보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손해율을 보이고 있는 상황으로, 아직 겨울이 끝난게 아니라 섣부르게 단정하긴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10여년 동안 누적된 적자가 많은 상황이고 각사별로 상황이 달라 정비수가와 급격한 사고 급증으로 적자를 보이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손보사 관계자는 "겨울 손해율을 예상까지는 못하겠지만 최근 한파로 배터리방전 등으로 인한 긴급출동 건이 많이 늘었다. (손해율은) 전월 대비 상승할 것 같다"며 "인건비 등은 당연히 오를 거고 부품이나 의료비나 다 오를텐데 자동차 보험료만 내려가는 건 이상한 일이긴 하다"고 말했다.

seonyeon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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