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역·조연 거쳐 믿고 보는 배우로 등극 '나의 아저씨'→'기생충'으로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며 커리어 정점
[더팩트|박지윤 기자] 무명 시절을 거쳐 월드 스타 반열에 오른 배우 이선균이 수많은 '인생작'과 인생캐'를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975년생인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1999년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이후 뮤지컬 '록키 호러쇼'와 MBC 시트콤 '연인들'에 출연했지만 여러 작품의 단역과 조연을 주로 맡으며 짧지 않은 무명 기간을 거쳤다.
이렇게 천천히 입지를 다진 이선균은 2007년 MBC '하얀거탑'에서 의사 최도영으로 분해 극을 이끌며 본격적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이어 그는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 '골든타임' 등에 출연해 안정적인 연기력과 함께 특유의 중저음 보이스로 존재감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이선균은 '하얀거탑'과 '커피프린스 1호점'으로 MBC 연기대상에서 데뷔 후 처음으로 미니시리즈부문 황금연기상을 받았다. 또한 그가 '파스타'에서 선보인 '봉골레 파스타 하나'라는 대사는 1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언급되고 있을 정도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시청률과 화제성을 모두 잡은 이선균의 활약은 브라운관을 넘어 스크린에서도 펼쳐졌다. 그는 영화 '쩨쩨한 로맨스' '체포왕' '화차' '내 아내의 모든 것' '끝까지 간다' '성난 변호사' '임금님의 사건 수첩' '악질경찰' 등 액션을 가리지 않고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며 영화계에서 굵직한 활약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선균은 가수 겸 배우 아이유와 연기 호흡을 맞춘 '나의 아저씨'로 또 한번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는 삶의 무게를 버티며 살아가는 아저씨 박동훈으로 분해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에 힘입어 '나의 아저씨'는 제55회 백상예술대상에서 TV부문 드라마 작품상과 극본상을 받았고 국내외에서 웰메이드 명작 드라마로 평가되며 여전히 많은 시청자들의 '인생작'으로 언급되고 있다.
국내에서 믿고 보는 배우로 통하는 이선균을 월드스타 반열에 오르게 해준 작품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2019)이다. '기생충'은 그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은 황금종려상을 받았고 미국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작품상을 포함해 4관왕을 품에 안는 쾌거를 거뒀다. 이선균은 '기생충'에서 글로벌 IT 기업 CEO 박사장 역을 맡아 전 세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았다.
연기력과 작품성을 인정받으며 탄탄한 필모그래피를 구축했고 수많은 대표작과 캐릭터를 보유한 이선균은 2011년 11월 애플 TV+의 첫 한국 콘텐츠 '닥터 브레인'에서 주인공 고세원 역을 맡으며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행보도 보여줬다.
이선균은 올해에도 '열일' 행보를 펼쳤다. SBS '법쩐'을 시작으로 영화 '킬링 로맨스'와 '잠'까지 무려 세 개의 작품으로 대중과 만났다. 또한 그는 '잠'과 '탈출: PROJECT SILENCE'로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으며 '칸의 남자'라는 수식어와 함께 커리어 정점에 올랐다.
하지만 지난 10월 이선균이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이를 접한 대중은 충격에 빠졌고 그가 쌓아온 이미지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촬영을 끝낸 '탈출: PROJECT SILENCE'와 '행복의 나라' 측은 말을 아꼈고, 드라마 '노웨이 아웃'은 이선균의 하차의 뜻을 받아들였다. 그야말로 믿고 보는 배우의 예상치 못한 추락이었다.
이선균은 총 3차례에 걸쳐 경찰 조사를 받았고 간이 시약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서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유흥업소 실장의 진술뿐이라고 주장하며 변호인을 통해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요청했다.
그러던 중 27일 이선균의 갑작스러운 비보가 전해졌다.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이선균 배우가 이날 세상을 떠났다. 비통하고 참담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고 밝혔다. 장례는 유가족과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하게 치러질 예정이다.
소속사는 "부디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사실 유포 및 이를 토대로 한 악의적인 보도는 자제해 주길 정중히 부탁드린다"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전했다.
이에 연예계는 이날 예정돼 있던 인터뷰와 제작 발표회 등 여러 일정과 행사를 취소 및 변경했고 여러 배우와 동료들은 SNS에 글을 올리며 이선균을 추모하고 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상담전화 ☎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생명의 전화 ☎ 1588-9191, 청소년 전화 ☎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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