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가요 결산] "니가 왜 거기서 나와"…'뜻밖의 인물'로 화제된 뮤비
일본 성인물 슈퍼스타가 래퍼 뮤직비디오에
글로벌 팝스타와 대세 여배우의 만남
자숙 중인 배우의 '갑툭튀' 뮤비
[더팩트 | 정병근 기자] 바늘과 실처럼 음악에도 따라붙는 것이 있다. 뮤직비디오다. 올해도 수많은 앨범과 곡들이 발매됐고 더불어 각양각색의 뮤직비디오도 쏟아졌다. 뮤직비디오 구성은 일반적인 퍼포먼스 위주의 영상부터 드라마타이즈와 애니메이션 형식 등 다양하다. 그중 색다른 재미를 주는 게 있는데 바로 의외의 인물의 등장이다.
# 일본 성인물 슈퍼스타의 섹시 자태
래퍼 식케이는 지난 8월 9일 정규앨범 'POP A LOT(팝 어 롯)'을 발매했다. 타이틀곡은 'See You In Every Party(씨 유 인 에브리 파티)'. '내 친구들 왈, 걘 안돼 / 나도 알아 근데 장난치고 싶어 / 친구들 왈, 야 정신 차리고 있어 / 쟤가 그때 걔야 넌 취해있을 때잖아' 등 가는 파티마다 계속 마주치는 여자에 대한 노래다.
이 뮤직비디오에 일본 배우 오구라 유나가 출연한다. 그냥 배우라면 독특할 게 없겠지만 오구라 유나는 일본 성인물 여배우다. 2017년 데뷔해 수많은 작품에 출연했고 최우수 신인상을 비롯해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린 배우에게 주어지는 상을 받는 등 성인물 업계 슈퍼스타다. 한국에도 꽤 많은 팬들이 있다.
오구라 유나도 한국에 애정이 많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에서 꽤 능숙한 한국어로 잡담을 하거나 한국어 자막을 넣었다. 꽤 긴 시간 동안 한국어로 라이브 방송을 하기도 했다. 올해 유튜브 채널 '노빠꾸탁재훈', 신동엽과 성시경이 진행한 넷플릭스 예능 프로그램 '성+인물'에 출연해 더 많은 한국 시청자들을 만났다.
활발한 한국 활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식케이의 'See You In Every Party' 뮤직비디오 출연이다. 오구라 유나는 뮤직비디오 중반 즈음 파티가 벌어지는 곳에 등장해 모두의 눈길을 사로잡는 역할을 맡았다. 그의 분량은 단 10여 초에 불과하지만 독보적인 섹시미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 글로벌 팝스타와 대세 여배우의 연인 호흡
글로벌 팝스타 정국과 대세 여배우 한소희의 조합이 탄생했다. 정국은 지난 7월 'Seven(세븐)'(feat. Latto)을 발표해 전 세계적으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곡 못지 않게 화제를 모은 게 뮤직비디오다. 이 뮤직비디오에 한소희가 정국의 연인으로 등장한다.
'Seven' 뮤직비디오는 한 편의 영화를 연상케 하는 스토리 라인과 독특함이 더해진 카메라 무빙 등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한소희는 레스토랑에서 정국과 얼굴을 붉히며 짜증을 내고 빨래방에서 싸우고 정국의 가짜 장례식장에서 한숨을 내쉬는 등 대사 없이도 다양한 감정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한소희는 다양한 스타일링을 감각적으로 소화해 한 편의 화보를 연상하게 한다. 무엇보다 정국과 투샷 그 자체만으로도 보는 재미가 충분하다.
정국은 뮤직비디오 공개 후 팬덤 플랫폼 위버스 라이브 방송에서 "여주인공 역할로 한소희 씨가 많은 도움을 주셨다. 처음엔 솔직히 어떻게 해야될까 싶었는데 딱 카메라 도니까 연기를 너무 잘하시더라. 그래서 좀 의지했다. 잘 할 수 있게 많이 도와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덕분에 잘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한소희는 자신의 SNS에 뮤직비디오 촬영 비하인드컷을 여러 장 공개하며 박수 이모티콘과 함께 'seven(feat. Latto)'이라고 짧은 글을 남겼다. 정국과 한소희가 시너지를 낸 이 뮤직비디오는 공개 5개월여 만인 12월 들어 유튜브 조회 수 3억 건을 돌파했다.
# 중화권 팝스타가 걸그룹 뮤비에 무료 출연
뉴진스는 지난 7월 미니 2집 'Get Up(겟 업)'을 발표했다. 대부분의 경우 타이틀곡 뮤직비디오만 촬영하는 것과 달리 매 앨범마다 곡의 콘셉트를 더욱 잘 표현해주는 다수의 뮤직비디오를 선보인 뉴진스는 이번에도 트리플 타이틀곡을 다양한 각각 다른 형식의 뮤직비디오와 함께 세상에 내놨다.
트리플 타이틀곡 중 하나인 'Cool With You(쿨 위드 유)' 뮤직비디오는 공개 전부터 티저만으로 강렬한 인상을 줬는데 바로 중화권 톱스타 양조위의 모습 덕분이다.
양조위 섭외는 민희진 어도어 총괄 프로듀서가 직접 나서서 성사시켰다. 그는 지인을 통해 양조위에게 시나리오를 전달했고 뮤직비디오 스토리를 확인한 양조위는 분량과 상관 없이 캐릭터에 매력을 느껴 노개런티로 출연했다.
'Cool With You' 뮤직비디오는 그리스 신화 '에로스와 푸시케'를 재해석했다. 한 남자(푸시케)를 만나 생기를 얻은 한 여자(에로스)가 다시 사랑을 잃어버리는 내용인데 그 사랑을 다시 잃게 만드는 존재(아프로디테)가 양조위다. 양조위는 약 20초 분량의 구간에서도 단 몇 초 모습을 드러내지만 백발에 오묘한 눈빛 연기는 압권이다.
뮤직비디오를 연출한 신우석 감독과 민 총괄은 "짧은 등장이지만 카리스마와 존재감 있는 배우가 꼭 등장했으면 했다. 고민 끝에 양조위를 떠올렸다"며 "양조위는 짧게 등장하는 역할임에도 사전부터 시나리오를 꼼꼼히 분석해 뮤직비디오 속 백발 스타일링을 직접 제안하는 등 열의를 보였고 현장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전했다.
양조위는 어도어를 통해 "좋은 인연이 닿았고 한국 팬 분들께 자그마한 선물을 드리고 싶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 자숙하는 거 아니었어? 재판 4개월 만에 뮤비라니
의외의 조합이라기보다는 다소 황당하고 다소 뜬금없는 출연도 있다. 제작사 이아이 브라더스(EI brothers)가 지난 8월 팝가수 크리스틴 콜리스(Christine Corless)와 협업한 곡 'Bittersweet(비터스위트)'를 발표했다. 딱히 화제가 될 것 없는 이 곡은 발표 전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는데 그 이유는 뮤직비디오 덕분이다.
이 뮤직비디오에 배우 김새론이 출연했다. 김새론은 2022년 5월 음주운전을 하다가 가로수와 변압기를 들이받아 경찰 조사를 받았다. 해당 사고로 인해 인근 변압기가 고장나 일대 상가들이 정전 피해를 입었다. 그는 재판에 넘겨져 올해 4월 벌금 2000만 원을 선고받았고 검찰과 김새론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됐다.
지난해 12월 소속사와도 계약이 끝났고 자숙 중인 줄 알았던 김새론이 'Bittersweet'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고 하니 많은 이목이 쏠리는 것도 당연했다. 법원 판결이 나온 지 불과 4개월 만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에 많은 비판 여론이 일었다.
뮤직비디오는 부정적인 감정과 상황에 놓인 하이틴이 정체 모를 피에로를 만나게 되면서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상황을 만들어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김새론은 아침에 일어나 웃고 춤추고 기타를 치는 등의 모습으로 등장한다. 가끔 토라진 듯한 모습도 나오지만 여러 옷을 바꿔입으며 상큼한 매력을 보여주는 것 이상의 의미는 없다.
# 전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뮤비에서 보기 어려운 배우
자이언티는 지난 6일 정규 3집 'Zip(집)'을 발매했다. 2018년 발매한 'ZZZ' 이후 5년 만의 앨범으로 트리플 타이틀곡 'UNLOVE(언러브)'(prod. HONNE), '모르는 사람', 'V(Peace. 피스)'(feat. AKMU)를 포함한 총 10트랙을 담았다. 그중 '모르는 사람'은 티저 공개만으로 많은 관심을 받았는데 그 영상에 배우 최민식이 등장해서다.
최민식은 국내 최고의 배우 중 한 명으로 작품 외엔 모습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다. 그렇다고 다작을 하는 배우도 아니다. 그런 배우가 자이언티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으니 많은 관심이 쏟아지는 것도 당연하다.
'모르는 사람'은 '껍데기로만 존재하는 사람 전화번호는 알아도 목소리 한 번 듣기가 어려운 사람' 등의 가사처럼 사람의 관계에 대한 고찰에서 탄생한 곡이다.
자이언티는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이 사람을 과연 잘 안다고 할 수 있을까. 모두가 남에게 드러낼 수 없는 면들이 있는데 결국 우리 모두 모르는 사람이 아닐까. 배우 최민식은 모두가 다 알지만 더 자세히 알 수 없는 분이다. 곡의 테마에 잘 맞았다"고 설명했다.
최민식은 개미를 보며 다양한 감정을 분출하는 오묘하면서도 광기 어린 연기를 보여줬다. 공간만 집안에서 마당으로만 바뀔 뿐 별다른 장면 없이 최민식의 원샷에 의존하지만 그의 표정 자체로 다이내믹하다.
자이언티는 "최민식 배우께서 의견을 많이 주셔서 빌드업해 뮤직비디오를 만들었다. 뮤직비디오에 개미가 한 마리 나오는데 최민식 배우를 대변하는 작품 중 '올드보이'에서 연관성을 가져오고 싶었다. 배우께서 크레딧에 왜 자기 혼자 나오냐고 개미도 넣어야지 않냐고 하더라. 크레딧에 콤마(,)가 있는데 그게 사실 개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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