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영화제 단골 배우 이선균의 초라한 마지막[스경연예연구소]

강주일 기자 2023. 12. 2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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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이선균. 호두앤뉴 엔터테인먼트 제공.



경찰 수사를 받던 중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배우 이선균(48)의 올해는 정점에서 바닥으로 추락한 안타까운 한 해였다.

그는 20대 무명 시절을 거쳐 30대에 빛을 보고 40대에 출연작이 칸 영화제만 수차례 초청되는 등 그야말로 영화 같은 인생을 살았다. 지난 2019년엔 칸영화제와 아카데미를 휩쓴 봉준호 감독의 작품 ‘기생충’의 주역으로서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배우 이선균. 연합뉴스



특히 올해는 그가 주연작 ‘잠’과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 두 편으로 제76회 칸 국제 영화제 레드카펫을 밟는 등 배우 인생의 정점을 찍은 해여서 그의 죽음에 더욱 안타까운 시선이 쏠리고 있다.

1975년생인 이선균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으로 1999년 비쥬의 ‘괜찮아’ 뮤직비디오 출연을 계기로 연예계에 데뷔했다.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 MBC 시트콤 ‘연인들’로 드라마에도 데뷔했지만, 오랜시간 단역과 조연을 전전했다.

그러다 32세인 2007년 MBC 의학드라마 ‘하얀 거탑’에서 올바른 직업 윤리를 가진 의사 최도영 역으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게된다. 같은해 MBC ‘커피프린스 1호점’에서 훈남 방송음악가 최한성 역을 맡아 주·조연으로 올라섰다.

MBC 드라마 ‘파스타’에 출연했던 이선균.



2010년 MBC 드라마 ‘파스타’에서 욱하는 성질을 가진 유명 쉐프 최현욱 역을 맡아 “봉골레 파스타 하나!”라는 명대사를 탄생시키기도 했다. 또 2018년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는 박동훈 역으로 극 중 이지안(아이유)와 서로를 통해 아픔을 치유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또 영화 ‘쩨쩨한 로맨스’(2010), ‘체포왕’(2011), ‘화차’(2012),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끝까지 간다’(2014) 등을 잇따라 성공시키며 영화계 흥행보증수표로 자리매김했으며, 홍상수 감독의 예술영화 ‘옥희의 영화’(2012), ‘우리 선희’(2013) 등에도 출연하는 등 코미디, 스릴러, 액션, 멜로 등 장르와 분야를 가리지 않고 자신만의 연기세계를 펼쳐왔다.

영화 ‘기생충’에서 박사장 역으로 세계인의 찬사를 받은 이선균. CJ ENM 제공.



특히 2019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서 박 사장 역을 맡아 일약 월드 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이 영화는 그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이듬해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받았다.

올해도 이선균은 활발한 활동으로 대중을 만나왔다. 올 초엔 SBS 드라마 ‘법쩐’을 흥행시키는가하면, B급 코미디 영화 ‘킬링로맨스’, 스릴러 영화 ‘잠’을 통해 연기 변신에 성공하며 호평 받았다.

또 지난 5월엔 영화 ‘탈출: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잠’이 동시에 칸 영화제에 초청받아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두 아들이 함께 동행해 배우이자 가장으로서 최고의 시간을 보냈으며, ‘탈출 : 프로젝트 사일런스’, ‘행복의 나라’ 의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었다.

마약 투약 혐의로 입건된 배우 이선균. 연합뉴스.



그러나 지난 10월 그가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에 입건되며 대중에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때문에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행복의 나라’는 개봉이 보류됐고 드라마 ‘노 웨이 아웃’은 조진웅으로 배우가 교체됐다.

이선균이 출연한 작품과 그의 작품 속 대사는 유독 오랜 시간 화자되며 소구된다. 그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넓은 팬층을 거느리며 장시간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폭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더불어 신뢰감이 느껴지는 그의 중저음 목소리 덕이었다.

연예계에서 소문난 애처가이자 좋은 아빠로 알려졌던 이선균은 유흥업소 여실장과 수차례 개인적인 만남을 가지며 마약을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으며 그동안 쌓아온 이미지가 바닥으로 추락했다. 특히 ‘나의 아저씨’에서 올바른 어른의 예를 보여주며 ‘나저씨’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냈던 그이기에 그를 향한 실망의 크기는 더욱 클 수 밖에 없었다.

2023년 배우 인생의 정점을 찍은 이선균은 사생활 문제로 인생의 바닥을 찍는 롤러코스터 같은 한 해를 보냈다. 마지막까지 “마약인 줄 몰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던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어 삶과 함께 배우 인생도 마감했다.

고 이선균. 사진공동취재단.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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