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소개서가 사라진 2024년 대입 면접고사[김도연 칼럼]
학생부 통한 수시, 불투명하지만 다양성 지녀
입시 개편, 충분한 시간 여유 갖고 의견 모을 때
반면, 수시에서는 지원 학생의 고교 생활이 전반적으로 담겨 있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초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이는 고교 재학 중의 성적과 생활에 대한 서류 평가와 더불어 면접을 통한 정성적 평가 작업이다. 그런데 소위 ‘스펙’을 만들어내는 사교육 억제를 위해 우리 생활기록부에는 기재하지 못하도록 금지된 항목이 세세하게 제시되어 있다. 학생 능력의 또 다른 핵심인 비교과 영역이 거의 모두 금지 항목에 포함된다. 같은 이유로 추천서 제도도 재작년 입시부터 전면 폐지되었다.
그런데 대학입시에서의 공정성이란 과연 무엇일까? 정시전형은 수능 점수라는 정량적 잣대로 합격을 가리는 투명한 제도다. 반면 수시전형은 교수 및 입학사정관들의 정성적 판단이 좌우하므로 복잡하고 불투명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판단 기준이 작동하므로 이는 대학이 사회의 신뢰를 받지 못하면 운영하기 힘든 제도다. 수시에서 공정성 문제가 종종 제기되는 주된 이유다.
그러나 수능 역시 근본적으로 아쉬움이 많은 제도다. 우선, 정답 고르기 수능은 전혀 비교육적인 평가 방법이며 이는 훈련을 반복하면 점수를 높일 수 있는 시험이다. 재수생, 삼수생이 유리한 입시제도가 과연 공정한 것일까? 지난날 대학들이 정시전형을 주로 택할 때, 특히 상위권 대학에서는 재수 이상의 신입생 비율이 절반을 훌쩍 넘기도 했다. 아울러 값비싼 사교육으로 반복 훈련을 받을 수 있는 특정 지역이나 부유 계층의 학생들이 수능에서는 훨씬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다. 정부가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하며 수시전형을 확대한 이유다.
사실 대학으로서는 정시전형이 뒷말도 없으며 또 경비도 적게 드는 가장 간편한 입시제도다. 그런데도 수시전형을 택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다양한 배경의 신입생 선발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외딴 지역 출신의 우수 학생들에게는 정시보다 수시가 훨씬 더 유리하다. 실제로 지난 수년간, 비수도권 지역의 100여 개 고등학교는 서울대에 수시로만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는 대학과 사회의 미래를 위해 더 바람직한 일로 믿어진다.
그러나 수시전형에 대해서는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으로 인해 부정적 여론이 급격히 확산되었다. 대학입시에 부모의 배경과 권력이 부당하게 영향을 미친 사실에 분노를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가짜 인턴증명서나 엉터리 논문 작성 같은 범죄 행위는 단호하게 처벌하면 되는 일인데, 당시 정부는 범죄자를 끌어안으며 정치적 해결을 도모했다. 빈대를 잡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리기 위해 초가삼간을 태운 꼴인데, 실제로 범죄자는 그간 국민의 대표로 여의도에서 잘 지냈다. 그리고 또 다른 이는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모양이다. 이들은 정녕 어떤 가치관을 지닌 사람들일까? 여하튼 그해 11월 ‘대입제도 공정성 강화 방안’이 발표되었고, 이는 금년에 처음으로 시행되었다.
우선 서울 소재 16개 대학에 대해서는 입학정원 40% 이상을 정시선발로 강제했다. 정부가 특정 대학들만 지정해 일류라고 공포한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아울러 수시에서는 자기소개서 제출도 금지되었다. 결국 금년에는 추천서도 없고 자기소개서도 없는 면접시험으로 대학은 합격자를 가려내야 했다. 이처럼 합리적이지 못한 제도로 과연 공정성이 강화되었을까? 이렇게 우리 대입 제도에는 정치가 개입하면서 문제에 문제가 더해졌다.
수능에 의한 정시나 학생부에 의한 수시나 모두 빛과 그림자가 있는 제도들이다. 정시는 투명하지만 획일적이고 수시는 불투명하지만 다양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의 젊은이들을 모두 소중한 인재로 키우기 위해 대학입시는 어떻게 운영되어야 할까? 이는 정권을 넘는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갖고 의견을 모아야 할 일이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원칙은 대학에 입학생 선발의 권한과 책임을 넘겨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대학은 자율권 회복을 위해 사회로부터의 신뢰 회복에 각고의 노력을 해야 한다. 대학은 어느 조직보다도 윤리적이며 도덕적인 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김도연 객원논설위원·태재미래전략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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