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 빼가고 기술 베낀 애플…워치 판매금지에 170억달러 날릴 판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 2023. 12. 27.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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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정부, 국제무역위 판매금지 결정 수용
웨어러블 부문 육성하던 애플 전략 차질
“애플 만나면 기술 빼앗긴다” 中企 공포
혁신 이미지 손상…韓소비자는 영향없어
26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애플워치 시리즈9 사용자가 혈중 산소 농도 측정 설정을 하고 있다. 앞서 국제무역위원회(ITC)는 애플이 해당 기술에 대한 의료 기술 업체 마시모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하고 애플워치 일부 모델의 미국 수입을 금지했다. 미 정부가 이날 ITC의 결정을 그대로 인정하면서 애플의 타격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진 출처=AFP 연합뉴스]
미국 정부가 애플워치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수용하면서 웨어러블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가려던 애플 전략도 차질을 빚게됐다.

지난 3분기(7∼9월) 애플워치를 포함하는 웨어러블, 홈 및 액세서리 부문 매출은 93억 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다. 애플 전체 매출의 10% 정도로 이 중 애플워치는 4% 정도일 것으로 추정된다.

애플워치는 2015년 출시 이후 아이폰과 함께 사용되는 제품으로 많은 추가 매출을 만들어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워치의 연간 매출은 1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애플 워치는 애플의 헬스케어 전략의 핵심에 있는 제품으로 사용자의 각종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있다. 헬스케어 사업을 확장하는데 가장 중심에 있는 제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신 제품의 판매가 중단되면서 웨어러블 기기로 정체된 성장을 회복하려는 애플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소송으로 인해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이 없는 애플 워치 SE 만 정상적으로 판매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타격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애플의 신제품이 판매중단까지 이르게된 것은 중소기업에 대한 특허침해와 인력빼가기가 배경에 있다는 것도 알려져 혁신기업이라는 애플의 명성에도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애플이 특허소송에 패소해 제품의 판매까지 중단된 것은 중소기업의 아이디어를 빼앗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사실상의 심판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올해 4월 ‘애플이 만나자고 하는 것은 죽음의 키스다’라는 기사에서 애플로부터 피해를 입었다고 하는 다수의 중소기업들을 소개한 바 있다.

이번 사태로 마시모가 조명받고 있다.

마시모는 1989년에 설립된 의료기기 기업으로 나스닥 상장사다. 매출은 병실에서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에서 주로 나온다. 2022년부터 소비자용 기기 사업에 진출해서 마시모W1 스포츠, 마시모W1 메디컬 과 같은 웨어러블기기를 출시했다. 2022년에는 사운드유나이티드라는 프리미엄 오디오브랜드를 인수했다.

애플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마시모의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인 조 키아니는 WSJ과 인터뷰에서 “처음 애플에서 (우리회사를) 만나자고 하면 흥분하고 큰 기대를 갖게되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하고,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것을 알게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마시모는 애플에 18억달러 이상의 손해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LA타임스의 칼럼니스트인 브라이언 머천트는 “자본과 자원을 거의 무한대로 보유하고 있는 애플과 같은 거대 기업에 맞서려는 인물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다”면서 “하지만 애플 같은 회사가 기술을 독차지하는 것은 경쟁을 위축시키고 소비자에게 피해를 주며 실질적인 혁신을 제약하게된다”고 비판했다.

애플워치9, 울트라2 판매 금지 조치는 미국에 한정된 조치로 한국 소비자들에는 큰 영향이 없다. 또한, 미국 시장에서도 애플 워치를 사용하는 소비자는 대부분 아이폰 이용자라는 점에서 갤럭시 워치의 반사이익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비견할 수 있는 마시모와 애플 소송전은 2013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마시모의 주장에 따르면 회사는 애플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혈중 산소 측정 기기를 전시회에서 공개했고 이후 협업을 위해 애플과 만났다. 하지만 그 후 애플은 마시모의 해당기술과 관련된 임직원 20여명을 채용해갔다. 재판에서 마시모 측의 주장에 따르면 애플은 내부적으로 마시모를 인수하는 것도 검토하다가 ‘스마트 채용’이라는 이름의 인력 빼가기 전략을 세웠다. 인수하는데 드는 높은 비용보다 기술을 개발한 직원들에게 높은 연봉과 애플 주식을 주는 것이 더 싸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플은 2019년 채용해간 직원의 이름으로 특허를 등록한 후, 해당 기능을 애플워치에 탑재했다.

애플이 인력빼가기를 통해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마시모는 2020년 애플이 회사의 영업비밀을 훔쳐갔다고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에는 특허침해 혐의로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마시모는 미국 연방법원에서는 올해 5월 결국 패소했다. 하지만 올해 1월 ITC 에서는 침해혐의가 있다고 판결이 내려지면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10월 판결이 확정되고 애플워치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애플이 신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벌어진 것이다. 여기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백악관도 개입하지 않으면서 ITC 와 백악관 모두 중소기업 마시모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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