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교육의 질 떨어뜨리는 등록금 동결, 언제까지 고집할 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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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이 내년 등록금을 올해보다 최대 5.64%까지 인상할 수 있게 됐다.
대학들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직전 3개 연도 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1.5배를 초과하지 않는 범위'에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데, 2024년도 법정 인상 한도는 최근 높은 물가 상승률로 인해 2023년도(4.05%)뿐 아니라 이 제도가 도입된 2011년 이후 가장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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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대학들 동결 적극 동참” 압박
투자 없인 국제 경쟁력 제고 난망
오석환 교육부 차관은 그제 “고물가, 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을 고려해 등록금 동결에 적극 동참해 달라”고 대학들을 압박했다. 고물가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에 따른 가계부담 증가를 우려하는 정부 입장을 이해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재정난이 심각한 대학들을 언제까지 찍어 누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올해 35개 대학이 정부의 장학금 지원을 포기하면서까지 등록금 인상에 나선 건 더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방증이다. 일부 대학은 규제를 받지 않는 외국인 유학생과 대학원생의 등록금을 올리는 ‘꼼수’까지 쓰고 있다. 그간 교육부는 등록금을 올리면 ‘국가장학금 2유형’을 지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등록금을 통제했는데, 이제 그 방법마저 여의치 않게 된 것이다.
비현실적인 등록금 동결은 대학 교육의 질을 떨어뜨린다. 인공지능(AI)과 반도체, 배터리, 미래차, 바이오 등 산업계가 필요로 하는 첨단 분야의 고급 인력 양성이 발등의 불인데, 대학의 역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전국 4년제 사립대 실험실습비 예산은 2011년 2144억원에서 2021년 1501억원으로 오히려 30% 감소했다. 서울의 한 사립대는 제때 누수 공사를 하지 못해 연구실 천장이 무너지기도 했다. 이런 현실에서 대학 발전과 교육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나.
윤석열정부는 3대 개혁 과제 중 하나로 교육을 내세웠다. 게다가 역대 어느 정부보다 규제 혁파를 강조하고 있다. 등록금 인상 억제는 대학 경쟁력 향상을 가로막는 큰 걸림돌이다. 선진국들은 모두 산업의 고도화에 대응하기 위해 고등교육 투자를 늘려 가는데 우리만 거꾸로 가는 형국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신성장동력 발굴에 필요한 핵심 인재 양성은 대학들이 재정 위기에 허덕이는 상황에선 구현하기 어렵다. 정부가 진정 대학 경쟁력 향상을 원한다면 등록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대학의 호소를 더이상 외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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