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 돌아보기] 국회의장, 교육부 장관에게 쌈짓돈 챙겨주다

기자 2023. 12. 27. 2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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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표 국회의장이 지난 8월31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을 위해 2024년부터 2029년까지 6년간 특별교부금의 비율을 3%에서 4%로 늘리는 것이다. 이 법안은 김 의장이 11월 말 세입예산안 부수법안으로 지정하여 본회의에 자동부의되었고 12월21일 예산안과 함께 의결되었다. 2027년까지 이어지는 윤석열 정부 기간 동안 이 법이 적용된다.

교육재정의 가장 중요한 수입원은 국세에서 일정한 부분을 가져오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대부분 시도교육청으로 내려보내지만 교육부 장관이 사용할 수 있는 재정이 특별교부금이다. 특별교부금이 1% 늘어나면 교육부 장관이 사용할 수 있는 돈이 7000억원 정도 늘어나지만 시도교육청에 나누어주어 학교로 내려가야 할 돈이 그만큼 줄어든다.

21일 국회를 통과한 2024년 교육재정은 95조7888억원이다. 전년 대비 6조2091억원(6.1%)이 줄었다. 교육재정 감소 상황이 심각하다.

특별교부금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내내 4%를 유지하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후 2017년 12월에 3%로 축소되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면서 시도교육감의 교육자치 역량을 늘려주기 위해 축소한 것이다.

보수정부 시절 교육부 장관은 정부의 교육정책을 펼치고 진보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해 특별교부금을 주로 사용했다. 교육부의 국책사업에 대해서는 시도교육청이 재정을 책정한 만큼 지원해주는 매칭펀드 방식을 선호했다. 많은 재정을 가져오고 싶었던 시도교육청은 자연스럽게 정부가 추진하는 정책을 따라갔고 정부 정책과 다른 정책을 펼쳤던 진보교육감은 재정적으로 많은 손해를 봤다.

특히 보수정권 시절 특별교부금에 포함된 예비비의 경우 한 해가 끝나 남은 예비비를 시도교육청 평가를 통해 순위별로 차등적으로 나누어주기도 했다. 평가항목들은 얼마나 정부의 교육정책을 충실히 수행했는지에 관한 것들이었다. 학생 수가 적은 지역의 교육감이 교육부 평가를 통해 1위를 차지해 엄청난 돈을 추가로 받아 특혜를 누린 경우가 많았다. 특별교부금 증액은 국책교육사업을 확대하고 교육감들의 자치권을 축소하게 된다.

특별교부금의 증액 이유로 내세운 AI 디지털 교과서 사업은 효과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다. 학생 개인의 능력과 수준에 맞는 다양한 맞춤형 학습 기회를 지원하겠다고 하지만 디지털 교과서 개발자들조차 게으른 학습자와 느린 학습자, 학습장애 학생을 구분하지 못하고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의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에 따르면 10대의 주당 인터넷 이용시간이 2019년에는 17.6시간이었고 2022년에는 24.3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늘어났던 인터넷 이용시간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디지털 교과서 보급으로 청소년들의 인터넷 사용시간이 더 늘어날 것이 우려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별교부금은 ‘방과후학교 사업 등’에도 사용할 수 있다. 법률에서 ‘등’은 엄청난 자율권을 부여하는 글자이다. 교육부가 매우 기뻐할 문구이다.

연말이면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학교 체육관 건립예산 50억 확보’와 같은 현수막을 많이 건다. 국회의원들이 지역구에 가져오는 교육 관련 예산은 특별교부금 가운데 지역교육현안사업 예산이다. 교육부는 자신들에게 꼭 필요한 법안을 입법하기 위해 국회의원들을 설득할 때 이 예산을 많이 사용한다. 지역교육현안과 관련된 예산이 없던 시절 국회 교육위원회는 국회의원들의 비선호 상임위였지만 지역교육현안 예산이 생기고 나서 선호도가 많이 향상되었다.

더불어민주당 출신의 국회의장이 문재인 정부가 축소시킨 특별교부금을 증액하여 보수정권 시절로 돌아가는 것은 매우 유감스러운 일이다. 김진표 국회의장 지역구에 교육 관련 예산 확보 홍보 현수막이 걸리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만약 김 의장 지역구에 많은 금액의 지역교육현안사업 예산이 배정된다면 법안 발의 의도를 의심받게 될 것이다.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홍인기 교육정책 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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