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동훈 비대위, 검찰공화국 완성의 교두보 마련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국민의힘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으로 확정되었다. 행정부 권력을 확보한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에서 의회 권력까지 손에 넣기 위한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것이다. 대통령이 오래된 최측근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만들었다는 것은 당정을 완전히 장악했다는 것을 말하며, 만약 22대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이것은 대통령이 행정부 권력과 의회 권력을 포괄하는 정치시스템 내에서 진정한 패권세력의 수장이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검찰공화국의 완성이다. 따라서 총선 100여일을 앞두고 단행된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취임은 검찰공화국 완성을 향한 교두보 구축인 셈이다.
국가권력, 즉 행정부 권력을 가진 패권세력이 의회 권력까지 차지하려는 움직임은 사실 일반적인 현상이다. 독재를 경험한 인간 이성이 삼권분립 등 고매한 제도를 고안해 냈지만 현실 정치는 항상 행정부 세력이 의회 공간에 침투하려는 관성을 보여 왔다. 권력분립의 이상이 실현되기 어려운 이유는 정치세력을 획일적으로 선 긋듯 구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동일 정치세력이 행정부와 의회에 동시 포진할 수밖에 없는데, 정치시스템의 안정화는 행정부 세력이 동일 정치세력을 얼마나 많이 의회에 포진시키느냐에 달려 있다. 따라서 행정부 집권정치세력은 의원내각제하에선 연합내각보다는 선거 승리를 통한 다수내각 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며, 분권형 대통령제하에선 동거정부를 구성하기보다는 총선에서 승리하여 총리까지도 동일 정치세력 인사로 지명하는 대통령 중심 정부의 구성을 원한다. 그리고 대통령제하에선 총선에 승리하여 의회의 다수당 지위를 확보하고 분할정부가 아닌 통합정부의 형태를 구성하려 노력한다.
이처럼 행정부 세력이 의회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기도하는 모습은 일반적인데, 문제는 그 방향이 아니고 방식이다. 이 차이가 독재정권과 민주정권의 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절차적 민주주의 과정인 국민의 직접선거를 거쳐 선출된 지도자임에도 불구하고 의회 대응과 국정운영 전반에서 보여준 통치 스타일은 마치 독재정권의 수장을 상기시키는 소통 포기의 억압적 독선이다.
윤석열 대통령의 독선적 정치행위의 동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그것은 바로 행정부 세력의 수장으로서 가진 검찰 행정권력의 사적인 집행권에서 나온다. 이른바 ‘캐비닛 공포’이다. 소수정권을 이끌면서도 거대야당 대표를 철저히 무시하는 배짱, 기라성 같은 다선 의원이 포진한 여당의 중진인사들을 신속히 교통정리하는 능력, 이러한 것은 모두 캐비닛 공포가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대통령을 정점으로 한 2000여명의 검사 동일체 조직이 주시하고 있다는 위압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위협적인 정치 프로젝트이다. 증거재판주의하에서 일단 검찰이 철저히 뒤져서 실꼬리 증거라도 법정에 제시하면 피고는 어렵다. 소액의 벌금형만 받아도 정치생명은 끝난다. 야당에서는 물론 여당 내 그 누구도 유죄 판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공포가 확산되어 있다.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만들기까지 윤석열 대통령은 여당을 어떻게 주물러 왔는가. 행정부 세력의 여당 권력 찬탈 과정이었다. 대선 후보 윤석열은 대선을 전후로 장제원, 김기현, 권성동, 정진석 의원 등 이른바 윤핵관을 교두보로 하여 성공적으로 당에 안착했다. 대선이 끝나자 이준석 당대표를 내쫓았고 중진의원 김기현을 당대표로 내세웠다. 이제 총선을 앞두고 관계자가 아닌 윤석열의 순수 자체 세력으로 당의 패권을 완성하기 시작했다. 혁신의 기치를 내세우며 여권 중진들의 희생을 강조했다. 이준석을 없애기 위해 중용한 김기현 대표를 퇴진시켰으며 법무부 장관 한동훈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토록 했다. 이로써 윤석열 행정부 세력에 의한 여당 권력 접수 프로젝트는 성공적인 마침표를 찍은 셈이다.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총선에서 승리한다면 검찰세력은 당정을 장악하는 것을 넘어 한국의 의회권력까지 장악할 것이다. 명실상부한 검찰공화국의 시작이다.
송백석 영국 뉴캐슬대 정치학 박사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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