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홍 “최강 전력? 약한 부분 철저히 대비…당연한 우승은 없다”
수비형 MF·득점원 부재 등 고민
상대팀 맞춰 3안까지 준비해놓아
좋은 멤버라서 이겼다 하면 안 돼
동병상련 K리그 ‘울산 현대’ 응원
연령별 맡으며 유연해져 나도 성장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 금메달을 이끈 황선홍 감독은 최근 첫째인 딸의 결혼식을 치렀다. 큰일을 연달아 성공적으로 마쳤다는 안도감 덕분이었을까. 26일 성남 분당의 한 카페에서 만난 황 감독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번졌다.
황 감독은 “결혼식장에서 울지 않으려고 노력했는데 딸이 웃어서 다행이었다”면서 “딸의 결혼이 아시안게임 우승의 어마어마한 동기부여가 됐다. 우승해야 금상첨화라고 생각했다”며 활짝 웃었다.
대회 시작 전만 해도 황 감독의 어깨는 무거웠다. 이강인(파리 생제르맹), 정우영(슈투트가르트) 등 다수 해외파에 백승호, 박진섭(이상 전북), 설영우(울산) 등 K리그에서도 내로라하는 자원들로 꾸려 역대 최강 전력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우승해도 본전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황 감독은 “오히려 멤버가 약하다고 생각했는데, 너무 쉽게 우승을 했나”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는 와일드카드(24세 초과 선수)도 갖춰 최상 전력을 구축하기 전까진 고민이 많았다고 밝혔다. 2선 자원은 넘쳐났지만, 전형적인 수비형 미드필더가 없었고 센터백도 약해 보였다. 최전방에 확실한 득점원도 보이지 않았는데, 그런 팀을 운영해본 것은 처음이었다.
수많은 변수에 대처하려는 노력이 있었기에 금메달을 딸 수 있었다고 성공 요인을 짚었다. 황 감독은 선수 유형을 분류하고, 체력 저하 시점을 분 단위까지 계산해 적절한 선수들을 교체 투입한 것이 잘 맞아떨어졌다고 돌아봤다. 특히 중국과의 8강전에서 스트라이커 조영욱(서울)을 받치는 측면 공격수로 송민규(전북)와 안재준(부천) 카드를 꺼내 든 것이 가장 잘한 선택이라고 꼽았다. 황 감독은 “개인적으로는 공격적으로 움직이는 선수를 좋아하지만 때로는 송민규처럼 밑으로 내려와서 볼을 받아주는 타입의 선수도 필요하다”면서 “상대팀에 맞춰 1안부터 3안까지 다 준비를 해놓았었다”고 전했다.
황 감독은 그런 준비가 유독 잘 통하지 않았던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전이 최대 위기였다고 돌아봤다. 상대가 예상보다 거칠게 몸싸움을 걸어오면서 기술적인 축구를 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경기에 앞서 상대의 거친 플레이에도 동요되지 말라고 계속해서 강조했고, 선수들이 잘 따라준 덕분에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우즈벡전에서 보듯 변수는 늘 생긴다. 아무리 최상 전력을 갖췄다고 해도 스포츠에서 “당연한 승리는 없다”고 황 감독은 힘주어 말했다. 그는 “광주FC 이정효 감독도 한 경기 이기겠다고 전력 분석에 밤새운다고 하지 않나. 모든 지도자가 그렇다. 멤버가 좋으니 이겼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 이유로 2024시즌 K리그1에서 가장 응원하고 싶은 팀은 울산 HD다. 울산은 2002 한·일 월드컵 4강 신화를 같이 일궜던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팀으로 2023시즌에 구단 역사상 최초로 리그 2연패를 달성했다. 황 감독은 “울산, 전북 현대처럼 당연히 우승해야 한다고 보는 팀을 운영하는 것이 더 어렵다. 매번 이길 수는 없다”고 말했다.
황 감독은 포항, 서울 사령탑 등을 거치며 리그와 축구협회(FA)컵 우승을 이루는 등 프로 감독으로서 큰 성과를 거뒀다. 처음 맡은 연령별 대표팀 감독은 새로운 도전이었다. 황 감독은 전술적으로나 선수들과 관계를 맺는 데 있어 유연해진 점이 감독으로서 가장 성장한 부분이라고 꼽았다. 그는 경기장 혹은 훈련장으로 이동하는 버스 안에서 선수들 편한 대로 음악을 틀라고 권한다며 “대신 운동장에서는 집중해서 해야 할 때는 하자고 얘기하고, 그런 것들만 지켜주면 나머지는 웬만하면 원하는 대로 해주려 한다”고 말했다.
황 감독에게 2024년 또 다른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4월 중순부터 파리 올림픽 아시아 예선을 겸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아시안컵이 열리고, 이 관문을 넘으면 7~8월 파리 올림픽에 나선다. 그는 “지금까지 그런 긴장감이나 무게감을 잘 넘겨왔고, 그런 승부가 즐겁다. 매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지만, 잘 이겨내는 게 또 황선홍이라는 사람이 할 일 아닌가 싶다”면서 “잘 준비해 또 다른 희열을 느껴보고 싶다”며 웃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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