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물건에 대한 세세한 이야기, 새로 인정받은 느낌”

이유진 기자 2023. 12. 27.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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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백화점은 한층 예뻐졌다.

"건축은 다르지만 실내는 도시 중산층 가족 공간인 응접실을 중심으로 한 문화주택이 그대로 아파트 안에 녹아들었다. 서구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문화주택 방 구조가 지금 주택 실내 구조와 거의 흡사하다. 옛날 응접실 세트, 식탁 세트, 침대 등도 그때 방식 그대로 쓰고 있으니 (내가 하려는 연구는) 실내장식의 원류를 찾아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백화점 연구가 많았지만 그 안의 물건에 관한 연구는 없었듯이 문화주택 연구도 많지만 그 안의 모습은 연구된 것이 없다. 유리창, 전구, 부엌 물건, 커튼, 장판 같은 것을 들여다보고 싶다. 궁궐 실내도 한·일을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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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승전21] <경성백화점 상품 박물지> 저자 최지혜 “한·일 주택 비교 등 더 연구하고파”
2023년 6월 최지혜 박사가 미국 워싱턴 주미대한제국공사관에서 실내재현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최지혜 제공

크리스마스가 가까워지면서 백화점은 한층 예뻐졌다. 서울 중구에 자리잡은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은 건물 겉면을 대형 스크린처럼 화려하게 꾸몄다. 서울 영등포구 더현대 서울은 내부에 트리와 통나무집 등을 활용한 크리스마스 마을(H빌리지)을 만들어 체험 공간을 선보였다.

연말연시를 맞아 미술사학자이자 근대건축 실내재현 전문사 최지혜 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는 2023년 6월 1920~1930년대 일제강점기 경성백화점에서 팔았을 법한 물품 이야기를 담은 <경성백화점 상품 박물지>(혜화1117 펴냄)를 펴내 호평받았고 <한겨레21>과 인터뷰했다. 그의 책은 2023년 연말 각 언론사가 꼽는 ‘올해의 책’에 여러 번 거론됐다.

―요즘 어떻게 보내는가.

“연구하고 사료 보고 전과 똑같이 지낸다.”

―그간 북토크 등으로 독자를 많이 만났을 텐데, 어떤 질문이 나왔나.

“자료를 어떻게 찾았냐, 사료 모으는 데 얼마나 걸렸나 같은 자료 관련 질문이 많았다. 요즘은 온라인에서 사료를 볼 방법이 다양하고 열려 있기 때문에 누구라도 엉덩이만 붙이고 있으면 다 볼 수 있다. 고신문도 아카이빙이 잘돼 있고, 국내외 논문도 온라인으로 다 볼 수 있다. 내가 쓰는 책은 누구나 쓸 수 있다.”

―겸손한 말씀이다. 그래도 본인만의 시각이 있지 않나.

“영국에서 ‘오브제’, 물건에 대한 역사를 오래 공부했고 지금까지 연구를 이어왔기 때문에 옛 물건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에서 남보다 강점이 있다.”

최지혜 제공

―<경성백화점 상품 박물지>가 호평받았는데.

“생각지 못한 거라 뜻밖이었다. 출간됐을 때부터 많은 언론사가 다뤄줘서 출판사도 이례적인 일이라고 했다. 누군가 이런 책을 써주길 바란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을 보신 분들도 나를 보는 시각이 달라진 것 같다. 기존에는 그저 ‘앤티크’를 공부하고 근대 실내를 재현하는 사람이라고 대략 알았는데 미시적으로 아이템 하나하나를 연구하니 기존 작업도 새롭게 인정받는 느낌이다.”

―앞으로 어떤 연구를 해나갈 계획인가.

“일본에서 잠시 공부해보고 싶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인들이 한반도에서 건축과 실내장식을 많이 했는데 당시 일본과 한국의 주택, 궁궐의 실내장식을 비교 연구해볼 계획이다. 그걸 하면서 1920~1930년대 우리나라 ‘문화주택’ 내부가 어떤 식으로 꾸며졌고 방 안에는 어떤 물건이 있었는지 세부적으로 살피는 연구를 해보려 한다.”

―한국은 아파트 중심으로 주택이 바뀌었는데.

“건축은 다르지만 실내는 도시 중산층 가족 공간인 응접실을 중심으로 한 문화주택이 그대로 아파트 안에 녹아들었다. 서구에서 일본을 거쳐 들어온 문화주택 방 구조가 지금 주택 실내 구조와 거의 흡사하다. 옛날 응접실 세트, 식탁 세트, 침대 등도 그때 방식 그대로 쓰고 있으니 (내가 하려는 연구는) 실내장식의 원류를 찾아가는 것이라 볼 수 있다. 백화점 연구가 많았지만 그 안의 물건에 관한 연구는 없었듯이 문화주택 연구도 많지만 그 안의 모습은 연구된 것이 없다. 유리창, 전구, 부엌 물건, 커튼, 장판 같은 것을 들여다보고 싶다. 궁궐 실내도 한·일을 비교하는 연구가 필요하다.”

―<한겨레21>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요즘 독자는 잡지나 신문 등 종이로 된 것을 잘 보지 않는다. 모바일로 관심 있는 타이틀이 뜰 때만 텍스트를 읽는 사람이 많은데― 나는 워낙 아날로그적인 사람이라 그런지 ― 잡지, 신문, 책 같은 종이를 많이 읽어봐줬으면 한다. 독자가 없다고 해서 신문사도 종이 잡지나 신문을 없애지 말고, 온라인 기사만 남기는 일이 없길 바란다. 종이책이 점점 없어지는 추세이지만 없어지면 너무 슬플 것 같다. 독자가 책을 읽지 않는다면 책을 낼 이유도 없다.”

이유진 선임기자 fro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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