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농축 우라늄 재증산’ 확전 우려 높이는 이란
후티 등 친이란 측 공세 겹쳐
미·이스라엘에 ‘실력 행사’
이란이 핵무기 개발 가능성이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다시 늘렸다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가 26일(현지시간) 공개됐다. 이란의 직간접적인 지원을 받는 예멘 후티 반군과 레바논 헤즈볼라, 시리아·이라크 무장세력의 이스라엘 공격 수위도 높아지면서 확전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종식을 위해선 결국 이란을 어떻게든 움직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IAEA는 이날 회원국에 보낸 보고서에서 “지난달 말부터 포르도와 나탄즈 핵시설에서 60%까지 농축한 우라늄 생산을 늘리고 있다”며 “최근 한 달 증산된 고농축 우라늄 물량은 약 9㎏으로 확인된다”고 설명했다.
IAEA는 지난 9월 보고서에서 이란이 고농축 우라늄 감산 움직임을 보인다며 매달 9㎏ 생산하던 60% 농축 우라늄을 8월엔 3㎏까지 줄였다고 밝혔다. 이에 이란이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파기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복원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외신들은 이란이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늘렸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특히 60%까지 농축된 우라늄은 보통 2주 안에 핵폭탄 제조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란이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실력 행사에 돌입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이스라엘과 하마스가 유혈 충돌을 벌이고, 이를 계기로 미국과 이란의 갈등이 확산하는 가운데 IAEA 보고서가 나왔다”며 “고농축 우라늄 생산량을 3배 늘리기로 한 이란의 결정은 긴장 완화를 위한 미국의 외교 노력이 무너졌음을 의미한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이란 지원을 등에 업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도 계속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후티 반군은 이날 성명을 내고 “홍해에서 3차례 경고를 무시한 상업용 선박 ‘MSC 유니이티드호’를 미사일로 공격했다”고 밝혔다. 후티 반군은 또 이스라엘 남부 항구도시 에일라트와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있는 이스라엘 군사시설에 무인기(드론)를 출격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군은 자국을 향해 날아오는 미사일을 요격했다고 밝혔다.
전날엔 이란 연계 무장세력인 카타이브 헤즈볼라가 이라크 주둔 미군 기지에 드론 공격을 감행해 3명이 다쳤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곧바로 보복 타격을 지시했고, 미군은 이라크에 있는 카타이브 헤즈볼라 시설을 다수 파괴했다.
이란 내부 분위기도 심상치 않다. 전날 이스라엘군의 시리아 공습으로 이란 혁명수비대 고위 장성인 라지 무사비가 사망하자 이란 대통령은 “분명히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보복을 예고했다.
전문가들은 아직 이란이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에 직접 개입하진 않았지만, 배후에서 반이스라엘 세력을 규합하는 등 확전 여지를 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크리스토퍼 치치비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미국 국정 프로그램 책임자는 가디언 기고문에서 “예멘, 시리아, 레바논, 이라크, 이스라엘, 이란에 걸쳐 더 넓은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 공포는 이미 충분히 심각하지만, 더 큰 화재가 발생하면 미국과 중동 전체에 큰 재앙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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