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부상자들, 열악한 의료환경에 신체 절단 속출
‘팔다리를 자르느냐, 아니면 죽느냐.’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 사는 사이마 나바힌(22)은 공습으로 발목이 부분적으로 절단된 후 병원에서 패혈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그에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왼쪽 다리를 잘라야 한다고 해 결국 왼쪽 무릎 아래 15㎝를 절단하기로 했다. 그는 절단 이후 진통제 없이는 잠을 잘 수 없다고 했다. 나왈 자베르(54)도 지난달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집이 파괴됐을 때 상처를 입고 양쪽 다리를 절단했다.
가자지구 의료 상황이 날로 열악해지며 많은 부상자들이 이 같은 딜레마에 빠졌다고 AP통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군의 공습과 건물 붕괴 등으로 팔다리에 상처를 입어 병원으로 이송된 부상자와 이들을 치료하는 의료진은 힘든 선택을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신체 일부를 잃은 이들이 부상 이후 적절한 처치를 받았더라면 절단까지는 하지 않아도 됐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이들은 병원으로 옮겨진 후에도 더 긴급한 환자에게 우선순위를 내주거나, 의료진과 의료용품 부족으로 마땅한 치료를 받지 못했다. AP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 36개 중 9개만 운영되고 있으며, 그나마도 장비와 인력이 부족해 제대로 처치와 수술을 할 수 없다.
나바힌은 가자시티의 알아크사 병원으로 이송돼 상처 부위를 봉합하고 지혈했으나, 점점 중상자가 늘어나며 의료진의 관심을 거의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사이 그의 다리는 검게 변하기 시작했다. 그는 “내 인생 전체가 바뀌었다. 한 걸음이라도 걸으려면, 어디든 가려면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남부 칸유니스의 나세르 병원에서 일했던 의사 주르델 프랑수아는 “다리가 으스러졌지만 다른 환자에 밀려 수술을 받지 못한 어린 소녀는 결국 사망했다. 아마도 패혈증 때문이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매일 50여명이 몰려든다. 선택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최근 가자지구 내 여러 병원을 둘러본 세계보건기구(WHO)의 숀 케이지는 “외상에 가장 먼저 대응할 수 있는 혈관외과 의사가 심각히 부족해 사지 절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밝혔다.
장애를 입은 이들이 일상으로 복귀하기에는 가자지구의 환경이 너무나 열악하다는 점도 문제다. 가자지구 인구 약 230만명 중 85%가 피란민이 됐다. 이들 대부분은 임시 텐트, 쉼터로 개조한 학교, 친척집 등에 살고 있다. 가자지구는 물과 음식, 기본 생필품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WHO와 국경없는의사회는 의료용품 전달을 위해서라도 휴전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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