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같은 삶 남기고 간 윤정희·분단 극복 화두 삼았던 강만길[아듀 2023 송년 기획-우리 곁을 떠난 인물들]
문화·스포츠
배우 윤정희씨는 지난 1월19일 프랑스 파리에서 향년 79세로 별세했다. 1960년대 문희·남정임씨와 ‘여배우 트로이카’ 시대를 열었던 고인은 마지막 영화 <시>의 역할처럼 알츠하이머 진단을 받고 투병해왔다. 남편인 피아니스트 백건우씨가 고인의 곁을 지켰다고 한다.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는 3월11일 자택에서 향년 51세로 숨졌다. 고인은 생전 <검정고무신>의 저작권을 두고 제작사와 분쟁을 벌여왔다. 이우영씨의 죽음은 창작자들이 겪는 불공정 계약의 문제와 관련 제도의 정비 필요성을 일깨웠다.
가수 현미씨는 4월4일 향년 85세로 세상을 떴다. 고인은 풍부한 성량을 자랑한 1960년대의 대표적 ‘디바’였으며, 1·4 후퇴 때 동생들과 헤어진 이산가족이기도 했다. 그는 노래 실력만큼 화려한 입담도 자랑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늘 유쾌하고 즐거운 모습을 보였다고 전해진다.
아이돌 그룹 아스트로의 문빈씨는 4월19일 자택에서 25세 나이로 안타까운 죽음을 맞았다. 많은 사랑을 받으며 활발히 활동해온 젊은 가수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팬들을 중심으로 추모 열기가 일었다. 문빈씨의 죽음은 화려한 K팝 산업 이면의 그늘을 다시 들췄다.
개그맨 서세원씨는 4월20일 캄보디아에서 향년 67세로 세상을 떴다. 1980년대 언어유희를 활용한 토크쇼로 인기를 끌었고, 영화 제작에도 큰 관심을 보였다. 2000년대 이후의 삶은 횡령, 해외 도박, 폭행 의혹 등으로 얼룩지기도 했다.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는 6월23일 향년 90세로 별세했다. 그는 유신 정권을 비판하는 글을 썼고 5·18민주화운동 직후 항의집회 성명서를 쓰는 등 비판적 지식인으로 살았다. 그의 평생 화두는 분단 극복과 평화통일 연구였다.
배우 변희봉씨는 9월18일 향년 81세로 별세했다. <조선왕조 오백년: 설중매> <수사반장> 등 드라마에서 독특한 악역 연기로 깊은 인상을 남긴 그는 봉준호 감독의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등 영화에 출연하며 ‘재발견’됐다.
한국 단색화를 대표하는 박서보 작가는 10월14일 92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그는 교육가로 후학을 양성하고 미술행정가로도 활약했다. 생의 마지막까지 “캔버스에 한 줄이라도 더 긋고 싶다”고 한 그는 한국의 현대미술을 해외에 널리 알린 작가이기도 했다.
조계종 총무원장을 역임한 자승 스님은 11월29일 경기 안성 칠장사 화재 현장에서 세상을 떴다. 향년 69세. 그는 “생사가 없다 하나 생사 없는 곳이 없구나. 더 이상 구할 것이 없으니 인연 또한 사리지는구나”라는 열반송을 남겼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이 ‘소신공양’했다고 밝혔다.
김수용 감독은 12월3일 향년 94세로 별세했다. 1960년대 최고 흥행작 <저 하늘에도 슬픔이>를 연출했으며, 문학 작품을 순도 높게 각색한 ‘문예 영화’의 대가로 꼽혔다. 그는 평생 109편의 영화를 연출한 다작 감독이기도 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축구 지도자 박종환 전 감독은 10월7일 별세했다. 1983년 멕시코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선 멕시코·호주·우루과이를 격파하고 한국 축구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 4강 진출을 이끌었다. 1989년 신생 프로팀인 일화를 이끌며 K리그에서도 활약했으며 1993년부터 3년 연속 K리그를 제패했다.
1984년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 여자농구 은메달리스트 김영희씨가 1월31일 향년 60세로 별세했다. 김씨는 당시 여자 선수로는 드문 키 2m의 센터로 19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1984년 LA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해 올림픽 은메달과 함께 체육훈장 백마장과 맹호장 등을 받았다. ‘거인병’으로 불리는 말단비대증으로 건강이 악화했으며 이후 뇌종양, 저혈당 및 갑상선 질환, 장폐색 등의 합병증으로 오래 투병했다.
한국 프로야구 출범 첫해 우승 팀 OB 베어스 사령탑이었던 김영덕 전 감독은 1월21일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6년 일본에서 태어난 김 전 감독은 1964년 한국에 와 실업야구 최고의 투수로 이름을 날렸다. 1970년 한일은행에서 감독 겸 선수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OB 감독을 맡았고 그해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다. 삼성과 빙그레(현 한화) 사령탑도 맡았던 김 전 감독은 프로야구 11시즌 동안 정규리그 1207경기에서 707승20무480패(승률 0.596)의 기록을 남겼다.
임지선·황민국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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