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들은 돈 내고 들어와서 오래 즐기고 싶지 않나?” 한화 41세 레전드가 본 피치클락 ‘예리한 지적’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팬들은 돈 내고 들어와서 오래 즐기고 싶지 않나?”
2024시즌 KBO리그에 대변혁이 일어난다. 피치클락과 ABS(스트라이크, 볼 자동판정) 시스템이 동시에 도입된다. 메이저리그도 올해 피치클락을 도입했지만, ABS는 마이너리그와 독립리그에서 시험 가동하는 실정이다.
허구연 총재의 초강공 드라이브다. KBO리그의 10년~20년 미래를 대비해 지금 개혁 수준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위기감을 갖고 있다. 경기시간 단축은 야구산업의 미래와 직결됐고, 모든 구성원이 지금부터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3시간대 초반의 평균 경기시간이 올해 2시간40분대로 떨어졌다. 반면 올해 KBO리그는 9이닝 평균 3시간12분, 연장 포함 3시간16분이 걸렸다. 9이닝 기준 3시간11분, 연장 포함 3시간15분이던 작년보다 오히려 1분 늘어났다.
한화 이글스 레전드이자 KBS N 스포츠에서 해설을 하는 김태균(41)은 27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태균[TK52]를 통해 피치클락에 대한 솔직한 견해를 드러냈다. 메이저리그 스카우트와 대화를 통해 메이저리그 사례를 자연스럽게 끄집어냈다. 김태균은 피치클락에 대해 전혀 모르는 ‘컨셉’(?)을 잡고 구독자들을 쉽게 이해시켰다.
KBO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시행수칙은 나오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투수는 직전 투구가 끝난 뒤 무주자시 15초, 유주자시 20초였다가 내년부터 18초로 단축된다. 타자는 타격 후 8초 이내에 배터박스에 들어가야 한다.
김태균은 “사실 이거 너무 좋다. 스피드업이 최근 야구 트렌드에 맞다. 적극 찬성한다. KBO에서 예전에 타자가 박스에 들어가는 시간을 잰 적이 있었다. 나도 루틴이 좀 긴데, 들어가서 뭔가를 못 하니까 타석에서 집중이 안 되고 X싸고 덜 닦은 것처럼 막 찝찝하고 그랬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김태균은 “피치클락을 해야 한다. 경기시간이 길어지면 선수들도 힘들어한다. 그러다 보니 타석에서 집중력도 떨어졌다. 팬들에게도 좀 고급야구, 퀄리티 있는 야구를 보여주려면 시간이 좀 줄긴 해야 한다. KBO리그가 평균 3시간이 넘어가는데”라고 했다.
메이저리그도 처음엔 피치클락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가 많았다. 그러나 시즌 중반 이후 적응하면서 오히려 좋아하는 선수가 많았다는 얘기가 나왔다. 그러자 김태균도 “선수들도 적응하고 만족감이 있었나 보네”라고 했다.
단, 팬들 입장에선 색다르면서 날카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치어리더, 선수별 응원가 등이 없다. 조용히 박수 치며 관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KBO리그는 치어리더가 선수마다 다른 응원을 주도한다. 먹거리도 많고 구단들이 자체적으로 실시하는 이벤트도 많다.
김태균은 “팬 입장에선 돈 아까울 것 같은데. 돈 내고 들어와서 좀 오래 즐기고 싶지 않나”라고 했다. 그러면서 “KBO리그 입장료를 잘 모르지만, 그 돈을 투자해서 3시간 반, 4시간을 정말 재밌게, 맛있는 것 먹으면서 놀 수 있는 곳이 그렇게 많지 않다. 가격 대비 성능이, 내가 볼 땐 야구를 즐기면 ‘좀 빨리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분도 있을 것 같다. 메이저리그는 조용히 관람하니 시간이 길어지면 지루해질 수 있다”라고 했다.
김태균의 이 얘기도 일리 있다. 실제 현장에선 피치클락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단순히 경기시간을 줄이는 게 야구산업의 미래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시선도 있다. 경기시간이 길어지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드러내는 사람도 있지만, 김태균의 말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메이저리그도 시행 초반이고, KBO리그는 이제 막 시작하려는 시점이다. 변화는 필요했고, 우선 지켜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2024시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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