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또 늦추려 ‘재탕’ 대책으로 여론전

김해정 2023. 12. 27.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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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당정, 50인 미만 적용 한달 앞 발표
김미숙 김용균재단 이사장이 2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중대재해 취약분야 지원대책 당정협의회 회의장 앞에서 ‘중대재해처벌법 50인(억) 미만 적용유예 연장 폐기하라’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있다.김경호 선임기자 jijae@hani.co.kr

국민의힘과 정부가 법 제정 뒤 3년간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추가 유예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 대책을 내놨다. 하지만 법 개정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정부 대책을 거부하고 노동계도 “내용이 재탕인데다 실효성도 없다”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섬에 따라 추가 유예는 쉽잖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과 정부는 27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마련한 ‘중대재해 취약분야 기업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50인 미만 사업장을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 및 맞춤형 지원 연계 △안전보건 관리 역량 확충 △직업환경 안전 개선 지원 △민간 주도 산업안전 생태계 조성 등 4대 분야에 31개 대책으로 구성됐다. 중대재해처벌법은 2021년 1월 제정된 뒤 50인 미만 사업장엔 3년 유예 끝에 2024년 1월27일부터 적용에 들어가는데, 이를 2년 더 유예하는 내용으로 법 개정을 요구하며 정부와 여당이 대책을 던진 것이다.

이번 대책을 두고 전문가와 노동계는 “기존 사업의 재탕”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지원대책 중 신규 사업은 ‘공동안전관리전문가 지원사업’이 유일하다. 소규모 사업장들이 모인 공단 등에 공동으로 안전관리 전문가를 두고 정부가 인건비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지원 규모가 600명에 불과하다.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컨설팅·기술지도 지원, 스마트 안전장비 시설 지원 등은 노동부가 지난 2년간 진행해온 사업들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이날 성명을 내어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이후 3년 동안 진행하고, 실패로 귀결된 대책을 포장지만 바꿔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내년 예산도 올해(1조2천억원)에 견줘 사실상 늘지 않았다는 게 노동계 주장이다. 당·정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된 1조2천억원에 더해 “제도 개편에 따른 안전관리비용 등 간접 투입 효과를 합쳐 총 1조5천억원 규모”라고 설명했다. 내년에 행정고시 변경으로 전체 공사금액 중 산업안전관리비 한도를 상향하면 민간 공사현장에서 산업안전관리비가 약 3천억원 정도 늘 수 있단 얘기다. 하지만 최명선 민주노총 안전보건실장은 한겨레에 “민간 공사현장에서 산업안전보건관리비는 기업이 부담하는 것으로, 정부 예산이라 볼 수 없다. 사실상 3천억이 증액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정부는 50인 미만 사업장 83만7천개 전체를 대상으로 ‘산업안전 대진단’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진단을 기업 자체적으로 한다는 점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은 “자체 진단을 하지 않아도 페널티는 없다”며 “사실상 소규모 사업장 안전에 대한 방임과 방치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고 짚었다. 원·하청 간 산업안전 상생협력 사업도 제도의 강제력 없이 원청의 선의를 전제로 한 탓에 실제 효과는 물음표다.

정의당과 민주노총, 시민단체 생명안전행동은 이날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유예 연장을 반대하며 국회 앞에서 국회 본회의가 열리는 28일까지 1박2일 농성에 들어갔다. 2018년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김용균씨 어머니 김미숙씨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을 더 유예하자는 건 이들을 계속 죽이겠다는 것”이라며 즉각 시행을 요구했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은 이날 당정협의 결과에 “받아들일 수 없는 내용”이라며 거부 반응을 보였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우리 당이 제시한 조건을 대책에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며 “절대로 여당과 유예안을 합의해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 298석 중 167석을 차지한 민주당이 반대하면 본회의는커녕 소관 상임위원회 문턱도 넘을 수 없다.

김해정 기자 sea@hani.co.kr 엄지원 기자 umki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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