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식 검사입니다’ 보이스피싱 조직 일망타진

중 칭다오 등서 콜센터 사기
29억 가로채…19명 구속기소

쇼핑몰 직원과 경찰, 검사를 사칭해 약 29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콜센터 조직이 적발돼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 범죄 정부합동수사단은 ‘계좌가 범죄에 활용되고 있으니 잔액을 송금하면 수사 후 돌려주겠다’며 피해자 58명을 속여 돈을 갈취한 보이스피싱 일당 27명을 입건하고 그중 19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검찰 조사 결과 이들은 2017년 7월부터 2019년 7월까지 중국 칭다오, 다롄 등에서 보이스피싱 콜센터 상담원으로 활동했다. 이들은 ‘쇼핑몰 직원’과 ‘경찰 형사’, ‘검사’로 역할을 나눠 조직적·단계적으로 피해자들을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미끼 문자를 보고 연락한 피해자에게 쇼핑몰 직원을 사칭한 1차 상담원이 ‘경찰에 신고해주겠다’며 2차 상담원을 연결하면, 사이버수사대 소속 경찰 행세를 한 2차 상담원이 악성앱을 설치하게 한 뒤 담당 검사를 연결해주겠다며 3차 상담원에게 넘기는 식이었다. 3차 상담원은 영화 <더 킹>에 등장하는 ‘한강식 검사’로 자신을 소개하면서 ‘계좌가 범죄에 이용되고 있어 잔액을 국가안전계좌로 송금하면 수사 후 반환하겠다’고 피해자들을 속였다.

이들은 2018~2020년 당국의 수사 선상에 올랐으나 검거된 조직원들이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일부는 석방되면서 수사가 중단됐다. 서울 강북구·노원구 일대에서 함께 자란 친구 또는 선후배 관계인 이들은 ‘짝퉁(레플리카) 사업, 유흥주점(KTV) 사업 등을 위해 중국에 방문했다’고 조직적으로 진술을 짜맞추기도 했다.

지난 1월 이 사건 재조사에 착수한 검찰은 현장잠복과 IP 추적, 휴대폰 포렌식, 출입국 내역 확인, 계좌 거래내역 분석 등을 통해 지난 4년간 암장됐던 보이스피싱 조직의 실체를 규명했다.

김송이 기자 songy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