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길, 닮은꼴…이준석·한동훈 ‘인용 정치’
“앞으로 저만의 NeXTSTEP”
이, 잡스 표현 빌려 탈당 회견
한 “지금이 바로 그때” 취임사
서태지와 아이들 곡 가사 연상
‘더 젊은 보수’ 전략 경쟁 예고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각기 탈당 선언문과 취임사에 자신의 정체성과 강점을 드러내는 장치를 숨겨뒀다.
이 전 대표는 27일 탈당 선언문에서 “앞으로 저만의 NeXTSTEP을 걷겠다”고 말했다. ‘다음 걸음’으로 해석되는 영문이나 대문자 사용법이 독특하다.
2011년에 세상을 떠난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난 뒤 만든 회사 이름이 NeXT, 그곳에서 개발한 컴퓨터 운영체제가 NeXTSTEP이다.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로 당을 성공시켰음에도 윤석열 대통령과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당 주류 인사들에 의해 ‘축출’당했다고 주장하는 이 전 대표 본인 처지와 유사점을 찾은 것으로 풀이된다. 혁신의 아이콘인 잡스를 빌려 보수정당 및 정치 혁신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도 보인다.
이 전 대표는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했다. 이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출마 당시 당원들에게 건넸던 출마의 변 일부이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이 비겁한 교훈을 가르쳐야 했던 우리의 600년 역사, 이 역사를 청산해야 한다”고 말했다. 탈당 선언 장소인 서울 노원구 ‘마포숯불갈비’를 두고는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불판갈이론’과 유사하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 전 대표는 “ ‘노회찬의 정의당’까지, 다양한 스펙트럼과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전날 취임사에서 “여러분, 동료 시민과 미래를 위한 빛나는 승리를 가져다줄 사람과 때를 기다리고 계십니까. 우리 모두가 바로 그 사람들이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고 말했다. X세대 상징인 서태지와 아이들의 노래 ‘환상 속의 그대’ 가사를 참고한 것으로 보인다. 낡은 진보와 다른 젊은 보수 이미지를 목표했다는 해석도 나왔다.
한 위원장은 “야당의 폭주를 막지 못할 수도 있다는 공포를 느낄 만하다. 저는 용기 내기로 결심했다”고 했는데, 이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가 연설한 ‘공포는 반응이고 용기는 결심이다(Fear is reaction. Courage is decision)’를 차용한 것으로 해석됐다.
이 전 대표가 한 위원장 하루 뒤 선언문을 썼다는 점에서 전략적 어휘 선택이란 해석도 나온다. 한 위원장이 X세대 젊은 보수를 자처했다면, 이 전 대표는 더 젊은 세대를 앞세워 ‘더 젊은 보수’를 상징했다는 것이다.
과거 인물, 명언 등을 즐겨 인용하는 두 사람의 스타일상 ‘이스터 에그’(Easter Egg·게임 개발자가 게임 속에 재미로 몰래 숨겨놓은 메시지나 기능) 정치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문희 기자 moon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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