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등불 같은 곳"…일요일만 문 여는 병원을 아시나요
외국인 이주노동자들은 몸이 아파도 제때 병원을 찾아가 치료 받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이들을 26년째 무료로 돌봐주는 진료소가 있는데, 이주노동자들에겐 등불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밀착카메라 권민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이 모여 있습니다.
안쪽에 자리가 없어서 바깥쪽까지 줄을 섰는데요. 정부지원금 없이 기부와 봉사만으로 이뤄지는 이곳에선 이주노동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울 성북구에 있는 라파엘 클리닉입니다.
이주 노동자들이 쉬는 일요일에만 문을 엽니다.
[지쿠치/나이지리아 이주노동자 : 오늘 제가 첫 번째로 도착했어요. 8시 5분에 왔어요.]
대부분 몸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성한 곳이 없습니다.
일하며 다치는 건 일상입니다.
[무하마드 시리프/이주노동자 : 손을 다쳤어요. 일하다가 다쳤어요.]
라파엘 클리닉엔 보통의 병원과 다른 풍경이 많습니다.
이렇게 접수하는 곳이 영어로도 안내돼 있고요.
진료 접수를 하고 나면 접수번호를 칠판에 하나하나 적어서 순서대로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김창덕/라파엘클리닉 대표이사 : 크게…숨 크게 쉬세요. 크게 쉬세요.]
휴대폰 번역기에는 며칠을 끙끙 앓았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다 보니 병을 키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김만진/라파엘클리닉 치과의사 : 잇몸 아프다고 오셨는데 염증이 좀 심하네요 지금. 이가 썩어 문드러져서 오는 분들이 많아요. 치료를 못 받으시니까.]
이곳에서 목숨을 건진 이주노동자들도 있습니다.
9전 전 얼굴을 다친 레놀씨는 긴급수술을 받았습니다.
[레놀/필리핀 이주노동자·봉사자 : 토도 하고 피도 나왔어요. 그래서 선생님이 '빨리빨리 응급'이라고…]
고마운 마음에 지금은 다른 환자들의 통역을 돕고 있습니다.
타국에서의 겨울이 더 추울 이들에게 도움이 되고픈 마음은 모두 같습니다.
[박소윤/라파엘클리닉 약사 : 약사님들이 많이 못 오실 줄 알고, 시간 내서 온 건데 다들 그런 마음으로 오셨더라고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은 체류 신분이 불안정 합니다.
보험 혜택도 받을 수 없습니다.
그렇다보니 조건없이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 절실합니다.
[메꼬눈/에티오피아 난민 : (친구가) 보험이 없어서 돈 없어서. 여기 무료잖아요. 그래서 왔어요.]
하지만 아프다고 다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병원이 자원봉사로 유지가 되다보니 원하는 과목의 진료를 받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땐 매주 오기도 합니다.
[다음 주에 다시 오세요. 오늘은 꽉 찼어요.]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이주노동자들을 위한 이 진료소가 26년째 문을 열고 있는 이유입니다.
[작가 강은혜 / VJ 박태용 / 취재지원 황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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