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불판론’ 의식했나? 이준석 고깃집서 탈당 선언한 까닭은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서울 노원구 상계동 소재의 한 갈빗집에서 27일 ‘탈당회견’을 연 가운데, 장소 선정 이유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이 전 대표가 평소 정치 선배로 생각해왔던 고(故) 노회찬 의원의 ‘불판론’을 의식한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노 의원은 2004년 17대 총선 직전 열린 방송사 토론에서 거대 양당을 비판하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고생하셨습니다. 이제 퇴장하십시오. 50년 동안 썩은 판을 이제 갈아야 합니다. 50년 동안 똑같은 판에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 고기가 시커메집니다. 판을 갈 때가 이제 왔습니다”고 했다. ‘정치 물갈이’를 ‘불판 갈이’에 빗댄 것이다. 이후 불판론은 노 의원 최고 어록 중 하나로 꼽히며 정치권에서 여러 차례 회자됐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전 대표는 노 의원을 떠올리곤 눈물을 참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지향점이 같다면 다른 세력과도 연합할 수 있나’라는 취지 질문에 “제가 함께할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라며 “(기자회견문을) 읽을 때도 눈물이 안 났는데 노회찬을 말하니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 이 발언 도중 잠시 멈칫한 후, 주변에서 건네준 손수건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20대 때부터 노 의원과 인연을 유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8년 “27살 얼떨결에 정치권에 들어와 고민이 많던 시절, 여의도의 한 식당에서 (노 의원을) 만나 인사를 드렸다”며 “당시 그분의 지역구인 상계동 출신이라고 말씀드렸더니 그 뒤로 참 많이도 아껴주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몇 달 뒤 백분토론에서 마주쳤을 때 참 설레었다”고 했다.
지난달에는 노 의원의 불판론을 직접 언급, “고깃집 가면 탄 것을 긁어내는 것만으로도 다음 고기를 구울 수 있을 때도 있지만, 안 되면 불판을 갈아야 한다”며 “보수도 이제 탄 걸 긁어내는 것만으로 정치가 지속되기 어렵다면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이 전 대표가 기자회견 장소를 갈빗집으로 선정한 건 노 의원의 ‘불판론’ 때문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김재섭 국민의힘 서울도봉갑 당협위원장은 지난 26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노회찬 대표께서 ‘불판 갈아야 한다’는 말씀을 많이 하셨다”며 “이 전 대표가 그걸 노린 게 아닐지 하는 생각도 좀 든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 기억으로는 이 대표가 노회찬 대표를 꽤나 심적으로 흠모했던 걸로 안다. 여러모로 공감대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이와 관련, 이 전 대표는 “제가 이곳을 고르니 어떤 분은 해석을 과도하게 하셔서 ‘불판론’을 얘기한 노회찬 전 의원을 생각한 게 아니냐고 하시더라”며 “꿈보다 해몽이 좋다고, 참 좋은 해석인 것 같다”고 했다.
한편 노 의원은 2018년 7월 23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를 받던 중 아파트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1995년 개혁적국민정당 창당준비위에 가담하면서 본격적인 정치 활동을 시작했고, 2004년 17대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민노당 비례대표로 당선돼 처음 국회에 입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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