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부민원⑥ 방심위 내부 부글부글 "국기문란행위자는 류희림"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이 불거진 이후 방심위 내부에서 위원장 규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국민권익위원회에 류희림 위원장이 ‘이해충돌 방지법’과 ‘행동강령’을 위반했다는 공익신고가 접수됐다. 이틀 뒤인 25일에는 뉴스타파를 비롯해 MBC와 경향신문 등이 류 위원장의 가족과 지인이 집단적으로 방심위에 민원을 제기한 사실을 보도했다.
보도 다음 날인 26일, 류 위원장은 관련 사실을 취재하려는 취재진을 따돌리기 위해 지하에서 화물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는 출근 뒤 곧바로 실국장들을 소집해 긴급 회의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청부민원’ 의혹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민원인들의 개인정보 유출을 집중적으로 문제 삼았다. 그는 “목숨처럼 지켜야 할 민원인 개인정보가 불법 유출됐다"라며 “일벌백계”, “국기문란 행위” 같은 말과 함께 제보자 색출에 나섰다.
또 ‘청부민원' 의혹 사건을 취재하기 위해 방심위에 찾아간 기자들에게 사무실에 들어오지 말도록 ‘강력하게 권고’, 또는 ‘경고’하라고 지시하고, 기자들이 이에 불응할 시 “경찰에 신고하라"는 지침까지 내렸다.
◎문제의식-가장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은 위원회 직원이 목숨처럼 지켜야할 민원인의 개인정보가 불법적으로 유출된 점◎대응계획-위원회 존립 기반을 흔드는 국기문란행위다. 이에 대해 끝까지 제보자를 찾아내 일벌백계할 예정-허락없이 사무실 공간 내에 언론 취재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 홍보팀에서 강력하게 권고. 경고에 불응할 시 경찰에 신고
- ‘2023.12.26. 10:00 위원장 주재 실국장회의 전달사항’ 중 발췌
류희림 위원장이 소집한 실국장 회의가 끝난 직후, 방심위 홈페이지에는 ‘위원장 명의 보도자료’라는 입장문이 올라왔다. ‘피해 민원인들께 깊은 위로와 사과를 드립니다’로 시작하는 사과문 형식을 띈 입장문이었다. 해당 입장문에는 “특별감사·수사로 범법행위를 철저히 규명하겠습니다”라며 “이번 사태로 고통을 겪으신 민원인들께 깊은 사과를 드립니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방심위 위원장으로서 ‘청부민원'이 벌어진 일에 대한 대국민 사과가 아닌, 심의 요청을 사주받고 민원을 넣은 것으로 의심되는 민원인들에게 깊은 사과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는 즉각 규탄 성명을 냈다. '적반하장의 특별감사 중단하고, 류희림 위원장의 비위 의혹부터 진상조사를 착수하라'는 내용이었다. 지부는 또 류희림 위원장이 “내부 직원을 향한 명분없는 특별감사로 사무처 직원들을 괴롭히려 하고 있다”라며 “위원회가 우선해야 할 것은 공익제보자를 색출하는 것이 아니라, 위원회 심의 체계를 모독한 위원장의 의혹에 대한 조사와 결과에 따른 대국민 사과”라고 말했다. 해당 성명서가 올라온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는 익명의 댓글이 수십 개 달렸다.
‘위원회 직원이 목숨처럼 지킬 것은 심의의 독립성, 공정성입니다. 위원회를 더이상 나락으로 떠밀지 마십시오’‘정말 수치스럽네요.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내부 직원에 대한 감사를 하시겠다고요? 셀프민원에 대한 본인 감사가 더 필요한 것 같습니다.’
-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 달린 댓글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이하 지부장)은 사과의 대상이 뒤바뀐 류 위원장의 입장문이 오히려 직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제목에 ‘사과를 드립니다’라고 나와 있기 때문에 당연히 위원장으로서 어떤 본인의 처신에 대해서 사과를 했어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민원인들에게 사과를 한다’였고, 본인의 친인척과 지인들에게 사과를 하는 것처럼 보였다. 실국장 회의를 통해서 사과가 있을 것이다라는 내용이 전파가 좀 잘못돼 가지고 직원들은 위원장이 사과하나 보다 그렇게 생각하는 분들도 있었다고 한. 그런데 ‘민원인들에게 사과를 한다’라는 입장문을 보고 직원들도 황당했을 거다.
- 김준희 언론노조 방심위 지부장
-직원을 일벌백계라… 그럼 보도내용이 사실이고 인정한다는 뜻이겠죠? 정말 탄식만 나오네요.-보복감사에 직원들 입막음 협박이라뇨. 더 숨길 게 있으신 건 아니겠지요.-위원장님 취임 직후부터 위원회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습니다. 국기문란행위자가 누구인지, 자신부터 돌아보셔야 합니다.-위원회의 존립 기반을 흔들고 있는 것이 누구입니까? 이런 같잖은 협박과 물타기로 ‘청부민원’이라는 명명백백한 사실을 덮으려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 방심위 내부 게시판에 달린 댓글
류희림 위원장의 ‘청부민원’ 의혹은 독립 민간기구인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존립 근간을 뿌리채 흔들고 있다. 동시에 공정성과 독립성을 최고 가치로 삼고 일해온 방심위 직원들의 자긍심에도 큰 상처를 주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류희림 방심위원장은 오늘(27일) 자료 유출 경위에 대한 감사에 착수하는 한편, ‘청부민원' 의혹을 신고한 신원불상의 방심위 직원을 검찰에 수사의뢰 했다.
뉴스타파 박종화 bell@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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