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서 남기고 집 나갔다 돌아오지 않아” 매니저가 신고 “무리한 수사” 지적…‘폭로성 보도’ 언론·유튜버 비판도 조문객 외 빈소 출입 통제 속 동료 배우들 발길 이어져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48)가 숨진 채 발견됐다. 이씨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이씨가 성북구 성북동의 한 길가에 세워진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27일 밝혔다. 112 신고를 접수한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0분쯤 현장에서 이씨를 발견했다.
사고 현장에는 자살을 시도한 흔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오전 10시12분 ‘이씨가 전날 집을 나가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았다’는 내용의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신고자는 이씨의 매니저로, 신고에 따르면 이씨는 유서를 남기고 자택을 떠났다.
이씨가 발견된 성북동 길가의 한 공용주차장에는 이날 낮 12시30분쯤 폴리스라인이 쳐져 있었다. 주차장 한쪽 끝에는 이씨가 탔던 흰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번호판이 가려진 채 있었다. 사고 현장은 가파른 길가 사이 카페 2~3곳과 미술관 등이 띄엄띄엄 위치한, 평소 인적이 드문 곳이었다. 이날 경찰이 현장감식을 벌이는 동안 이곳을 지나는 이는 거의 없었다. 주민 A씨는 “여기는 주택가도 없고 상권도 활성화가 안 되어서 사람들이 잘 안 다니는 길”이라고 했다.
인근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B씨는 “10시50분쯤 구급차가 길을 올라가고 경찰차로 꽉 막혀 있는 모습을 봤다”면서 “이선균씨가 쓰러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가 나왔고 경찰들이 주변 사진을 찍는 걸 보고 이씨가 여기서 숨졌다는 걸 알았다”고 말했다.
성북서는 이날 브리핑에서 “현장감식 후 시신은 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 이씨의 사망 이전 행적을 파악 중”이라고 밝혔다.
오후 3시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이씨의 빈소가 차려졌다. 빈소에는 동료 배우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같은 소속사인 배우 최덕문씨를 비롯해 영화 <킹메이커>에서 호흡을 맞춘 설경구씨와 고인의 유작 중 한 편인 <행복의 나라로>에 출연한 유재명, 조정석씨가 빈소를 찾아 애도를 표했다.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친분을 쌓은 조진웅씨도 빈소를 찾았다. 배우 류준열, 송영규, 유연석, 김상호, 김성철, 장성규, 배성우씨 등도 고인이 가는 마지막 길을 애도했다. 영화 <킬링로맨스>의 이원석 감독과 <범죄도시> 시리즈를 제작한 장원석 BA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조문했다.
이씨의 사망 사실이 알려지자 실시간으로 중계된 경찰 수사와,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의혹을 무분별하게 옮긴 언론·유튜브 방송을 향한 비판이 쏟아졌다. 이씨가 마약을 투약했다고 해온 강남 유흥업소 실장 A씨(29)의 주장, 이씨와 A씨가 나눈 대화의 녹취록 ‘단독’ 보도 등이 이씨를 자살로 내몬 게 아니냐는 것이다. 전날 A씨의 녹취록을 공개한 극우 유튜브 채널을 두고도 여론의 질타가 이어졌다.
경찰이 무리하게 수사를 했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경찰은 이씨를 3차례나 공개 소환해 포토라인에 세웠다. 이날 엑스(구 트위터)에는 ‘사법살인’이 인기 트렌드 순위에 올랐다. 경찰은 “적법 절차에 따라 수사를 진행해왔다”며 “수사 상황이나 문자, 녹취록 등 언론에서 흘러나온 것들의 출처가 모두 경찰이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씨는 지난 10월 초부터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입건돼 경찰 수사를 받아왔다. 강남의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자택에서 대마초·케타민 등 마약을 투약한 혐의였다. 이씨는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2차 정밀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씨는 마약 투약 혐의와 관련한 증거가 A씨의 진술밖에 없다며 혐의를 줄곧 부인해왔다. 그는 경찰 조사에서 “마약인 줄 몰랐다. 협박을 당했고 3억5000만원을 뜯겼다”며 A씨 등을 공갈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씨를 3차례나 포토라인에 세웠다. 또한 지난 26일 한 유튜브에서는 이씨가 마약을 했다고 주장한 A씨와의 통화 녹취록이 공개되고, 마약 투약 방법까지 알려져 이씨는 심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했을 것으로 추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