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째 찾아온 노송동 천사.. "불우이웃 위해 써달라"

◀앵커▶

연말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전주 노송동의 얼굴 없는 천사가 이번에도 찾아왔습니다. 

역시나 주민센터 근처에 거액을 놓고 사라진 건데요, 

지난 2000년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기부한 돈만 9억 원이 넘어, 24년째 한 겨울을 훈훈하게 바꾸고 있습니다. 

정자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에 익명의 전화가 걸려온 것은 오늘(27일) 오전 10시 15분쯤.

연말이면 주민센터 인근에 수천만 원을 두고 가는 일명 '천사'의 전화였습니다.

지난 2000년부터 올해까지 24년째 익명의 독지가의 선행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한지은 /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

"번호는 뜨지 않고 발신자 표시 제한 번호로 떠서 이제 그 천사분이 오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천사가 두고 간 빨간 종이 상자.  

그 안에는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라는 편지와 함께 5만 원짜리 현금 다발과 돼지 저금통 등 8천여만 원이 담겨있었습니다. 

천사가 전화로 일러준 자리에서 상자를 찾아 들고온 직원의 얼굴에는 설렘이 가득합니다.

[송동협 /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

"24년째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꾸준히 오셨으니깐 정말 대단하시다 그런 생각도 들고."

[정자형 기자]

"올해 천사가 마음을 두고 간 곳은 동사무소로부터 5분 정도 떨어진 이곳 교회인데요. 입구에 세워진 배너 뒤편에 현금이 담긴 박스를 두고 간 겁니다."

때마다 전해지는 따뜻한 손길에 주민들은 고마움에 가슴이 벅차오릅니다. 

[이정선 / 전주시 노송동]

"천사 양반 얼굴도 모르고 하지만, 해마다 너무나 좋은 일만 해서 얼굴 한번 보고 싶어."

올해 기부금 8천여만 원은 불우이웃에게 써달라는 천사의 요청에 따라 도움이 필요한 주민들에게 전달될 예정입니다. 

[송해인 / 전주 노송동 주민센터장]

"천사님의 메시지가 불우이웃들에게 응원을 드리는 불우이웃 돕기로 쓰시라고 메모를 남겨주셔서 우리 관내에 불우이웃을 위해서 쓰일 예정입니다."

한 해도 거르지 않고 25차례에 걸쳐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기탁한 금액은 어느덧 9억 6천여만 원, 

6천 5백여 세대가 넘는 어려운 이웃들이 겨울을 나는 따뜻한 힘이 되었습니다.  

MBC뉴스 정자형입니다.

영상취재: 조성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