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전세사기범, 보증금으로 13억원어치 게임 아이템 샀다

‘무자본 갭 투자’로 범행한 일가족 구속기소…총 피해 규모 1230억원
검찰, 국토부 통해 감정평가사 아들 범죄 가담 사실 규명
임차인 피해 복구 위해 게임 아이템 등 추징보전 청구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지난 10월17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의 한 다세대주택 앞에서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피의자인 정아무개씨가 세입자들을 피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수백억원 규모의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임대인 일가족이 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전세사기 전담수사팀(팀장 형사5부장 이정화)은 27일 임대업체 사장 정아무개(59)씨와 임대업체 부사장 역할을 해 온 아내 김아무개(53)씨, 이들의 아들인 감정평가사 정아무개(29)씨를 사기, 감정평가법 위반, 부동산 실명법 위반, 업무상 배임, 상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경기 수원시 등 경기 남부 지역 일대에서 일가족 및 법인 명의로 약 800가구의 주택을 취득한 뒤, 임차인 21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25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무자본 갭 투자'를 통해 수백 가구의 주택을 취득하고, 반환할 의사나 반환 능력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대출금이 700억원을 넘는 '채무 초과' 상태인데도 구체적인 계획 없이 계약을 계속하는 등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를 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또 부동산 임대법인 17개소의 법인 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현금화하는 '상품권 깡'을 통해 이들 법인에 1억원의 재산상 피해를 준 혐의(업무상 배임)도 받고 있다. 법인카드로 결제 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카드깡'도 벌였다.

검찰은 국토교통부를 통해 감정평가사인 정씨의 아들이 아버지의 요청을 받고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임대 건물을 감정평가하는 등 올해 3월부터 임대업체 소장으로 근무하며 범행에 적극 가담한 사실을 규명했다. 이들은 임대차 계약을 받기 위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고자 건물 평가액을 평균 시세보다 28~63% 이상 부풀린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 단계 때부터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를 받던 정씨의 아들은 지난 22일 검찰에 구속됐다. 앞서 법원은 지난 1일 정씨 부부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아들 정씨에 대해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경찰이 신청한 구속영장을 기각한 바 있다.

특히 정씨는 범죄 수익금 중 13억원을 온라인 게임 '리니지' 계정과 캐릭터, 아이템을 구매하는 데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임차인들에 대한 피해 복구를 위해 게임 아이템 등에 대한 추징 보전을 법원에 청구했다. 정씨가 소유한 게임 캐릭터는 93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는 정씨 일가 소유 건물 등을 토대로 추산했을 때, 총 피해 규모가 12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검찰 관계자는 "정씨 일가의 은닉 재산을 철저히 환수해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경찰, 특사경 등 유관 기관과 협력해 공범 및 남은 피해 부분을 철저히 수사하고 조직적인 전세사기 범행에 신속·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