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없어 촬영팀 못 받은 부산, 영상도시 생태계 완성
- 영진위 ‘193억’ 부지 부분 매입
- 이중 75억 대금 분할 납부 합의
- 자체 수입 연간 15억으로 충당
- 콘텐츠 제작 경쟁력 한층 강화
- OTT스튜디오 연계 시너지 주목
- 추후 2단계 후반작업시설 기대감
2026년 9월 부산촬영소가 완공되면 부산은 더욱 근본적인 영화영상도시 생태계를 완성할 수 있다. 첨단 영역인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AI 기반 촬영)도 추진하면서, 부산시가 조성하는 OTT 스튜디오와 강한 시너지 효과를 발산해 주목 받는 국제적 촬영지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 극적 타결 위해 유관기관 합심
기장군은 부산 기장군 장안읍 일대에 들어설 부산촬영소에 대한 건축허가를 지난 20일 승인했다. 이로써 내년 3월 착공하는 일정을 잡을 수 있게 됐다.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부산·기장군·영화진흥위원회가 기장도예촌 부지로 부산촬영소건립 장소를 확정하는 ‘글로벌 영상인프라 건립 사업 업무협약서’를 체결한 뒤 만으로 꼬박 8년 만에 성사된 극적 타결이다.
애초 부산촬영소는 기장군이 24만9490㎡ 부지를 무상 제공하고, 영진위가 스튜디오 3개 동과 야외촬영세트 등을 세우는 방향으로 논의됐다. 건립비로 쓸 수 있는 남양주종합촬영소 매각 대금이 영진위에 귀속(2019년)된 이듬해부터 사업은 속도를 냈다. 지난 2월 기장군이 경관심의 조건부 승인을 하며 7월 착공이 확실시됐다.
그러나 곧바로 암초를 만났다. 공유재산법 9조에 따라 영구 시설물 축조가 가능하도록 행정재산으로 분류된 해당 부지를 일반재산으로 분류했더니, 같은 법상 임대 기간이 끝나면 부지를 매입해야 한다는 돌발 변수(지난 3월)를 만났다. 영구 임대 예정이던 토지는 20년만 대여가 가능했고, 이후에는 부지를 매입하지 않는 이상 영구 시설물(콘크리트 건축물)을 지을 수 없었다. 착공이 지연되자 고리1호기 수명 연장으로 받은 피해 보상금 중 500억 원을 해당 부지에 투입한 장안읍 주민들은 더는 기다릴 수 없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결국 영진위·시·기장군 등은 ‘부분 매입, 분할 납부’로 가닥을 잡고 협의했다. 영구 시설물인 스튜디오 3개 동의 건립 부지 4만2862㎡를 부분 매입하고, 이후 촬영소 운영으로 얻는 수익 등을 통해 남은 대금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매입 부지의 감정가는 193억 원. 영진위는 이 중 75억 원을 기장군과 2024년 매매 계약한 뒤 촬영소 운영 수익금 등을 통해 잔액을 20년간 분할 납부한다. 영진위와 기장군은 이런 내용을 담은 ‘공유재단 대부 계약서’를 지난 20일 체결했다.
영진위는 현재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스튜디오큐브(대전)의 수익을 기준으로 부산촬영소 운영 수익을 연간 15억 원가량으로 추산했다. “운영 수익금으로 분할 납부가 가능하다”는 게 영진위의 설명이다.
▮ 버추얼 프로덕션 등 시너지 요소도
부산촬영소가 문을 열면 경제적 효과는 크다. 영진위가 올초 발표한 ‘부산촬영소 건립의 사회·문화·경제적 효과’에 따르면 촬영소 건립에 따른 전국 기준 생산유발효과가 1303억 원, 부가가치유발효과 550억 원, 고용유발효과 888명으로 예측됐다.
스튜디오가 부족한 부산으로 오기를 망설였던 제작사들의 발길도 상당 부분 부산으로 향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부산에는 부산영상위원회가 위탁 운영 중인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수영구) 2개 동뿐이라 전체 수요의 25%만 소화하고 있다는 게 시의 설명이다. 부산은 로케이션 도시로서 강점이 분명하지만, 스튜디오 예약이 어려워 제작사들의 최종 선택지에서 제외되는 경향이 있었다. 그렇게 놓친 작품이 ‘오징어게임’ ‘D.P 시즌 2’ 등이다. 부산촬영소에 건립될 스튜디오는 대규모 촬영도 가능해 이런 약점을 상당히 해소할 수 있다.
추후 2단계로 건립 예정인 후반작업시설과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도 기대를 모은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대형 LED 월(Wall)에 배경 영상을 재생하는 방식으로, 후반작업이 거의 필요 없고 시공간 제약도 없어 활용도가 높다. 2028년 시장 규모가 3조8030억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본다(글로벌 시장조사 기관 스태티스타). 영진위는 현재 부산영화촬영스튜디오에 있는 버추얼 프로덕션 스튜디오(297㎡ )를 연계해 시너지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여기에 부산시가 추진 중인 OTT 촬영소도 부산촬영소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박기용 영진위원장은 “촬영소 건립만큼 중요한 게 인력 양성이다. 인력 양성도 함께 추진돼야 진정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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