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제 덮친 부동산PF 부실] 태영 다음은 누구?… 건설업계 불안 확산
16개 건설사 PF 60% 1년내 만기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 개선작업)설이 확산하면서 건설업계 전체가 초긴장 모드다. 태영건설은 자구책을 통해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우려를 해소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선 여전히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태영건설은 시공능력평가 순위로 업계 16위인 대형 건설사다. 자금난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다른 건설사들에 대한 워크아웃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건설업계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태영건설, TY홀딩스 내 알짜 자산 매각하며 자구책 마련
27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태영건설 지주사인 TY홀딩스는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태영건설 위기 진화에 나서고 있다. TY홀딩스는 최근 그룹 내 알짜 사업으로 손꼽힌 물류회사 태영인더스트리를 매각했으며, 태영건설도 22일 이사회를 열어 보유 중이던 화력발전소 포천파워의 지분 15.6%를 420억원에 매각 처분키로 했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태영건설 자금 상황 등을 볼 때 역부족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태영건설은 이번 주에 서울 성동구 성수동 오피스2 개발사업과 관련한 약 480억원 규모 PF 대출 만기 등을 해결해야 한다. 1월 초에도 대출 만기가 줄줄이 대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평가사들은 태영건설의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는 27일 태영건설의 장기 신용등급은 현행 'A-'로 유지하되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하향검토 감시 대상'으로 하향 조정했다.
나신평은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우발채무 부담이 과중한 가운데 부정적인 자금조달 여건으로 차환의 불확실성이 크게 확대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나신평에 따르면 지난달 말 별도 기준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6000억원으로 집계되며, 이 가운데 미착공 또는 분양예정 단계의 PF 우발채무가 2조원에 달한다. 이 중 분양시장 양극화로 리스크가 높은 광역시·기타지방 소재 우발채무가 1조원으로 파악됐다. 나신평은 "9월 말 별도 기준 태영건설 자본총계가 9538억원, 현금성자산이 4338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PF우발채무 부담은 높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하반기 들어 PF 우발채무 차환 불확실성도 크게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나신평은 "회사의 재무적 대응력 대비 우발채무 규모가 과도한 점이 부각되며 사업성이 양호한 사업장의 PF 우발채무조차도 차환 위험에 노출돼 있는 상황"이라며 이달부터 내년 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PF 우발채무 규모가 1조600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이 중 회사 또는 계열사가 직매입한 5767억원을 제외하면 실질적으로 차환 위험에 노출된 PF 우발채무는 9681억원이며, 여기서 가장 큰 규모인 한국투자증권과 공동 조성한 펀드 만기가 내년 3월에 도래할 예정이다
◇PF 위기 타 건설사 전이될까 우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경우 건설업계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태영건설 외에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고 거론되는 기업들이 상당수 있는 데다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건설업계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한국신용평가(한신평)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6개 건설사의 합산 PF 보증 규모는 28조3000억원 수준이다. 태영건설 외에도 롯데건설(212.7%)·현대건설(121.9%)등 타 대형건설사의 자기자본대비 PF 규모가 적지 않다. 16개 건설사 합산 PF 중 1년 이내 만기 도래 금액(올해 6월 기준)은 60%에 달한다.
이런 가운데 주요 건설사의 신용등급도 심상치 않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22일 GS건설의 신용등급을 종전 A+에서 A0로, 동부건설의 단기 신용등급을 A3+에서 A30으로 강등했다. 또 지난 11월 신세계건설의 신용등급에 대한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변경했다. 미수금 등에 대한 대손인식 등으로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고 재무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점 등이 신용등급 전망에 악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에서는 롯데건설(A+)과 HDC현대산업개발의 신용등급(A0) 역시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하향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부동산R114는 내년도 부동산 시잔 전망 보고서를 통해 "부동산 PF 부실 문제가 현실화 할 경우 건설업·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게 된다"고 진단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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