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년째 찾아온 ‘전주 얼굴 없는 천사’…“올해도 고생하셨습니다”

[KBS 전주] [앵커]

해마다 이맘때 거액의 성금을 남기고 사라지는 전주의 얼굴 없는 천사.

올해도 어김없이 나타나 24년째 선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부한 돈만 9억 6천만 원이 넘습니다.

김현주 기자의 보도입니다.

[리포트]

오늘 오전 10시 10분쯤,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에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근처 교회로 가보라는 말에 직원들은 곧장 그곳으로 찾아가 종이 상자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송동협/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 직원 : "민원대에서 드디어 얼굴 없는 천사가 왔다고 얘기를 해서 저희가 신속하게 나와서. 와서 확인을 해보니까 A4 빈 상자가 있어서 저희가 천사님이 오신 걸 확인했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는 올해 주민센터에서 4백 미터 정도 떨어진 교회 앞에 기부금을 두고 갔습니다.

기부금은 행인들 눈에 띄지 않게 입간판 뒤에 놓여 있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5만 원짜리 다발과 돼지 저금통, '불우한 이웃을 도와달라'고 적은 종이 한 장이 들어있었습니다.

이름도, 얼굴도 밝히지 않은 천사가 남긴 돈은 모두 8천6만 3,980원.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은 2000년 한 초등학생에게 부탁해 58만 4천 원을 기부한 걸 시작으로 24년째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기부한 돈만 9억 6천여만 원.

천사의 뜻대로 모두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썼습니다.

6천 5백여 가구, 학생 백50여 명이 도움을 받았습니다.

마을 주민들은 천사가 내민 온정이 돌고 돌아 그에게도 닿길 기원합니다.

[이정선/전주시 노송동 주민 : "남 도와주려면 내가 먹고 싶은 것도 안 먹고, 하고 싶은 것도 못 하고 그렇게 해야. 그 정성을 들이니까. 항상 건강하시고. 영원토록 건강하고. 재밌는 일만 하시다가…."]

'올 한해도 고생했고 감사하다'며 남기고 간 천사의 마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KBS 뉴스 김현주입니다.

촬영기자:안광석

김현주 기자 (thisweek@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