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준석 신당, 다당제 정치·정책 경쟁 변곡점되길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가 27일 “선출되지 않은 누군가에 의해 법과 상식마저 무력화되는 모습이 반복되는 것은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트라우마”라며 “오늘 탈당과 동시에 국민의힘에 있는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 한 사람이 아닌 보편적인 민주 시민의 고민을 담아낼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을 위해 정진하겠다”며 ‘개혁신당’(가칭) 창당을 선언했다.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떠나 세력화에 나서면서 보수 정치권 분열이 현실화했고, 내년 총선도 다당제 구도로 치러지게 됐다. 국민들은 총선 100여일을 앞두고 제3지대에 깃발을 꽂은 이 전 대표 실험이 선거용 ‘반짝 창당’에 그칠지, 대안 세력으로 안착할지 지켜보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열쇳말은 ‘반윤석열’이다.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칼잡이의 아집’이라며 윤 대통령을 겨냥했고, 정부·여당을 ‘검찰과 경찰이 주도한 정치적 결사체’라고 직격했다. 윤 대통령의 갈라치기 국정과 사당화가 탈당 배경임을 강조한 것이다.
이날 창당준비신고서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이 전 대표는 내년 1월 출범을 목표로 한 신당 밑그림도 제시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을 “경쟁자”로 규정하며 “총선 전 국민의힘과 결합 가능성을 부정한다”고 했다. ‘한동훈 컨벤션’ 효과를 차단하고, ‘구태 대 미래’로 차별화하겠다는 것이다.
2년 전 30대 당대표 ‘이준석’의 당선은 탄핵 후 궤멸 상태였던 보수정치의 회생을 의미했다. 그러나 대선·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 집권당 전 대표가 총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신당 창당에 나서면서 보수정치는 분열을 맞았다. 어찌보면, 노선 차이보다 수직적 당정관계와 편가르기 정치가 그 분열의 씨앗이 된 것이다. 국민의힘과 이준석 신당 모두에 ‘윤석열’을 뛰어넘는 보수정치 재정립 과제가 얹어졌다.
내년 총선에서 이준석신당이 양극화 정치를 바꾸는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그간 제3지대 신당은 거대 정당의 극한 대결·승자독식 정치를 극복하겠다고 등장했지만, 얼마 못 가 명멸하는 역사를 되풀이했다. 정치 불신이 커진 데는 이런 신당의 실패 실험 탓도 있다. 개혁신당을 보는 우려도 큰 이유다. ‘이준석 마케팅’에 기댄 신당 예열작업은 이제 끝났다. 그 신당이 가치·비전 정치, 정책 경쟁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때 제3지대 신당이라는 좁고 험한 길을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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