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거래소는 배터리 아저씨를 왜 불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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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고서만 말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하지 마세요. 국회 관계자십니까?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을 어떻게 할 건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토론회에서 '사실이 맞다, 안 맞다' 논쟁만 하고 있네요."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는 공회전하고 있었다.
토론회는 굳이 왜 열었는지 궁금한 정도였지만, 그래도 뜨거운 민심을 확인한 만큼 거래소와 증권사의 내부 감시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 불법 공매도 해소를 위한 의지가 있음을 이번에는 확고히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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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고서만 말하면서 빠져나가려고 하지 마세요. 국회 관계자십니까? 불법 공매도 방지 시스템을 어떻게 할 건지 국민들을 설득해야 하는데 토론회에서 ‘사실이 맞다, 안 맞다’ 논쟁만 하고 있네요.”
27일 정오가 가까워진 시각.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는 공회전하고 있었다. 시작한 지 두 시간이 다 돼가고 있었지만 ‘사실’ 여부를 놓고 대립하는 상황만 반복되고 있었다. 한 패널이 참다못해 “개선책을 말해야지 사실 확인만 하고 있다”고 말을 꺼냈다. 이날 토론 주제는 두 가지였는데, 두 번째 주제에 대해선 몇 마디 말도 못 한 상황이었다. 첫번째 주제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공매도 전산화’만 다뤄지고 있었다. 그것도 건전한 발전 방향을 위한 논의가 아니라, 사실이 맞다 아니다라는 설명뿐이었다.
이날 열린 불법 공매도 방지를 위한 전산화 토론회는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명 ‘배터리 아저씨’로 유명한 박순혁 작가가 이날 토론회 패널 중 한 명으로 참가했기 때문이다. 박 작가가 지난주 자본시장법 위반 관련 압수수색을 받아 당일 취소를 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돌았지만, 이날 그는 토론에 참여했고 오히려 증권사 관계자가 불참했다. 거래소 정문 밖에는 박 작가의 지지자로 보이는 사람들 2~3명이 추운 날씨에도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실시간 토론회 유튜브 채널에 접속한 사람들도 2000명이 넘었다. 그만큼 개인투자자들이 불법 공매도 개선에 대해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패널이나 개인투자자들은 거래소 측 답변이 나올 때마다 ‘분노’했다. 거래소 측은 2020년 공매도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됐을 당시 국회 정무위원회의 검토 보고서 내용을 인용해 토론을 진행했다. 검토 결과 실시간 시스템 구축에 한계가 있다는 내용의 반복이었다.
한계가 있다는 답변이 계속되면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고성이 나왔다. 정의정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대표는 “개인투자자를 원숭이로 보고 있다”며 다소 원색적인 비난을 하기도 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개인투자자가 원하는 건 제도개선을 위해 유관기관이 어떤 노력을 하는지다. 국회 검토 보고서 내용만 말하면 거래소의 입장은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거래소의 입장이 이해가지 않는 것은 아니다. 불법 공매도를 100% 걸러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도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하지만 토론회에서 거래소만의 전문성 있는 개선책이 나왔다기엔 부족했다. 현실적으로 어렵다, 개인투자자들의 오해다, 한계가 있다는 식으로만 대응할 것이라면 뭐 하러 토론회를 열었는지 궁금했다.
이날 거래소가 확인한 것은 기관 투자자·증권사에 대한 개인투자자들의 불신이 생각보다 더 크다는 점이었다. 유튜브 실시간 송출 화면에선 유관기관을 믿을 수 없다는 댓글이 토론회 내내 이어졌다.
거래소의 결론은 증권사와 외국인·기관 투자자들의 잔고 관리 내부 시스템을 최신화하는 것이었다. 거래소는 앞으로 개선안을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진행자의 질문에 “관련 기관과 협의 중이며 내년 6월까지 방안을 마련해 공론화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했다.
사실 이 또한 개인투자자들이 원하는 수준의 답은 아니다. 하지만 어쨌든 6개월 이내에 뭔가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약속은 했다. 토론회는 굳이 왜 열었는지 궁금한 정도였지만, 그래도 뜨거운 민심을 확인한 만큼 거래소와 증권사의 내부 감시 시스템을 정교하게 구축해 불법 공매도 해소를 위한 의지가 있음을 이번에는 확고히 보여줬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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