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선균 사망, 마약 '음성'·물증 없어도 여론재판 몰아간 '피의사실공표' [Oh!쎈 초점]
[OSEN=연휘선 기자] 배우 이선균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마약 수사 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있던 점이나 유흥업소 실장과의 스캔들 등 생전 그를 향한 각종 혐의점에서 도망치듯 선택할 수밖에 없도록 만든 성급했던 피의사실공표가 비통함을 더하고 있다.
이선균은 오늘(27일) 오전 10시 30분쯤 서울시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 세워둔 차량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 및 소방 당국에 따르면 발견 당시 이미 의식이 없던 상태였으며, 조수석에는 번개탄을 피운 흔적이 있었다.
공교롭게도 생전 고인은 마약 투약 혐의로 세 차례의 경찰 조사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마약 공급책 의혹을 받고 있는 서울 강남의 한 유흥업소 실장과 스캔들에도 휘말린 상태였다. 피의자 신분이라고는 하나 경찰 조사 단계일 뿐, 유무죄를 가리기엔 많은 과정이 남은 상태였으나 이미 여론 재판은 사실상 사회적 사형 선고나 다름 없었다.
배우 이선균의 피의사실공표에 자물쇠가 풀린 것은 경찰의 내사가 언론에 노출된 뒤부터다. 남자 배우 이씨가 강남 유흥업소 실장 A씨를 통해 마약을 투약했다는 혐의로 경찰 내사 단계에 오른 일이 가장 먼저 보도됐다. 익명이라고는 하나, 최초 보도부터 데뷔연도, 나이 등을 통해 이선균이 특정됐고 한 발 빠르게 본격 수사로 전환되며 세 차례의 경찰 출석까지 이선균은 연기자가 아닌 피의자로 대중 앞에 섰다.
이 과정에서 사생활 추문 또한 대대적으로 공개됐다. 특히 이선균이 수사의 핵심 인물로 거론된 마약 투약 공급책 의혹을 받는 A씨로부터 협박을 받아 수억 원을 건넸다는 정황이 꼬투리를 제공했다. 해당 사건에서 이선균은 협박 피해자였으나, 가정이 있는 중년의 남성이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에게 협박을 받을 일을 애초부터 만들면 안 됐다는 점이 가장 큰 비판을 야기했다.
이후 KBS에서는 이선균이 강남 유흥업소 실장에게 보냈다는 모발일 메신저 메시지를 공개하는가 하면, 불과 사망 하루 전인 지난 26일에는 JTBC가 이선균이 '빨대'를 사용해 수면제를 흡입했다는 정황을 보도했다.
정작 경찰 조사 과정에서 이선균은 마약 정밀 검사에서 모두 '음성' 결과를 받았지만 소용 없었다. 아내인 전혜진도 얼굴이 알려진 유명 배우였던 데다가, 자식들과 함께 공식석상에 참석하기도 했던 이선균인 만큼 마약 투약 혐의보다 가정을 저버린 듯한 사생활 스캔들이 더욱 대중의 비판을 샀다.
사생활 스캔들이 뜨거운 관심을 받는 사이 이선균의 '음성' 결과나 물질 증거 없이 정황 증거 만으로 수사가 진행되는 점은 대중의 시야에서 흐릿해졌다. 경찰은 여론의 관심에 정례 브리핑까지 열며 언론을 통해 대중에게 사건을 보고하는 듯 했으나, 내사 단계에서 퍼진 스캔들로 번진 수사의 초점을 '마약 혐의'로 되돌릴 구체적인 물증을 제시하진 못했다.
부족한 물증과 반복되는 '음성' 결과, 여기에 같은 혐의 선상에 올랐던 또 다른 유명인 가수 지드래곤의 무혐의 처분까지. 경찰의 부실한 수사와 무리한 실적 쌓기를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아졌고 수사 과정에서 유일하게 남은 유명인사였던 이선균은 세 차례나 포토월 인천경찰청 포토라인에 서며 여론의 총알받이가 됐다.
경찰은 "강압수사는 없었다"라고 완강하게 밝혔다. 27일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OSEN과 통화에서 "전혀 강압 수사는 없었다"라고 강조했고 "조사할 때마다 변호인 두 분의 참석 하에 진행됐고, 심야 조사에 대해서도 동의를 받아 진행했다. 영상 녹화도 다 돼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조사 과정이 강압적이지 않았다고 해서 어떠한 압력도 없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내사 단계부터 사건에 대한 실마리를 흘리고 유명인의 정보로 스포트라이트를 유도하는, 일련의 몰아가는 분위기는 분명히 조성돼 있었다. 수사 일선에서 정확한 증거를 확보해야 할 경찰 입장에선 당연한 과정이었겠으나, 피의사실공표의 대가가 너무 컸다.
여기에 대단한 특종인 양 수사 과정의 사생활 스캔들을 뿌린 언론도 한 몫 했다. 유무죄에 큰 영향을 줄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엔 탁월한 자극적인 메시지 한 줄에 급급했다. 한 개인의 극단적인 선택에, 다시는 퇴로조차 없을 것처럼 끌었던 여론 재판. 판사도, 검사도, 변호인도 없던 무형의 논의 안에 오직 피의자 이선균만 있었다.
결국 이선균에 대한 조사는 피의자 사망에 따른 공소권 없음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그가 고소한 유흥업소 실장 A씨 등의 공갈 혐이에 대해서도 절차에 따라 진행된다. 소속사 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는 고인의 장례는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를 예정이라고 밝혔다. 누구 하나 입 열 수 없는 허망한 슬픔이 유독 묵직하다. / monamie@osen.co.kr
[사진] OSEN DB.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