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K] 다사다난 2023년…되돌아본 제주 사회
[KBS 제주] [앵커]
다사다난했던 2023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도 제주에선 각종 사건·사고들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올 한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보도국 사회팀 안서연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안 기자 오랜만입니다.
앞서 기록 K에서 본 학교폭력 문제부터 얘기해볼까요?
KBS 심층 보도 이후 피해 학생 지원 체계가 좀 보강이 된 것 같던데요.
[기자]
네, 지난 5월이죠.
취재진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학교폭력의 실태와 문제점을 연속 보도했는데요.
올해 초 14명의 중고생이 여중생 1명을 집단 폭행한데 이어 학교 안팎에서는 끊임없이 폭행과 괴롭힘이 자행됐습니다.
선생님과 경찰의 개입에도 가해 학생들은 아랑곳없이 또다시 범행을 저질렀는데요.
올해 들어 교육청이 처리한 학교폭력 심의 건수만 200건에 육박합니다.
보복이 두려워 차마 드러내지 못한 피해도 더 있을 텐데요.
고통받고 있는 피해 학생과 가족들을 위한 지원 체계가 강화된 건 다행이지만, 이런 학교폭력이 되풀이되지 않기 위해선 무엇보다 가해 학생 선도 교육이 제대로 이뤄져야겠습니다.
[앵커]
올해 유난히 청소년 범죄가 많았던 것 같은데요.
학교폭력뿐 아니라 또 어떤 사건들이 있었죠?
[기자]
네, 얼마 전 훔친 차를 무면허로 몰고 다닌 중고생 2명이 경찰에 구속됐는데요.
이들은 무려 20차례에 걸쳐 차량 4대와 오토바이 9대를 훔쳐 몰고 다닌 것도 모자라 경찰관 2명을 차로 치기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아찔한 상황이었는데요.
이들 중 한 명은 이미 경찰에 붙잡힌 적 있었으나 풀려나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보다 앞서 지난달에도 차를 훔쳐 사흘간 몰고 다닌 중학생이 경찰에 붙잡혔는데요.
경찰 조사 결과, 이 학생은 훔친 차를 몰다 전복사고를 내는 등 3개월 사이 30건에 달하는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찰은 만 14살 미만 촉법소년인데도 이 학생을 소년원에 입감시켰는데요.
재범 위험으로 긴급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절도에 무면허 운전까지 10대들의 범행 행각은 이게 끝이 아니었는데요.
지난 10월 도내 모 고등학교에선 남학생이 여자 화장실에 휴대전화를 설치한 뒤 불법 촬영을 해 충격을 줬습니다.
한 달간 화장실과 길거리 등에서 영상에 찍힌 사람만 20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면서 이 10대는 결국 구속기소됐습니다.
하지만 학생과 교사, 학부모들은 여전히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청소년 범죄가 갈수록 심각해지면서 이들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자라도록 하는 대책 마련이 시급한데요.
청소년들이 범죄의 굴레에 빠지는 원인은 무엇이고, 어떤 대책들이 필요할지도 앞으로 보도할 예정입니다.
[앵커]
네, 올해 또 눈에 띄었던 사건 중 하나가 중국인 간에 범죄인데요.
제주에 온 중국인들끼리 폭행에 감금까지 벌어졌습니다.
어떻게 된 건지, 이 얘기도 해주시죠.
[기자]
네,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제주 해외 노선이 올해 초부터 다시 열렸는데요.
지난 8월에는 중국이 자국민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하면서 제주를 찾는 중국인이 크게 늘기 시작했습니다.
이로 인해 관광시장은 회복세를 보였지만, 외국인 카지노를 중심으로 각종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지난달 제주시 한 아파트 단지에서 벌어진 중국인 집단 폭행 사건, 기억하는 분도 계실텐데요.
중국인 일당 8명이 또 다른 중국인 1명을 무차별적으로 폭행하고 금품을 빼앗기도 했습니다.
범행 이유는 도박 자금으로 빌려 간 1억 원을 갚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사건을 시작으로 도박 자금 변제를 요구하며 숙소에 감금하는 사건이 계속해서 발생했습니다.
이로 인해 도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는데요.
경찰은 카지노 안팎에서 벌어지는 고금리 불법 대부업 행위를 막기 위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중국인 간 범죄가 계속되고 있어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이번에는 법원 얘기를 좀 해볼까요?
도민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계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재판이 이제 선고만 앞두고 있는데요.
쟁점이 무엇이었죠?
[기자]
네, 오영훈 지사에 대한 모든 심리가 지난달 종결됐습니다.
기소한 지 1년 만이었는데요.
공판은 16차례 열렸고 증인만 30여 명에 달했습니다.
검찰이 문제 삼은 위법 사안은 크게 두 가지였는데요.
첫 번째는 지난해 4월 민주당 당내경선 과정에서 잇따른 오영훈 후보 지지 선언이고요.
둘째는 공식선거운동 기간 전인 지난해 5월 오영훈 후보 사무실에서 열린 '제주지역 상장기업 20개 만들기 협약식'입니다.
지지 선언이나 협약식 자체가 위법한 것은 아니지만, 오영훈 캠프가 조직적으로 관여해 '공모'하고 '특수지위를 이용'하며 '업체를 동원'했기에 공직선거법 위반이라는 건데요.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오 지사에게 징역 1년 6월을 구형했습니다.
하지만 오 지사 측은 검찰의 과장과 억지라며 공소사실을 전면 부인했는데요.
캠프가 개입해 공모한 사실도 없을뿐더러 지지 선언은 단체들의 자발적인 행동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양쪽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내년 1월 10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데요.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 원 이상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가 되는 만큼, 과연 1심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도민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앵커]
그런데 도지사뿐 아니라 제주시와 서귀포시 양 행정시장도 지금 재판에 넘겨진 상태잖아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검찰은 농지법 위반 혐의로 강병삼 제주시장에 대해 정식 재판을 청구하고, 이종우 서귀포시장에 대해선 약식 기소했는데요.
강병삼 시장은 2019년 제주시 아라동 농지 약 7천㎡를 소유하면서 농지취득자격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강 시장은 이전에도 상속받은 농지에서 농사를 짓지 않아 처분 의무 통지를 받았는데도 해당 농지를 재차 취득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이종우 시장은 2018년 서귀포 안덕면 농지 9백여㎡를 딸 명의로 사들이면서 역시 허위로 증명서를 발급받은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이로써 민선 8기 제주도정의 3대 기관장들 모두가 피의자 신분이 된 상황입니다.
[앵커]
도민의 한 사람으로 참 씁쓸하네요.
안 기자, 내 집 마련의 꿈을 안고 거액을 투자한 도민들을 울린 대규모 사기 사건도 있었죠?
[기자]
네, 맞습니다.
주민들이 조합을 만들어 함께 땅을 사고 집을 짓는 '지역주택조합' 들어 보셨을텐데요.
KBS는 200여 가구의 아파트를 짓겠다며 추진된 제주시 아라동 2곳의 지역주택사업 현주소를 집중 보도한 적 있습니다.
가입자 270여 명이 낸 조합 자금 160억 원이 사라지고, 내 집 마련의 꿈이 어떻게 날아가게 됐는지 전해드렸는데요.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이 내용은 29일 KBS 뉴스를 통해 보다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앵커]
올 한해 사건·사고 현장에서 사회팀 기자들도 고생 많으셨을텐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현장이나 순간이 있다면 마지막으로 얘기해주시죠.
[기자]
지난 1일이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대피시킨 뒤 불을 끄던 소방관 한 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29살 임성철 소방관인데요.
화재 현장에 가니 불이 난 창고 바로 옆에 노부부의 집과 감귤농장이 있었습니다.
소방관들의 조속한 대처가 아니었더라면 더욱 끔찍한 상황이 벌어 졌을텐데요.
임 소방관은 화재 진압대원이 아닌 구급대원이었는데도, 진화에 나섰다고 합니다.
불길이 치솟는 상황에 한 명이라도 더 손을 보태기 위한 거였습니다.
사명감을 갖고 화마에 맞섰던 임 소방관에게는 소방위에서 소방장으로 1계급 특진과 함께 옥조근정훈장이 추서됐습니다.
여기서 그치지 말고, 안타까운 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원인과 개선점을 찾는 게 우리의 과제가 아닐까 생각해봤습니다.
[앵커]
네, 내년엔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 좋겠네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안 기자, 감사합니다.
안서연 기자 (asy0104@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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