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전세사기’ 일가족 구속 기소…“보증금으로 게임에 13억 썼다”

김수언 기자 2023. 12. 27.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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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역을 중심으로 임차인들에게 수백억원의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를 받는 정모 씨 부부가 지난 8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수백억 규모 ‘수원 전세사기’ 의혹 사건의 임대인 일가족이 27일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수원지검 전세사기 전담수사팀(팀장 형사5부장 이정화)은 임대 업체 사장 정모(59)씨와 그의 아내이자 사실상 임대 업체의 부사장 역할을 해온 김모(53)씨를 비롯해 이들의 아들인 감정평가사 정모(29)씨를 사기, 감정평가법 위반, 부동산 실명법 위반, 업무상 배임, 상법 위반 등의 혐의로 이날 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021년 1월부터 올해 9월까지 경기 수원시 등 경기남부 지역 일대에서 일가족 및 법인 명의로 보유한 약 800가구의 주택을 이용해 임차인 214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25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검찰 수사 결과, 이들은 ‘무자본 갭투자’로 수백 가구의 주택을 취득하고,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전세보증금을 받아낸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대출금이 700억원을 넘는 ‘채무 초과’ 상태에서도 구체적인 계획 없이 계약을 계속하는 등의 ‘돌려막기’ 방식으로 임대해온 것으로 조사됐다. 정씨는 또 부동산 임대 법인 17개소의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매하고, 이를 현금화 하는 등 이른바 ‘상품권 깡’을 통해 이들 법인에 1억원의 재산상 피해를 주는 등 업무상 배임 혐의도 받는다. 또 법인카드로 결제 후 현금으로 돌려받는 등 ‘카드 깡’도 벌인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 전세사기' 정모씨 일가가 소유한 한 건물의 모습. /뉴스1

감정평가사인 정씨의 아들은 검찰 수사를 통해 아버지 정씨의 요청을 받고 시세보다 높은 가격으로 임대 건물에 대해 감정 평가하는 등 이른바 ‘업(UP) 감정’으로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임대차 계약을 받기 위한 전세보증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건물 평가액을 평균 시세보다 28∼63% 이상 부풀린 것으로 파악됐다. 정씨는 또 올해 3월부터는 임대 업체 소장으로 근무하기도 했다. 당초 불구속 상태였던 정씨의 아들은 지난 22일 검찰에 직구속됐다.

앞서 법원은 지난 1일 정씨 부부에 대한 구속 영장을 발부하면서, 아들 정씨에 대해선 기각했다. 당시 법원은 “범죄 혐의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정씨는 범죄 수익금 중 13억원을 ‘리니지’ 등의 게임 계정과 캐릭터, 아이템 등을 구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임차인들에 대한 피해 복구를 위해 게임 아이템 등에 대한 추징보전을 법원에 청구했다. 정씨가 소유한 게임 캐릭터는 93개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 관계자는 “은닉 재산을 철저히 환수해 신속하고 실질적인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며 “경찰, 특사경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공범 및 남은 피해 부분을 철저히 수사해 조직적인 전세사기 범행에 신속‧엄정하게 대처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수원대책위원회는 정씨 일가 소유 건물 등을 토대로 추산했을 때, 총피해 규모는 1230억원에 달할 것으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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