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고대 문명과 콜로니얼 문화가 공존하는 멕시코 여행 에세이] 18-⑨ 이념넘어... 수천년 토착신앙 품은 '아포스 수도원'

경기일보 2023. 12. 27.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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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내 수령 오래된 나무와 수도원 벽체가 어우러진 모습. 박태수 수필가

 

1962년 복원 작업을 마친 후 단지 내 회랑과 주요 건물은 국립 인류학 및 역사 연구소의 유물 복원 작업실과 수장고로 사용하고 있다. 아쉬움이 남아 발걸음을 멈추고 뒤돌아보니 마치 요새처럼 생긴 수도원 단지는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이라 풍광이 너무 아름다워 발길을 붙잡는다.

마법 같은 매력이 풍성한 오악사카는 16세기 초 라틴아메리카에서 고대 믹스텍, 사포텍 문명과 유럽 문화가 교차하는 지역으로 다양한 흔적이 많이 남아있다. 이런 특성을 인정해 유네스코는 1987년 오악사카 지역 유적 단지를 묶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유적지에 분산된 고대 문명과 중세 유물은 멕시코의 중요 문화유산이자 보물이다.

도미니크 수도회의 산티아고 아포스 수도원 단지는 모두 복원되지 않았지만 오악사카 지역 콜로니얼 시대 종교 건축물 중 가장 상징적인 건물로 평가한다. 수도사들이 이곳에 왔을 때 그들은 신앙을 떠나 유럽과 다른 찬란한 고대 문명이 수천 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사실에 놀랐고, 이런 상황을 모른 채 준비 없이 원주민과의 만남은 난감했다. 그래도 그들은 개종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도미니크 수도원이 지향하는 이념을 넘어 히스패닉 이전의 믹스텍과 사포텍의 토착신앙 정신을 담은 역사적인 현장이기 때문이다.

몬테 알반에서 고대 원주민의 숨결과 놀라운 지혜를 보며 만심환희(滿心歡喜)에 젖고, 쿠일라판 언덕 산티아고 아포스톨 수도원 단지에서는 원주민의 쓰라린 역사와 고통을 느낀다. 이처럼 멕시코는 혼합 문명이 살아 숨 쉬는 역사의 현장이다. 박태수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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