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48)이 27일 갑작스레 사망하면서 각계 각층의 애도가 잇따랐다. 연예계는 공식일정이 취소되거나 연기됐고, 수많은 스타들이 추모 글을 SNS에 올리고 있다.
이선균은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차량 안에는 번개탄이 있었으며, 이선균은 발견 당시 의식이 없었다.
이선균의 빈소는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1호실에 마련됐다. 발인은 29일 자정이며, 장지는 전북 부안군 선영이다. 상주로는 아내인 배우 전혜진을 비롯해 두 형, 누나의 이름이 차례로 나왔다.
유족과 소속사 직원 등이 침통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이한 가운데, 영화 ‘킬링 로맨스’로 고인과 호흡을 맞춘 이원석 감독이 오후 5시께 빈소를 찾아 명복을 빌었다.
이선균의 유작 두 편 중 하나인 추창민 감독의 영화 ‘행복의 나라’에 함께 출연한 배우 유재명도 빈소를 방문해 고인을 추모했고, ‘범죄도시’ 시리즈 등을 제작한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도 조문했다. 이후 동료 배우인 유재명과 송영규도 어두운 표정으로 장례식장을 찾았다.
이선균의 갑작스러운 비보에 큰 충격에 휩싸인 연예계는 예정됐던 영화 무대 인사와 드라마 제작발표회, 인터뷰 등을 취소하거나 날짜를 연기했다.
최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서울의 봄’ 측은 28일 예정됐던 무대 인사를 전면 취소했다. tvN 새 월화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측도 이날 예정이던 온라인 제작발표회 일정을 내년 1월 1일 녹화 중계로 변경했다.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에 출연한 배우 김성규는 이날 오후 예정됐던 인터뷰 일정을 취소했다. 김한민 감독도 당초 이날 오후 6시 35분 생방송되는 MBN ‘뉴스와이드’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갑작스러운 비보에 일정을 취소했다.
SNS에서는 추모 목소리가 이어졌다. 한국영화인총연합회는 입장문을 내 “치열하고 다정했던 이선균을 기억하고 그가 연기했던 이 시대를 돌아보겠다”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가족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배우 수현은 “누구나 자신의 실수를 용서받을 자격이 있다”며 “한국 엔터테인먼트가 너무나 위대한 재능을 잃었다”고 적고, 방송인 배철수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가족에게도 깊은 위로를 전한다”고 했다.
소설 ‘파친코’를 쓴 재미교포 이민진 작가도 “수많은 작품 중 특히 ‘기생충’에서 괄목할 연기를 보였고 ‘나의 아저씨’에서 보여준 연기도 특출났다”며 “훌륭한 연기와 창의적인 재능으로 기억되길”이라는 추모 글을 남겼다.
가수 김송은 “인정했으니까 죄값 받고 피투성이라도 살아있어야지. 가족들때문이라도 살았어야지. 비통하고 애통하다”며 안타까운 심경을 드러냈고, 개그맨 윤택은 “사는 게 죽는 것보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사랑하는 자식과 아내 부모를 등지고 떠났을까 하는 마음에 자꾸 눈물이 난다”고 털어놨다.
유재환, 정가은, 서하준, 이수, 장성규 등이 ‘검은 화면’ 사진을 올리며 고인의 명복을 빌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를 졸업하고 2001년 뮤지컬 ‘록키호러쇼’로 데뷔한 이선균은 MBC 드라마 ‘하얀거탑’(2007), ‘커피프린스 1호점’(2007), ‘파스타’(2010), tvN ‘나의 아저씨’(2018) 등에 출연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아이유와 함께한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참된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양한 팬층을 형성했다. 극중 명대사와 명장면이 회자할 정도로 사랑받았다.
방송과 영화계를 넘나들며 정상급 배우로 성장한 그는2019년 봉준호 감독 ‘기생충’에서 주인공 박 사장 역을 연기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이 영화는 그 해 칸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과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작품상을 받았다.
올해도 영화 ‘탈출: 프로젝트 사일런스’와 ‘잠’이 동시에 칸영화제에 초청받아 레드카펫을 밟으면서 배우인생에 정점을 찍었다. 아내인 배우 전혜진과 두 아들도 동행해 축하를 건넸다.
지난 10월부터 마약 투약 혐의로 세차례 경찰 소환조사를 받아온 이선균은 사망 하루 전까지도 변호인을 통해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선균의 사망에 따라 그의 마약 투약 혐의 사건은 ‘공소권 없음’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는 경찰 첫 소환 당시 소변을 활용한 간이 시약 검사에 이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1차(모발)·2차(겨드랑이털) 정밀검사에서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이선균 소속사 호두앤유 엔터테인먼트는 이날 비보를 알리며 “고인의 마지막 가는 길이 억울하지 않도록 억측이나 추측에 의한 허위 사실 유포를 자제해달라”면서 “장례는 유가족 및 동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용히 치러질 예정”이라 밝혔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