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칼럼] AI 사회, 우리는 준비됐는가
세상만사가 그렇듯, IT(정보기술)를 비롯한 기술 발전 또한 긍정적으로만 작용하진 않는다. 멀리 갈 거 없이 스마트폰과 같은 휴대전화만 생각해도 그렇다. 우리 삶에 이루 말할 수 없을 만큼 편리함을 가져왔지만, 없었을 때보다 더 바빠지고 피곤해진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안 쓰던 시절로 돌아가는 건 말이 안 되니, 결국 기술 편익에 딸려오는 부작용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겠다.
요즘 가장 '핫'한 기술을 꼽자면 역시 AI(인공지능)일 것이다. 1년여 전에 등장한 챗GPT를 비롯한 생성형 AI가 AI의 대중화를 이끌어내며 올해 내내 세계적인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메조미디어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도 소비자 10명 중 4명, 10대의 경우 절반이 생성형 AI 서비스를 경험했다. 대화로 내린 지시에 따라 글·그림을 자동으로 생성해주는 서비스들에 대해 올해는 호기심을 바탕으로 한 접근이 주를 이뤘다면, 내년에는 본격적으로 가치와 수익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업모델과 활용사례 발굴이 가속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AI가 우리 사회에 또 다른 형태의 소외를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덩달아 커진다. 정보 격차라고도 불리는 '디지털 디바이드'는 이미 10여년 전 스마트폰 보급이 이뤄지던 때 한 번, 이후 코로나19가 한창이었던 시기에 또 한 번 사회적 이슈로 부상한 바 있다. 이제는 AI로 비롯될 정보격차인 'AI 디바이드'를 눈앞에 두고 있다.
가장 빠르게 늙어가는 국가가 된 한국 입장에선 AI로 인한 디지털 디바이드 심화는 무거운 과제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가 900만명을 넘어 전체 인구의 17.5% 비중을 차지한다. 2025년에는 20%를 넘어서며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7년 만에 진입이 예상된다. 또한 과기정통부의 '2022 디지털정보 격차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65세 이상 고령층의 디지털 기기 기본 이용 역량은 여전히 평균에 비해 절반 수준인 54.5%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AI를 끼얹으면 어떻게 될까.
이런 문제는 생성형 AI에게 기대되는 인터페이스 혁신과도 따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시기에 어르신들을 힘들게 했던 키오스크도 조작 자체는 단순 터치가 거의 전부다. 부동산 등 자산을 감안해도 주요국보다 월등히 빈곤율이 높은 노인층을 포함해 사회적 약자와 정보취약계층은 상당부분 교집합을 이룬다. 이미 양극화가 화두인 상황에서 정보·기술에 대한 접근성 차이가 커질수록 소득 불평등을 심화시켜 사회 안정성도 해칠 수 있다.
최근에는 AI로 인한 고용시장 변화도 본격화될 조짐이다. 오픈AI를 품은 MS(마이크로소프트)와 AI 패권다툼 중인 구글이 생성형 AI 기술 적용에 따라 광고판매 부문 직원 3만명에 대한 구조조정을 검토한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한 시중은행의 콜센터 비정규직 상담사들이 AI 상담 서비스 도입 여파로 해고를 통보받아 논란이 된 바 있다.
앞서 글로벌 컨설팅사 매킨지는 AI로 직장인의 업무시간 60~70%를 차지하는 업무가 자동화될 거라 전망했고, 세계경제포럼(WEF)도 2027년까지 AI로 일자리 6900만개가 창출되지만 8300만개가 사라질 것으로 예측했다. 한국은행은 국내에서 고소득 전문직을 포함한 약 341만개 일자리가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보고서를 냈다.
이런 변화를 꼭 AI만 일으키는 것도 아니고, 과거 엑셀 스프레드시트가 주판과 주산을 대체한 것처럼 현재 이뤄지는 DX(디지털전환)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볼 수도 있다. 다만 가속화되는 AI의 발전과 확산 속도에 맞춰 우리 사회가 따라갈 수 있을지는 염려스럽다. AGI(범용AI) 실현 가능성과 그 위협에 대해 다소 과장이 들어간 현 분위기와 별개로, AI 규제론자(Doomer)들뿐 아니라 AI 진흥론자(Boomer)들 사이에서도 이런 변화에 대해선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AI 발전에 따른 디지털 격차 심화와 일자리 변화에 대해 전문가들은 디지털 리터러시나 AI 리터러시라 일컫는 역량 함양을 위한 교육과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더불어 이런 수요자뿐 아니라 AI 모델이나 서비스 기업 등 공급자 측면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그렇다고 이런 문제에 대해 법·제도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사후약방문'이 될 공산이 높을 뿐더러 초장부터 가열되고 있는 글로벌 AI 경쟁에서 발목을 잡힐 수도 있다.
결국 정부뿐 아니라 기업들도 이와 관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AI 개발·활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사회 전반의 공감대 형성이 우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기술 발전으로 소외될 수 있는 이들에게 필요한 게 무엇인지 함께 머리를 맞대고 생각해볼 때다.
거리에서 구세군의 종소리가 들리며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새해에는 AI가 우리 삶에 보다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를, AI 관련 사회적 논의도 한층 발전적으로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dh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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