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정치입문 12년 만에 고향 상계동서 '신당 창당' 선언
상계동 식당서 '나홀로 탈당회견'…이낙연과 연대 가능성 열어둬
(서울=연합뉴스) 김연정 차지연 안채원 기자 = 20대에 정치에 입문해 30대에 헌정사 최연소 제1야당 당수에 오르며 한때 '신드롬'까지 일으켰던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결국 둥지를 떠나 새 집을 짓겠다고 선언했다.
10년간 표밭을 가꾼 지역이자 자신의 고향인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숯불갈빗집에서 27일 탈당과 함께 신당 창당을 선언한 것이다. 2011년 12월 27일 출범한 '박근혜 비대위'에 합류해 정치권에 발을 들인 지 정확히 12년 만이다.
30대 여당 대표에서 비주류로…尹 비판 끝에 탈당
'박근혜 키즈'로 정치에 입문한 이 전 대표의 정치 인생은 파란만장했다.
2016년부터 총선과 재보선 등 세 차례 서울 노원병 선거에서 연이어 낙선해 원내 입성에는 실패했으나, 장외에서 거침없는 언변과 반(反)페미니즘 활동으로 '이대남'(20대 남성) 팬덤을 형성했다.
2021년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36세의 나이로 거물급·중진 경쟁자들을 모두 제치고 최연소이자 유일한 '0선'으로 승리해 당 대표 자리에 올랐을 때는 '돌풍'을 넘어 '태풍'이라는 평가까지 받았다.
이듬해 '세대포위론' 등을 내걸고 대선과 지방선거를 연달아 승리로 이끈 뒤에는 차기 대권주자로까지 거론되는 30대 여당 대표로서 정치 인생의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이 전 대표는 자신이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명명한 당내 친윤(친윤석열) 그룹과 파열음을 낸 끝에 사상 초유의 당 대표 징계로 사실상 당에서 축출됐다.
이후 이 전 대표는 당내 비주류의 길을 걸었고,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문제 등을 중심으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 방식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지난 10월부터 윤 대통령과 당의 변화가 없을 경우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는 메시지를 지속해 발신했다. 이를 두고 당내 일각에선 '붙잡길 바라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으나, 이 전 대표는 예고한 대로 결단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2016년 탄핵 정국에서 새누리당을 탈당한 전력이 있다. 그때는 김무성·유승민 당시 의원들이 주도한 바른정당에 합류하기 위한 탈당이었으나, 이번에는 이 전 대표 자신이 제3지대 돌풍의 주역이 되겠다며 당을 떠났다.
신당 영향력·제3지대 연대 여부 관심…고향 상계동서 탈당회견
정치권은 일정한 청년 지지층을 보유한 이 전 대표가 신당 창당을 선언한 만큼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이미 제3지대로 나온 '새로운선택' 금태섭 전 의원, '한국의희망' 양향자 의원, 더불어민주당 탈당이 거론되는 이낙연 전 대표와의 연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하지만, 전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들어선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의 존재가 '이준석 신당'의 파급력을 줄일 수 있다는 관측도 만만찮다.
이 전 대표는 "오늘 (장소로) 숯불갈빗집을 고르니 어떤 분들은 '불판을 갈아야 한다'고 한 고(故) 노회찬 전 의원을 생각한 것이란 이야기를 하더라"며 "내가 함께 할 수 있는 스펙트럼은 노회찬의 정의당까지다. 노회찬 대표가 있던 시절의 정의당과 지금의 정의당은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또 양향자 의원과 금태섭 전 의원에 대해선 "매우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 다만 그게 스펙트럼의 다는 아니다"라고 했다.
이낙연 전 대표와 관련해선 "솔직히 아무리 나와 당적이 달랐던 인사라 해도 지금 국민의힘에 있는 '김앤장 듀오'(김기현 전 대표·장제원 의원)보다 나를 싫어하겠냐"며 연대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
이 전 대표가 회견을 연 54평 규모의 상계동 갈빗집에는 취재진 60여명이 들어찼다. 탈당 회견 단상에는 본인만 올랐고, 이 전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천아인'(천하람·허은아·이기인)'은 함께하지 않았다.
가게 앞에는 보수 유튜버 30여명, 지지자 수십명이 몰렸고 질서 유지를 위해 경찰도 배치됐다.
회견이 진행되는 동안 가게에 다른 손님들은 없었다. 가게 앞에서는 유튜버와 지지자들이 "윤석열을 탄핵하라", "이준석을 구속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 전 대표는 이곳에서 회견한 이유에 대해 "상계동에서 내 뜻을 밝히는 것은 정치의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정치를 하는 이유를 다시 새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강남 8학군' 이미지의 한동훈 비대위원장과 '상계동 출신' 이 전 대표 자신을 대비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도 나왔다.
탈당을 결행한 날짜와 관련해서는 "정치를 시작한 지 12년째 되는 오늘을 그날로 정해놓고 지난 몇 달간 많이 고민했다"고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앞으로 나만의 '넥스트스텝'(NeXTSTEP)을 걷겠다"고 했다. '넥스트스텝'은 스티브 잡스가 애플에서 쫓겨나 차렸던 회사의 이름이다.
국민의힘 박정하 수석대변인은 이 전 대표 탈당에 대해 구두 논평에서 "이 전 대표는 우리 당에서 오랫동안 당원으로 활동해 왔다. 그동안의 활동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뜻하는 바 이루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harg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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