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의 따뜻한 위로 “올 한 해 고생 많으셨어요”

김현주 2023. 12. 27.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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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나타난 '얼굴 없는 천사'24년째 한결같은 마음오늘 오전 10시 10분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주 노송동에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난 겁니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천사는 한 번도 빠짐 없이 노송동을 찾았습니다.

'올 한해도 고생했고 감사하다'며 남기고 간 천사의 마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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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김없이 나타난 '얼굴 없는 천사'…24년째 한결같은 마음
오늘 오전 10시 10분쯤, 전북 전주시 노송동 주민센터로 전화 한 통이 걸려왔습니다. 중년 남성으로 추정되는 목소리. 발신자는 "○○교회 표지판 뒤에 놓았다"고 말했습니다. 주민센터 직원 두 명은 황급히 건물 밖으로 나서 400m 남짓 떨어져 있는 교회를 찾았습니다. 교회 앞에는 A4용지 상자 하나가 놓여있었습니다.

상자 안에는 수북한 5만 원 현금다발과 빨간 돼지저금통 하나, A4용지에 인쇄된 짧은 편지 한 장이 담겨있었습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주 노송동에 '얼굴 없는 천사'가 나타난 겁니다. 천사가 남기고 간 돈은 8006만 3980원에 달했습니다.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남긴 현금과 돼지저금통, 편지 (전주시청 제공)


노송동에 천사가 처음 나타난 건 24년 전인 2000년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남학생 한 명이 돼지저금통 하나를 들고 주민센터를 찾은 겁니다. 당시 그 초등학생은 누군가로부터 ' 심부름'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저금통에는 58만 4000원이 들어있었고 이 돈은 12가구에 연탄과 쌀을 지원하는 데 쓰였습니다.

2000년부터 올해까지, 천사는 한 번도 빠짐 없이 노송동을 찾았습니다. 누적 기부금은 9억 6479만 7670원에 달합니다.

■'기부금 절도'도 일어나…진화하는 '천사'
천사의 선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기부금을 절도 당하는 불미스러운 일도 있었습니다. 2019년 12월 30일, 주민센터 옆 공원의 나무 아래 놔둔 기부금 6천여만 원을 2인조 도둑이 훔쳐간 겁니다. 도둑들은 당시 며칠 동안 주민센터 인근을 배회했습니다. 다행히도 이를 수상하게 여긴 인근 주민이 차량 번호를 적어둔 덕에 절도범들이 검거됐고 기부금도 사흘 만에 회수할 수 있었습니다.

‘얼굴 없는 천사’ 기부금을 훔친 도둑들이 경찰에 연행되는 모습. (출처 : 연합뉴스)

절도 사건 때문일까요. 2020년부터는 천사가 기부금을 놓고 가는 장소가 조금 달라졌습니다. 원래는 주민센터 옆 공원이나 지하주차장 같이 멀지 않은 곳에 기부금을 놔뒀다면 이후로는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기부금을 숨겨놓습니다.

■'천사'의 마음 닿은 6578세대…"천사도 행복했으면"
전주시는 그간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 9억여 원을 소년소녀가장, 독거노인 등에게 현금이나 쌀, 연탄 등을 지원했습니다. 지원받은 가구만 6578세대에 달하고 학생 150여명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가끔은 천사가 콕 집어 '희망 메시지'를 전할 때도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천사의 편지에 "대학 등록금이 없어 꿈을 접어야 하는 전주 학생들과 소녀 가장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적혀있었습니다. 전주시는 뜻에 따라 전주시 대학생 35명에게 등록금 7천여만 원을 지원했습니다.

노송동 주민 이정선 씨는 "남을 도와주려면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아야 하는데 그 정성에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얼굴 없는 천사라고 쓰여있는 간판을 보면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진다"며 "천사님도 항상 건강하고 재밌게 지냈으면 좋겠다" 이야기했습니다.

전주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가 남기고 간 편지 (전주시청 제공)
'올 한해도 고생했고 감사하다'며 남기고 간 천사의 마음이 우리를 위로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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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기자 (thisweek@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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