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화장실 가기 힘들다면...‘알츠하이머 치매’ 발병 주의해야

안세진 2023. 12. 2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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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노화되면 우리 몸 곳곳의 기능이 떨어지고, 여러 가지 질환이 발생한다. 뇌 기능이 떨어지면서 자꾸만 깜빡하게 되는 노인성 건망증, 뼈와 근육이 약해지는 골다공증, 달팽이관 신경세포가 퇴화하면서 잘 들리지 않게 되는 노인성 난청 등이 대표적이다. 여기에 더해 노화로 대장의 운동이 저하되면서 변비도 흔하게 나타난다. 대한내과학회의 자료에 따르면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는 30~40% 정도가 노인성 변비를 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변비를 앓는 사람들은 알츠하이머 치매에 걸릴 가능성이 2배 이상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출처: 클립아트코리아



장 기능 떨어지면 알츠하이머 치매 유발 및 악화될 가능성 높아
변비는 대장의 연동 운동이 저하되어 원활한 배변을 하지 못하는 질환을 말한다. 배변이 1주일에 2~3회 미만이거나, 배변 시 굳은 변이 나오거나, 출혈이 동반되는 경우, 잔변감이 심한 경우 등을 변비로 진단한다. 변비의 원인으로는 △수분 및 섬유질 부족 △불규칙한 배변 습관 △운동 부족 등이 거론된다. 변비는 다양한 연령층에서 나타나지만, 노년층에서는 부족한 신체 활동량, 영양 섭취 불균형, 약물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대장 운동 저하 등으로 인해 주로 발병한다. 이와 같은 노인성 변비는 곧 노쇠의 신호가 될 수 있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최근 연구에서는 변비를 앓는 경우 알츠하이머 치매가 유발될 가능성이 2배 이상 높아진다는 결과가 나왔다. 변비와 같은 위장 기능 장애는 말초 신경 손상 및 자율 신경병증과 관련 있는 경우가 많다. 치매 환자의 경우에는 자율신경 기능 장애로 변비가 나타날 수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 동안 변비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원인으로 지목된 연구는 없었는데, 이번 연구에서 장 운동성 저하와 알츠하이머 치매 사이에 인과 관계가 있음이 밝혀졌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의생명공학과 김태 교수팀과 경희의료원 디지털헬스센터 연동건 교수팀은 실험용 쥐에 지사제를 투여해 장운동을 저하시키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변비에 걸린 실험용 쥐의 뇌 내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과 뇌 내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가 유의미하게 증가했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은 알츠하이머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비정형 단백질로 증식할 경우 뇌에 들러붙어 유해한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세아교세포는 뇌 속 병원체를 먹는 청소부 역할을 하지만, 많아지면 정상 신경세포도 함께 먹어 뇌에 직접적인 손상을 야기한다. 변비에 걸린 실험용 쥐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증상인 기억력 저하와 같은 병리 현상이 나타났다.

한편, 뇌 이상뿐 아니라 대장 조직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장 조직의 유전자 변화를 분석한 결과, 스트레스 상황에서 발견되는 호르몬인 ‘노르에피네프린’이 증가하며 장 조직의 병적 변화가 관찰됐다. 노르에피네프린은 혈압 조절 및 생체 리듬 조절에 관여하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신체 반응을 조절하는 등의 기능을 수행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체내 노르에피네프린 농도가 높아지는데, 이는 섬망 및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인지 감퇴 등의 발생 원인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진은 약 313만 명의 한국인과 약 438만 명의 일본인의 기존 임상 빅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변비가 있는 환자 그룹에서 알츠하이머병의 위험비가 변비가 없는 환자 그룹에 비해 높게 나타났는데, 한국인 환자에서 2.04배, 일본인 환자에서 2.82배 높았다. 장 기능 이상으로 인한 변비가 알츠하이머를 유발하거나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온 것이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종합 과학학술지 ‘저널 오브 어드밴스드 리서치(Journal of Advanced Research)’에 최근 게재됐다.

생활습관 개선 통해 변비 예방할 수 있어
변비를 앓고 있다면 무엇보다 생활습관 개선을 통해 천천히 증상을 완화하는 것이 좋다. 특히 노인은 소화 기능이 떨어지고, 수분 섭취와 활동량이 적어 변비가 더욱 잘 발생한다. 따라서 평소 풍부한 섬유질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흔히 알려진 과일과 채소 외에도 현미와 귀리, 보리 등 잡곡류와 목이버섯, 미역 등에 섬유질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붉은 고기 대신 섬유질과 단백질이 모두 풍부한 콩을 선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들을 섭취할 때는 1.5L 이상의 물과 함께 먹는 것이 중요하다. 수분 섭취는 대변을 무르게 만들어 원활한 배변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 섬유질과 수분 섭취량을 한 번에 과도하게 늘리면 부작용으로 복부 팽만감, 복통, 장폐색 등이 발생할 수 있다. 평소에 이들 음식을 잘 먹지 않았다면 조금씩 섭취량을 늘리는 것이 좋다.

아울러 운동을 통해 장의 움직임을 활성화시키면 배변에 도움이 된다. 하이닥 운동상담 이원우 운동전문가는 “유산소와 함께 복근력을 키우는 운동을 병행하고, 꾸준한 복부 마사지와 복식호흡 등으로 장을 건강하고 탄력 있게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부 마사지를 할 때는 오른쪽 아랫배에서 시계 방향으로 주먹을 쥔 상태로 문지르면 된다. 이를 매일 아침 변기에 앉아 10분 정도 해주면 좋다. 또 숨을 들이마실 때 배가 나오게 하고, 내쉴 때 들어가게 하는 복식호흡 역시 대장의 연동운동을 활성화시켜 변비 예방에 효과적이다.

생활습관 개선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다면 변비약을 먹거나 관장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단, 노년층에서의 잦은 관장은 직장신경과 항문 괄약근을 약화시켜 변실금을 유발할 수 있다. 또 변비약을 장기간 복용하면 복용량도 시간에 따라 늘어나게 되고, 약을 먹지 않으면 배변이 어려울 정도로 내성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이런 경우에는 의사와의 상담을 통해 필요한 만큼만 변비약을 처방받아 먹고, 관장 횟수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도움말 = 하이닥 운동상담 이원우 (운동전문가)

안세진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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