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위기' 태영건설서 일단 멈춤 … 당국 "다른 건설사 문제없다"

박인혜 기자(inhyeplove@mk.co.kr), 이희수 기자(lee.heesoo@mk.co.kr), 채종원 기자(jjong0922@mk.co.kr) 2023. 12. 27.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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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영건설 워크아웃 후폭풍
전체 부동산 PF대출 130조
연체잔액만 3조2400억 달해
건설사 위기확산 방지 총력
태영건설 어음받은 협력업체
은행별 지원프로그램 마련
회사채시장 불안도 조기차단

◆ PF 위기 선제차단 ◆

태영건설의 기업재무구조 개선(워크아웃) 신청 과정을 통해 금융당국 등 정부는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협력사 지원 방안 마련,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중점 점검, 금융시장 안정화 방안 등 비상관리 체계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일단 태영건설 규모의 건설사가 추가적인 위기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며 시장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이 130조원을 넘어서고, 연체 잔액도 3조2400억원에 달해 긴장을 늦출 수 없다는 평가가 많다.

태영건설은 이르면 28일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 예상보다 빨리, 지난 26일 워크아웃의 근거가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이 시행되자마자 신청하는 것은 '빚 돌려막기가 위기를 가중시킨다'는 데 금융당국과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태영건설은 28일에도 400억원대 PF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데, 증권사를 중심으로 한 채권단은 만기 연장을 해주지 않기로 결론 낸 것으로 알려졌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커진 것이다.

금융당국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을 기점으로 '컨틴전시 플랜'을 가동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협력업체 지원책을 마련하고 이번 사태가 금융시장과 건설업권의 전반적인 위기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방화벽을 친다는 계획이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시장 유동성 악화로 자금 융통에 어려움을 겪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위기에 몰렸다. 27일 서울 여의도 태영건설 본사 로비가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호영 기자

금융당국이 컨틴전시 플랜으로 우선 고민하는 것은 '협력사 지원'으로, 조만간 대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구조조정 사례를 참고하면서 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정책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해 협력사들이 피해를 입게 되면 건설 생태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별로 협력업체들을 지원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당국은 이벤트가 발생하면 관련 프로그램이 가동될 수 있도록 은행에 협조를 요청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협력업체 거래 은행별로 상환 유예, 만기 연장 등 다양한 지원제도가 마련돼 있는데, 이 방안들이 적극 활용될 수 있도록 금융당국이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규 자금 지원 등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태영건설이 유동성 어려움을 겪은 뒤 어음으로 결제한 협력업체들에 대한 자금 지원 등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원은 중소기업 금융애로상담센터를 통해 협력업체들이 도움을 청해오면 적절한 대책을 제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당국은 작년 '레고랜드 사태' 때 회사채 금리가 치솟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던 것을 경험 삼아 이번에는 금융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특히 정책금융기관 자금을 바탕으로 운영 중인 6조원 규모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 등을 활용해 시장금리 급등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태영건설과 규모가 비슷한 업체가 위기에 빠지는 일은 없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일부에서 롯데건설에 대한 부정적 예측도 해왔는데, 이에 대해서도 별문제가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여전히 PF 우발채무 규모가 큰 편이지만 자체 조달과 그룹 계열사 지원으로 현금 2조원을 확보해 위기는 넘겼다고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금융당국 판단처럼 PF에서 추가로 큰 부실이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낙관하기에는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전체 부동산 PF 대출 규모가 3분기 말 기준 130조원을 넘어서고, 연체 잔액이 3조2400억원에 달하는 만큼 안심하기엔 이른 상황이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과 금감원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은행이 44조2000억원으로 가장 많고 보험(43조3000억원), 캐피털(24조원), 저축은행(9조8000억원), 증권(6조3000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은 은행이 0%대, 보험은 1.1%였던 반면 캐피털과 증권은 각각 4.6%, 13.0%였다. 캐피털의 부동산 PF 연체 잔액은 1조원을 넘는 수준이었다.

작년 9월까지만 해도 캐피털의 연체 잔액은 3000억원 수준이었는데, 1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태영건설 외에 PF 위기가 감지되는 건설사도 꽤 거론된다. 신세계건설은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이 부정적으로 변경됐는데, 여기에는 대구에 위치한 빌리브 라디체(196억원), 빌리브 루센트(114억원), 빌리브 헤리티지(55억원) 등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서 대손인식이 본격화돼 영업적자 903억원을 기록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박인혜 기자 / 이희수 기자 / 채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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