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총선용 차관 인사…깊어지는 尹의 ‘총선 앞으로’ 국정

유정인·유설희 기자 2023. 12. 27.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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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9회 대한민국 공무원상 시상식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단행한 차관 인선은 내년 총선에 출마할 차관들을 교체하는 총선용 인사 성격이 짙다. 내각과 대통령실 참모진 개편에 이어진 인사로 총선과 맞물린 정부 측 전열 정비가 막바지에 들어섰다. ‘3개월짜리 장관’, ‘6개월짜리 차관’들이 대거 총선으로 향하면서 여권의 총선 수요가 윤석열 정부 고위직 인사의 핵심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이 재확인됐다.

이날 후임자가 발표된 차관급 여섯 자리 중 다섯 자리는 기존 차관들의 총선 출마가 확실시되는 곳이다. 김완섭 전 기획재정부 2차관은 강원 원주을, 박성훈 전 해양수산부 차관은 부산 해운대갑에 나설 예정이다. 김오진 전 국토교통부 1차관은 대구 달서갑과 대구 중·남구 출마를 검토 중이다. 이기순 전 여성가족부 차관은 충청·세종 지역에서 출마를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부산 영도 출마를 위해 앞서 사퇴한 박성근 전 국무총리비서실장의 후임도 이날 함께 발표됐다.

차관급 정비는 그간 이어져온 여권의 총선 총력동원 체제의 연장선이다. 본인의 의사와 함께 이번 총선에 여권 전체가 사활을 걸고 나서야 한다는 윤 대통령의 뜻도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윤 대통령은 이달 들어 기재부와 중소벤처기업부, 국토부, 국가보훈부, 해수부, 농림축산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7개 부처 수장들을 바꿨다. 이들 부처 역시 기존 수장들이 모두 총선 후보군이다. 지난달 말 대통령실 수석급 참모들의 전원 교체에도 김은혜(홍보), 강승규(시민사회), 안상훈(사회) 전 수석의 총선 출마를 위한 교체 수요가 반영됐다. 윤 대통령이 임면권을 가진 부처 장·차관, 대통령실 참모그룹이 속속 총선 대열에 뛰어드는 모습이다.

정부 고위직 출마 러시로 ‘고위직 단기 재직 → 출마’에 따른 국정운영 공백은 상시적 리스크가 됐다. 안정적인 국정운영과 연속성 있는 조직 관리보다는 총선 승리를 우선적 가치로 두는 국정운영이 이뤄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김완섭·김오진·박성훈 전 차관은 지난 7월 3일 윤 대통령에게 임명장을 받아 차관 재직 기간이 6개월에 못 미친다. 앞서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근무하던 참모 5명을 부처 차관으로 보내며 “카르텔과 손잡는 공직자들을 엄단해달라”고 강경 주문했다. 국정 장악력 확보를 위해 참모진을 각 부처에 전진 배치한 지 6개월도 안돼 다시 이들을 총선 무대에 전진 배치하는 모습이다. 방 전 장관은 지난 17일 재직 3개월만에 후임자가 발표돼 대통령실 내부에서도 “저희도 아픈 부분이긴 하다”(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평가가 나왔다.

총선 출마를 위한 공직자 사퇴 시한(내년 1월 11일)까지 공직자들의 출마 행보는 더 이어질 예정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검찰 재직 시절 인연을 맺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대통령실 측근들의 출마가 예고돼있다.

주진우 대통령실 법률비서관은 부산 수영구 출마가 유력하다. 윤석열 사단의 막내로 불리는 이원모 대통령실 인사비서관도 서울 등 수도권 출마를 검토하면서 거취 정리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 비서관 후임에는 최지현 대통령실 부대변인이 유력 후보로 거론된다. 이들 비서관의 출마가 현실화하면 윤석열 사단으로 분류되는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당의 총선판을 지휘하고, 윤 대통령의 측근 검사 출신들이 총선에 나가는 구도가 된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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