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웨어러블 전략'… 美정부 제동에 삐걱

이덕주 특파원(mrdjlee@mk.co.kr)정호준(jeong.hojun@mk.co.kr) 2023. 12. 2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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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워치 석달만에 판매금지
애플, 즉각 항소에도 불구
신성장 사업 실적 악영향
'中企 기술 베끼기' 논란에
혁신기업 이미지도 손상
한국소비자는 영향없어

미국 정부가 애플워치 수입을 금지한 국제무역위원회(ITC)의 결정을 수용하면서 웨어러블 시장에서 성장을 이어가려던 애플 전략이 차질을 빚게 됐다.

올해 3분기(7∼9월) 애플워치를 포함한 웨어러블, 홈, 액세서리 부문 매출은 93억달러(약 12조원)를 기록했다. 이는 애플 전체 매출에서 약 10%로 이 중 애플워치 비중은 4%로 추정된다. 2015년 처음 출시된 애플워치는 아이폰과 함께 사용되는 제품으로 상당한 추가 매출을 만들어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워치의 연간 매출은 170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애플워치는 애플이 추구하는 헬스케어 전략의 핵심에 있는 제품으로, 사용자의 각종 생체 정보를 수집한다.

하지만 애플워치 최신 제품 판매가 중단되면서 웨어러블 기기를 활용해 정체된 성장을 회복하려는 애플 전략에도 수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소송 때문에 혈중 산소 측정 기능이 없는 애플워치 SE만 정상적으로 판매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에도 타격을 받았지만, 무엇보다 애플 신제품이 판매 중단에 이르게 된 배경이 중소기업에 대한 특허침해와 인력 빼가기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혁신 기업 애플의 명성에 손상이 불가피해졌다.

애플이 특허소송에서 패소해 제품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중소기업 아이디어를 빼앗은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위에 대해 미국 정부가 사실상 심판을 내린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사태로 마시모가 조명받고 있다. 마시모는 1989년 설립된 의료기기 기업으로 나스닥 상장사다. 마시모 매출은 병실에서 환자를 모니터링하는 의료기기에서 주로 나온다. 2022년부터 소비자용 기기 사업에 진출해 마시모W1 스포츠, 마시모W1 메디컬 같은 웨어러블을 출시했다.

애플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마시모의 조 키아니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처음 애플에서 (우리 회사를) 만나자고 하면 흥분하고 큰 기대를 갖지만 장기적으로는 애플이 스스로 모든 것을 하고, 모든 것을 독식하려는 계획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고 설명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마시모는 애플에 18억달러 이상 손해배상금을 요구하고 있다. 애플워치9 및 울트라2 판매 금지는 미국에 한정된 조치로 한국 소비자에게는 큰 영향이 없다. 또 미국 시장에서 애플워치를 사용하는 소비자가 대부분 아이폰 이용자라는 점에서 갤럭시워치의 반사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다윗과 골리앗 간 싸움에 비견할 수 있는 마시모와 애플 소송전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마시모 측 주장에 따르면 회사는 애플 기기에 사용할 수 있는 혈중 산소 측정 기기를 전시회에서 공개했고 이후 협업을 위해 애플과 만났다.

하지만 그 후 애플은 마시모의 해당 기술과 관련된 임직원 20여 명을 채용해갔다. 재판에서 마시모 측 주장에 따르면 애플은 내부적으로 마시모를 인수하는 것도 검토하다가 '스마트 채용'이라는 이름으로 인력 빼가기 전략을 세웠다. 인수에 드는 비용보다 기술을 개발한 직원에게 높은 연봉과 애플 주식을 주는 편이 더 싸다고 판단한 것이다. 애플은 2019년 채용해간 직원 이름으로 특허를 등록한 후 해당 기능을 애플워치에 탑재했다.

애플이 인력 빼가기로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한 마시모는 2020년 애플이 회사의 영업비밀을 훔쳐갔다며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2021년에는 특허침해 혐의로 ITC에 소송을 냈다.

마시모는 지난 5월 미국 연방법원에서 결국 패소했다. 하지만 올해 1월 ITC에서 침해 혐의가 있다고 판결이 내려지면서 승소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결국 10월 판결이 확정되고 애플워치 수입 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애플이 신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여기에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는 백악관도 개입하지 않으면서 ITC와 백악관 모두 중소기업 마시모의 손을 들어준 모양새가 됐다.

[실리콘밸리 이덕주 특파원 / 서울 정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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